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기후변화가 키운 몬순의 공포, 극한 강우에 인명피해 속출
인도 북부에서 시작된 여름 몬순이 올해도 예외 없이 참혹한 상흔을 남겼다. 현지 구호대원이 망연히 말라버린 강가를 바라보는 사진, 어린아이가 쓰러진 지붕 위에 매달린 채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 급류에 떠밀린 자동차와 가옥의 실루엣이 굵은 비와 함께 흔들린다. 수십 년 전 이맘때와 다를 게 없는 몬순이지만, 기후변화는 그 평범했던 계절을 점점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의 시간으로 바꾸고 있다. 2026년 7월, 인도 우타라칸드주와 네팔, 방글라데시 일부 지역은 기습적인 폭우로 인해 300여 명이 넘는 인명 피해와 수만 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사에 따르면 올여름 인도 북부에 쏟아진 비의 양은 100년 만의 폭우로 측정된다. 비와 함께 쏟아진 산사태, 범람하는 강물, 무너진 다리와 사라진 도로. 익숙한 풍경 속에서 사람들의 일상은 하루아침에 말끔히 지워졌다.
피해는 단순한 숫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타라칸드주 소농 김라즈 씨(43)는 “내 집, 들판, 소 한 마리 모두 떠내려갔어요. 딸아이는 열이 나는데 병원까지 가는 길도 끊겼죠”라고 절박함을 전한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 뿌자 공 씨는 물에 잠긴 마을에서 멍하니 붕 떠 있는 듯한 눈빛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그는 “매년 몬순은 우리에게 필요한 단비였는데, 요즘은 누군가를 데려가는 폭풍이에요”라며 기후변화가 만들어내는 두려움과 허탈함을 이야기했다. 기자는 현장 곳곳을 누비며 식수 부족, 절단된 전력, 응급구호조차 쉽지 않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몬순이 키운 두려움은 점점 일상 곳곳을 잠식하고 있다.
올해 특징적이었던 점은, 갑작스럽고 강한 소나기가 도시와 농촌 가릴 것 없이 동등하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한 아파트 경비원은 “지하주차장이 불과 10분 만에 강처럼 변해버렸다. 차를 빼내려다 위험에 처한 사람도 있었다”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폭우의 속도와 위력을 강조했다. 일시적 침수에 그쳤던 도시 인프라도 이제는 취약 계층, 어린이, 노인에게 더욱 위협적인 장애물이 되었다.
몬순마저 변하고 있다. 미 기상청과 인도 기상학회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남아시아 몬순의 양상까지 극적으로 바꿔놓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꾸준한 봄비와 여름 폭우가 명확하게 구분됐던 계절 변화의 리듬이 최근 10여 년새 무너지고 있다. 장마 기간은 짧아지고, 강수량은 짧은 시간에 집중된다. 20일 만에 쏟아질 비가 하루 이틀에 집중된다. 몬순의 변화는 변방이 아닌, 마을과 도시, 그리고 거기 사는 사람들의 숨결을 그대로 파고든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거대한 변화에 맞선다. 방글라데시 무함마드 씨(52)는 “이번에도 대피하지만, 내년엔 또 올 거라는 게 무섭다”고 말한다. 어린이 구호 NGO 활동가 안주리아 고쉬는 “기후난민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삶의 자리 자체가 사라진다. 국제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환경단체 녹색연합 역시 “일시적 구호를 넘어, 근원적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현재 인도 정부와 각국 구호팀이 사방에 흩어진 이재민을 돕고 있지만, 모두를 다 구할 수는 없다. 구조의 손길이 닿지 못한 외곽 소도시에서는 지붕 위 피난민이 며칠 간 구조를 기다리는 일도 흔하다. 그 속에서 누구도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절박감이 선명하다. 어느 의사는 “병원도 물에 잠겼다. 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보낼 방법이 없다”며 지방 의료체계의 붕괴를 토로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나앉은 청년, 방 안에 고립된 장애인 가족, 축사가 떠내려간 농부, 누구도 이 거대한 파도 앞에 예외일 수 없다.
이 변화에 각국의 책임과 역할도 분명하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개발도상국은 사회적 취약계층 보호를, 국제사회는 재난 대응과 지원을 책임져야 한다. 단일한 차원의 구호와 복구 운동으로는 더이상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이번엔 운이 좋았어요”라는 말이 구조된 아이의 어머니 입에서 흘러나올 때마다, 그 운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거대한 자연과, 변해버린 몬순, 그리고 그저 하루를 견디는 사람들. 이름 없는 피해자들과 잊힌 마을 하나하나에,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오래, 더 깊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거대한 수치는 뉴스의 한 줄이지만, 그 숫자 한 명, 한 명이 살아있는 사람임을, 연약하지만 고귀한 존재임을 잊지 않아야 할 때이다.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