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아이들, 초록의 식탁 위에 모이다 – 양평 청운초의 건강 밥상 실천

7월의 끝자락, 경기도 양평의 청운초등학교에선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평범하기 쉬운 급식 시간이지만, 이날만큼은 체험 학습장을 방불케 했다. 매일 아침 눈을 비비며 등교하는 진이(5학년)는 학교 바구니를 직접 들고, 텃밭에서 따온 방울토마토와 상추, 당근을 급식실로 옮겼다. 몇 주 전부터 교실마다 강당, 그리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건강한 식습관 실천 프로젝트’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청운초 학생들은 스스로가 먹거리를 기획하고, 재배하고, 요리하고, 평가하는 특별 미션을 받아 들었다. 단순히 채소를 먹자는 구호가 아니었다.

교사들과 영양사, 학부모까지 힘을 합쳤다. 아침 등교 즈음, 현관에 마련된 게시판에 ‘나만의 채소 메뉴 개발’ 오디션에 참가한 아이들 팀 소개가 붙었다. 투표함도 마련됐다. 다양한 가정 형태, 농산촌 특유의 절기 음식, 급식의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 실용성과 재미를 모두 잡으려 했다. 본 프로젝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협력 사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영양 교사는 인근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협력하면서, 아이들이 로컬푸드의 실체를 몸소 체험하도록 설계했다고 소개한다.

이런 외면적 협업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아이들 개개인의 변화였다. 학부모 회장 이정숙 씨(42)는 “평소 편식 심하던 아들이 요즘은 상추쌈도 직접 싸서 먹으려 한다”며, 식탁에서 벌어지는 작은 변화들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또래 친구들과 강당에서 직접 만든 샐러드 소스를 놓고 맛평가회도 했다. 시큼한 유자소스, 달큰한 고구마무스, 소박한 참기름장을 번갈아 가며 아이들 스스로 점수를 매기고, 노트에 남긴다. 아이들은 즐거움 속에서 채소가 가진 여러 결들을 받아들인다.

학교는 전인적 식습관 교육을 목표로 했지만, 과정 중에 부딪히는 고민도 있었다. 일부 학생은 채소 섭취를 여전히 꺼렸다. 교사는 “채소 자체의 신선도, 식감, 조리법이 모두 달라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모두가 참여하니 재미있어졌다”고 내놓았다. 학부모는 급식 예산과 손질 노고, 남기는 음식 처리 문제 등 현실적 고민을 토로했다. 양평 지역 자체가 친환경 농업에 앞장섰던 만큼, 아이들이 지역과 먹거리를 잇는 생생한 기회이자, 학교와 지역 어른들에게도 작은 각성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노력이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교육부와 식약처는 초중등 단계별 맞춤 건강식 교육과 체험,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 ‘아침밥 먹기 운동’ 등 실질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교실 현장의 진짜 변화는, 평가나 표창보다 일상 속 스며드는 작은 습관들에서 출발한다. 실천의 물리적 장벽도 적지 않다. 도시 학교는 공간 제한, 농촌 학교는 준비 인력과 예산, 각 가정의 식습관 격차 등 현실에 제동이 걸린다. 그럼에도 청운초에서처럼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기획하고 뛰어드는 ‘주인공’ 경험은, 평생 건강을 향한 첫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자연에 둘러싸인 학교에서, 사소한 일상의 변화는 ‘더 나은 나’로 향하는 작지만 분명한 움직임일 것이다.

건강한 한그릇이 학교 풍경까지 바꾼다. 진이 또래들이 수줍게 서로의 음식을 권하는 급식실, 매일 달라지는 식단판 옆의 ‘내가 선호하는 채소 투표 그래프’, 하교길 복도마다 줄지은 작은 텃밭들. 성장통 많은 시기에 내 손으로 내 먹거리를 가꾸고, 먹고, 만나는 경험은 어른의 기억으로도 남는 법이다. 변화의 시도 앞에서, ‘우리 아이들이 달라졌어요’라는 말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건, 증명할 수 있는 일상의 작은 변화들이다. 도시와 농촌, 각기 다른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큰 캠페인이 아니라, 관계 맺기와 손수 만들어보는 경험이다. 그때, 한 아이가 쓴 다이어리의 짧은 한 구절이 생각난다. ‘오늘은 내가 만든 유자드레싱이 되게 맛있어서, 뿌듯했어요.’ 이 소박한 뿌듯함이야말로 우리가 건강교육에서 바라고 싶던 진짜 결실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