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손흥민’이라는 이름값, EPL 10년 사상 ‘최다 기회 창출’ 베스트 11의 위용
프리미어리그(EPL) 10년 역사를 통틀어 ‘기회 창출’ 부문 베스트 일레븐이 발표됐다. 주목할 점은 손흥민의 이름이 이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 그리고 EPL을 대표하는 빅클럽 리버풀 선수들이 네 명이나 뽑혔다는 점이다. 기자 개인 입장, 혹은 우리나라 축구팬들만의 호들갑이 아닌, 실질적인 경기 데이터와 선수 퍼포먼스를 근거로 평가받은 자부심 가득한 결과다.
데이터 분석 전문 매체인 whoscored.com은 2016/17시즌부터 2025/26시즌까지, 최근 10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기회(찬스)를 만들어낸 선수들을 포지션 별로 선정해 베스트11을 꾸렸다.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진, 그중 레프트 윙포워드 포지션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10년 동안 손흥민이 만들어낸 기회는 공식적으로 666회에 달한다. 이는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현 알나스르, 559회), 첼시와 맨시티에서 활약한 라힘 스털링(567회)보다 높은 수치다. 손흥민이 최근 시즌 들어 중앙 스트라이커와 윙어 포지션을 오가며 역할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이 찬스 메이킹 능력 증대에 결정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리버풀 선수들의 독주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896회), 앤드류 로버트슨(755회)은 좌우 풀백 포지션에서 1,2위를 차지했으며, 중원의 조던 헨더슨(497회), 공격진 모하메드 살라(791회)까지 포함돼 네 명이 베스트11에 포진했다. 리버풀이 클롭 감독 시절부터 전술적으로 풀백의 오버래핑, 역동적인 미드필더 구성, 역습 속도에서 유럽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셈이다. 거기에 손흥민을 포함해 EPL을 넘어 유럽 축구 전반에서 아시아 선수의 ‘기회 창출’ 영향력이 트렌드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포지션별로 한번 더 짚어보자. 오른쪽 풀백 아놀드는 빌드업과 킥 정확도를 동시에 갖춘 새로운 유형의 수비수다. 그는 월등한 패싱력과 공격 가담, 세트피스에서의 위협 등 누구나 인정하는 어시스트 머신이다. 손흥민의 왼쪽은 스피드와 공간침투, 그리고 결정적 순간의 크로스·패스가 어우러져 팀 공격력의 엔진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실제로 최근 3시즌(2023-2025) 동안 손흥민은 경기당 키패스 2.19회 이상을 기록, 짧은 시간 동안에라도 경기 흐름을 단숨에 뒤집는 결정적 역할을 맡았다. 이는 팀의 전술적 틀이 어떻게 바뀌든 그의 플레이가 항상 위협적임을 증명한다. 중앙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 케빈 데브라이너, 은골로 캉테 역시 각각 무게 중심 이동과 세밀한 패싱, 압박과 인터셉트에서 한 시대를 이끈 전술적 아이콘들이다.
손흥민의 꾸준함이 인상적이다. 토트넘에서의 10시즌 동안 손흥민은 한두 시즌만 반짝한 것이 아니라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 그리고 매 시즌 40회 이상의 결정적 기회 창출을 해내 왔다. 특히 2021-22시즌에는 리그 득점왕이라는 기록과 함께, 공격의 다양한 패턴을 모두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 면모를 보여줬다. 빅매치에서의 해결사 본능, 공간 감각, 패스와 피니시를 동시에 구사하는 전천후 능력을 종합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리버풀의 선수 다수 포함 현상은 단순한 선수 개개인 능력의 산물이 아니다. 클롭이 창조한 ‘게겐프레싱’과 풀백 빌드업, 그리고 트랜지션 장악력 등이 모두 맞물리면서 공격 포인트, 즉 기회 창출로 이어진 결과다. 특히 좌측 풀백 로버트슨과 우측 아놀드의 오버래핑-크로스는 EPL 내 어느 팀보다도 날카로운 무기였다. 손흥민·마네·살라의 윙 라인은 발끝에 닿는 순간 수비를 뒤흔드는 ‘저항 불가’ 파괴력을 보여줬다.
데이터가 시대를 관통한다. 프리미어리그 각 팀은 이제 포지션별로 효율·유효 슈팅·예상 득점(xG)·예상 어시스트(xA) 등 다양한 세부 수치를 분석한다. 손흥민의 베스트11 선정은 그가 단순히 ‘이름값’이나 국가 대표 간판이어서가 아니라, 실제 경기 내에서 창의적 움직임과 의외성, 그리고 지속 가능한 팀 기여도를 입증했기 때문임을 보여준다. EPL 10년을 정수로 압축했을 때, 그의 이름이 수치로 남았기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프리미어리그 새로운 점유율, 전술 지형 속에 손흥민이 이 위치를 오랫동안 지키고 진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아시아 선수로서 EPL 씬에서 개척자의 상징성을 계속 이어갈지다. 단순히 기록이 아닌, 진화의 과정에 있다는 점이 팬들을 설레게 한다. 이번 발표로 인해 한 시대를 이끈 선수들의 특징이 데이터에 고스란히 녹아들었고, ‘역시 손흥민’이라는 감탄이 숫자와 이름 모두에서 실감난다. 앞으로도 그는 자신의 이름 옆에 새로운 기록을 더해갈 준비를 갖추고 있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