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외교에서 베트남의 전략적 부상과 신흥 경제외교 지형

베트남 정부는 2026년 들어 새로운 다자외교 정책 기조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발전의 공간 창출’과 국가 위상 제고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번 정책은 경제·외교·안보 등 다중 분야에서 적극적인 다자무대 진출을 천명함과 동시에 동남아 내 영향력 확대 및 세계적 국익 확보를 목표로 한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베트남의 10년 외교 비전이 글로벌 공급망 재설계와 기후위기 등 복합적 요인에 맞물려 각국과의 실질적 협력 구조로 집약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궁극의 목표는 기존 양자 외교 중심에서 벗어나 아세안(ASEAN)과의 연계, IP4(인도-퍼시픽 4개국)와의 다원적 연합, EU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등 복수 협력축을 통한 외교 공간 확대다. 실제로 2025~2026년 동안 베트남은 ASEAN 2040 비전 중 ‘연결성 중심의 역내 성장’ 주도, UN 및 주요 국제기구 내 대표직 확대 추진 등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세안 내 중핵국가로 부상하면서, 베트남이 자연스럽게 글로벌 신흥국간 정책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게 됐다”며 “향후 미중 갈등 속 지정학적 균형추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최근 베트남 당국이 내세우는 ‘발전의 공간 창출’은 단순 산업진흥을 넘어, 첨단제조·ICT·친환경산업 육성으로 경제 기반 자체를 질적으로 재편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하노이발 현지 소식통은 “삼성 등 다국적 제조기업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전기차 부문에서 글로벌 투자 러시가 이어지며 베트남이 아세안 공장론에서 한층 성장한 투자허브로 변신 중”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이러한 전략은 수출시장 다각화·내수진작 중심 정부정책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베트남 경제 외연 확대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가 위상 제고 측면에서도 동남아 외교 현장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미·중·EU 모두가 ‘포스트중국’ 생산거점, ‘글로벌 공급망 핵심노드’ 등으로 베트남을 전략적 카드 삼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력한 국내 공산당 중심 통치구조와 비교적 안정된 거버넌스, 성장잠재력 등 복합적 장점이 외국 투자자의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외교뿐 아니라 기준제도·노동·환경규제 등 다양한 협력 테이블에서 베트남이 전보다 주도적 지위를 확보해가면서, 국내외 업계의 대응속도도 빨라졌다.

곤란한 요소도 분명하다. 군사안보 이슈 및 인권·노동 등 일부 외부 평가에선 아직 ‘비판적 여론’이 뒤따른다. 최근 EU·EU 등 선진권역의 비판적 입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는 국제규범 준수와 경제발전 간 균형을 맞추는 게 늘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확보를 위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미·중 경쟁 등 국가 이익과 국제 규범 사이에서 최대한 신중히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적 파장은 미묘하지만 뚜렷하다. 다자외교 강화는 동남아·아태 경제권 내 공급망 재편과 투자유치 경쟁으로 이어지고, 첨단제조·ICT 등 기술협력 모드에서도 베트남의 ‘허브’ 역할은 차별화를 예고한다. 실제 통상 관계자들은 “한국, 일본, 유럽 투자자의 프로젝트 론칭이 지난해 대비 최대 40%까지 증가했다”는 수치를 언급하며, ‘신기술 테스트베드’이자 ‘글로벌 제조생산 허브’로서 베트남 위상을 재확인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내 진출 기업 역시 신(新)베트남 외교노선의 파급효과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산학연·기술벤처·친환경 인프라 구축 협력 모델은 한-베트남 전략적 동반자 구도를 재정의할 열쇠로 평가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첨단기술 등 복합의제에서 한-베트남 양국이 포스트 중국 경제구도를 함께 주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베트남의 신외교정책은 ‘적극적 다자협력’과 ‘국가주도형 성장 모델’의 동시 추구로 요약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적 혁신, 글로벌 스탠다드 수용 속도, 그리고 이 과정에서의 미묘한 완급 조절 역량이 앞으로 진짜 베트남의 힘을 가를 핵심 지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경제 모두 변화의 흐름 한가운데서 ‘전통적 강대국 사이 조정자’이자 ‘신흥국 경제의 롤모델’이란 두 얼굴을 과연 성공적으로 입증할지, 국제사회는 긴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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