삼성·서울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탈락’…누구의 책임인가, 누구의 내일인가

이른 무더위로 유독 응급환자가 많은 올여름, 서울 한복판에서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손꼽히는 두 대형병원,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신규 지정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이다. 이 뉴스를 처음 접한 순간, 의료현장의 풍경부터 떠올랐다. 밤잠 설치며 내원하는 가족들, 초조한 의료진, 환자의 손을 꼭 잡은 누군가의 눈빛—그 모든 사람이 기대던 상징적 공간이 더는 ‘최고 단계 응급의료기관’이 아니라는 의미다. 사실, 병상 수나 건물의 화려함이 아닌, ‘골든타임’을 지키는 실제 역량에 대한 철저한 검증 결과임을 보건당국은 강조한다.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을까? 보건복지부는 올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심사에서 100여 개 기준을 엄정히 적용했다. 인력, 장비, 진료시스템, 병상 가동률, 의료진 배치 상황까지 전수 점검했다. 기존 기준이 지나치게 완화됐던 코로나 사태 시기의 임시인증 경향을 벗어나,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진짜 응급체계’에 방점을 찍은 평가라는 설명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실제로 서울대병원—성모병원—삼성병원 등 서울권 4개 센터 가운데, 두 곳만 최종 통과했다.

센터 지정은 단순 평가를 넘어, 현장 의료진들과 시민의 생명줄이다. 응급실을 오가는 김지혜(가명·47)씨는 “도시 중심부라 당연히 믿었는데,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응급센터에 근무하는 9년 차 간호사 박시현씨 역시 “현장에선 인력 부족과 야간 담당 전문의 미배치 등 구조적 어려움을 분명히 느꼈다”라고 토로했다. 그들이 말하는 피로와 회의, 그리고 안전망 상실 위기는 결국 우리 일상과 직결된다.

흥미롭게도, 삼성·성모 두 병원은 서울의료 사각지대와는 거리가 먼, 풍부한 의료 자원을 갖췄다는 평가를 누려왔다. 그런데 왜? 여러 전문가들은 단일한 이유가 아니라 복합적 원인을 짚는다. 1) 응급 진료의 실효성, 2) 의료진 최소 기준 미달, 3) 야간/주말 전문의 배치 미흡, 4) 중증환자 이송시스템 부재 등등. 병원 규모나 평판으로 가려졌던 약점이, 이번에는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대한 현장에 가까운 평가 방식을 적용했으며, 지정 실패는 결코 병원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아니라 더 나은 시스템을 요구하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우리가 곱씹어야 할 물음이 있다. ‘대형병원이라서 무조건 안전하다?’ ‘응급센터 간판이 믿음의 보장일까?’ 코로나19라는 긴 비상사태 동안 급조된 시스템에 시민들이 익숙해진 건 아닐까. 평소엔 그저 지나치던 응급센터 간판이, 오늘 갑자기 우리 옆집 아이, 동료, 부모님의 ‘생사의 문’이 될 수 있음도 잊어선 안 된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지금 절실하다. 응급실 전문의 김영범(가명)은 “현장의 인력부족이 분명히 심각하다. 화려한 건물과 최신 장비, 유명 브랜드와 별개로, 실제로 환자 한 명 한 명을 돌볼 사람과 시스템이 있어야만 한다. 이동 중 환자 이탈, 대기시간 급증, 어린이·고령자 환자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탈락이 병원 운영진과 행정당국 모두에게 ‘각성제’ 역할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도 고민 중이다. 전국응급의학회는 ‘응급의료의 질적 관리’를 위한 재정 지원과 인력 확충을 촉구했고, 서울시 ‘응급의료 시민 모임’ 활동가 박민수는 “중증응급환자는 최단거리·최적조건에서 진료받을 권리가 있다. 대형병원이라고 예외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약계층일수록, 익숙한 공간에 대한 신뢰가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의료기관 스스로 책임의 경중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 사안은 체감으로 다가온다. 매달 구급차를 타는 독거노인, 자가용 응급실 내원 환자, 도심근무 직장인, 서울 외곽 생활자 모두가 한 번쯤은 “우리 집 근처 권역응급센터에 무슨 일이…”라는 걱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민의 건강권. 그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사실은 수많은 ‘보이지 않는 약속들’로 연결된 것임을, 이번 사태는 거울처럼 보여준다. 더불어 ‘권역응급의료센터’라는 명칭이 헛된 상징이나 경쟁의 구실이 아니라, 실제 환자의 안녕과 직결되어야만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실체를 갖춘 현장과 행정의 끊임없는 점검과 투명한 소통에 달려있음을 우리 모두가 상기해야만 한다.

변화는 용기와 책임에서 시작된다. 탈락 소식 너머로 들려오는 의료진의 땀, 시민의 걱정, 그리고 행정의 냉정한 판단이 만나는 지점에서, 한국 응급의료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병원도, 당국도, 우리 사회도 이번 기회에 ‘진짜 응급의료가 무엇인지’ 묻고 대답할 시간이다.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변화를 이어가야 할 때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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