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건강보험 제한, 필요 환자와 ‘의료쇼핑’ 논란 사이에서

정부가 도수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강화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도수치료 보험 청구의 급증이 본래 목적과 달리 과잉 진료, ‘의료쇼핑’ 등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유발한다고 판단했다. 전국 병·의원 수가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병·의원 간 환자 유치 경쟁까지 겹치면서 실제 도수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 간 경계가 흐려진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에 따르면, 2025년 도수치료 청구 건수는 2019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국민의료비 지출 부담 상승도 함께 커지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의사의 적응증 진단 없이도 치료가 이뤄지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보험재정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한의과 첩약과 마찬가지로 도수치료 적용 질환을 ‘명확한 근골격계 진단’으로 제한하고, 반복 청구 역시 추가 심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화순의 한 정형외과 현장. 이진우(48) 씨는 4월 허리 디스크 수술 후 주 3회 도수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처음 2주 동안 효과를 못 느꼈는데, 점차 증상이 좋아졌다”며 “이제 건강보험 혜택이 줄어든다니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측은 “수술 후나 심각한 만성 근골격계 질환 환자의 경우 도수치료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제한 조치가 이들에게까지 적용되면 환자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장 의사들은 대체로 선정적 홍보와 과다 처방이 문제라고 본다. 서울 강남구에서 개원을 운영 중인 윤승희(53) 원장은 “명확한 적응증이 없는 상황에서 ‘통증 완화’만을 앞세워 도수치료가 마케팅처럼 소비되기도 한다”며 “일부 병원이 치료 건수 늘리기에 집중하는 실태가 불신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실제 일부 병·의원은 원무과 상담 단계에서부터 ‘보험으로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내세운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이 부분에 대해 특별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반면, 도수치료가 미용·디톡스 등 명확한 의학적 근거와 무관하게 제공되는 사례 역시 문제로 꼽힌다. 한 대형 물리치료센터 직원은 “상담받으러 온 젊은 직장인들 중에는 실제 근골격계 질병보다는 일시적 목, 허리 뻐근함 해소만 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도수치료의 과학적 효과, 의료인의 숙련도에 따라 편차가 커진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의료소비자’의 책임도 작지 않다. 재정상 한계 속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 취지와 수급 관리 필요성 모두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의 이번 제한 조치는 결국 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는 방어적 성격이 크다는 해석이다. 심평원 실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진료 경험 축적 데이터와 청구 내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문제 없는 진료 현장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사후관리 체계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응급수술이나 보존적 치료가 병행된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급여 적용의 ‘회색지대’는 여전히 남는다. 일선 의료기관들은 환자별, 주치의별로 서로 다른 급여 기준 적용이 혼란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 사례에서도 치료의료 남용 방지를 위해 ‘선별적 급여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모두 특정 질환·수술 대비, 횟수나 재진료 기준을 엄격히 구분한다. 다만 현지 의료계 역시 “일시적 통증” vs “의학적 필요” 판단의 주관성을 줄이기 위해 진단 내역과 적합성에 대한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제도와 현장의 거리감, 그리고 ‘필요 환자 보호’와 ‘의료쇼핑 방지’라는 균형점이 정책 설계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 도수치료 현장에서는 건강보험 급여축소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반면, 과용 실태에 대한 국민 불신과 보험 부담 역시 무시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엄격한 기준도 중요하지만, 질환별 환자 맞춤형 예외 적용이나 전문가 진단 보완 등 유연한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향후 치료 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합의와 의료 현실 간 괴리를 어떻게 줄일지, 정부와 의료계의 추가 논의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현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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