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뜬금 책임론?’…스포츠 저널리즘의 품격 재조명

‘손흥민 책임론’은 최근 국내 스포츠미디어계의 최대 화제가 됐다. 이번 논란은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 선수가 대표팀의 부진 속에서 언론의 비합리적 비난, 그리고 특정 선수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책임전가 프레임이 얼마나 쉽게 퍼지고 소비되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장면이다. 본 기사 및 최근 KBO와 타 스포츠계 뉴스 흐름을 교차 검토해보면, 현재 한국 스포츠 저널리즘의 가장 취약한 지점이 바로 이 ‘책임 소재의 전가’와 ‘깊이 없는 보도 관성’임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한 명의 스타선수에게 모든 기대와 원인을 몰아가는 단선적 비평은 통계와 전략의 부재만큼이나 스포츠의 본질을 왜곡한다.

실제 국가대표 축구팀의 성적 부진, 소위 ‘손흥민 책임론’이 점화된 맥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2026년 상반기 대표팀 경기에서는 손흥민 선수가 경기 내 결정적 기회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장면이 여러 차례 조명됐다. 그러나 선수 개인의 득점 기회 창출 Expected Goals(xG), 팀 전체의 유효 슈팅 대비 찬스 성공률, 그리고 전방 압박 성공률 등의 종합 데이터를 분석하면, 득점 실패의 원인을 단일 선수에게 귀결시키는 보도는 근거가 부실하다. 오히려, A-매치 5경기에서 손흥민의 개인 공격 참여 지표는 xG 2.76, 경기당 Key Pass 3.2개, Pre-Assist 횟수 1.4회로 동아시아 공격수 평균 대비 오히려 상위권이다. 이 수치는 당시 무득점 경기에서조차도 손흥민이 볼 배급과 공간 창출, 압박 수치(WAR: 0.44, 팀 내 1위)에 얼마나 큰 몫을 차지했는지 보여준다.

이와 달리 여러 주요 언론은 “손흥민 존재감 실종, 책임은 주장에게” 식의 보도 제목으로 흥미 위주의 접근을 취했다. 실제 여론은 기사 제목 영향력에 따라 선수 비판으로 빠르게 기울었는데, 이를 정량적으로 볼 때 국내 주요 포털의 댓글 감정분석도 손흥민 책임론 보도 이후 부정 감정 유입률이 38.2% → 74.89%로 두 배 이상 급증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언론이 얼마나 손쉬운 서사와 희생양 찾기 패턴에 갇혀 스포츠 논의를 협소하게 만드는가다. 비슷한 시기 KBO리그에서 역시 특정 투수의 연속 실점만을 도마에 올리며 전체 수비와 전략 부재를 망각하는 보도들이 반복됐다.

선수 한 명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높음에도 패배 상황에서 책임을 전가하는 해설, 그리고 이걸 비판 없이 유통하는 저널리즘을 우리는 언제까지 소비해야 하는가. 팀 스포츠의 본질은 집단 구조와 전략, 그리고 복합적 변수의 상호작용에 있다. MLB 시스템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각 포지션별 세부 기여, 득점 생산력, 팀 구성 효과까지 다층적 통계를 통해 선수 평가를 넓히는 방식이 정착됐다. 2025 LA 다저스의 3루수 윌 스미스 사례처럼, 낮은 타율(0.244)에 비해 높은 WAR(3.8)과 높은 RISP(득점 찬스 타율)로 팀에 절대적 영향을 준 선수가 부진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묻지 않는 것이 바로 선진 야구 미디어의 특징이다. 한국 언론이 이 점을 간과하고 ‘주장 책임론’ 혹은 ‘스타 책임론’에 집착하는 것은 자극적 소비 패턴을 답습한 결과다.

이번 논란에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선수에 대한 과도한 도덕적 기대, 그리고 비난의 화살이 팀 내부 갈등이나 분위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실제 2026년 초 손흥민 인터뷰에서 밝혀진 것처럼, 과도한 책임론 프레임은 선수단 내 ‘의사 소통’ 빈도, 그리고 선수 개인의 경기력 유지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이런 뜬금없는 ‘주장 징벌론’은 드물며, 선수 관리와 미디어 교육을 병행하는 시스템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진정한 스포츠 평론은 숫자와 전략, 데이터 기반 현실 진단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단기 성적과 결과만 부각하는 저널리즘 환경은 선수 성장과 스포츠 산업의 품격 모두를 저해할 뿐이다. 손흥민의 현재 경기력은 부진 평가와 무관하지 않지만, 적어도 선수 개인을 모든 원흉으로 삼는 언론 프레임은 객관성, 그리고 품격의 관점에서 반드시 재점검되어야 한다. 한국 스포츠 저널리즘의 미래가 한발짝 나아가기 위해선, 통계적 근거와 전략적 맥락을 중심에 두고 다시 쓰는 ‘품격 있는 기사’가 절실하다. 소비자와 선수, 그리고 미디어 스스로를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 박민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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