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촉감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가 되다 [문화 전반]

직접 만져보고 고른다는 말, 요즘엔 단순한 쇼핑 습관 그 이상이다. 눈으로만 즐기던 패션·생활·테크 제품 전반에 ‘촉감’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코드로 부상 중이다. 두툼한 니트, 퍼 재킷, 샤기 카펫, 그리고 촉촉한 무광 마감이 돋보이는 가전… 이 모든 아이템에 소비자들의 손끝이 머문다. 최근 몇 시즌간 패션 시장서 ‘소프트 터치’ 소재 판매량이 급증했다. 글로벌 패션 하우스들은 모헤어, 알파카, 울 소재를 활용한 트렌디한 텍스처를 앞세우고, 국내 SPA 브랜드부터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입체감 있는 패브릭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소비 환경도 큰 몫을 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며 패브릭 쿠션 하나, 잠옷 소재 하나에도 사람들은 유니크하고 기분 좋은 터치를 찾는다. 단순히 ‘편하다’거나 ‘따뜻하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촉감은 이제 브랜딩 포인트, 즉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본격적으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된 촉감 트렌드는 디지털 세상과 물리적 경험의 경계가 한층 흐려진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2026 S/S 컬렉션 현장에선 다양한 감촉을 자랑하는 컬러 니트와 러그, 인테리어 소품이 대거 등장했다. 대형 백화점 바이어 역시 “최근 수입 인테리어 브랜드 중 매출 상위권은 무조건 촉감이 돋보이는 아이템”이라며, ‘사지 않고 만져보고 가는’ 일이 늘었다고 귀띔한다. 한때 온라인 쇼핑의 대명사가 된 무감각/평평한 제품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용자 경험의 디테일에 집중하는 흐름이다. 홈카페를 꿈꾸는 이들은 ‘도자기 컵 립(입구)’의 질감까지 따지고, 트렌드에 민감한 MZ 소비자들은 코트 한 벌을 고를 때 봉제선마저 확인한다. 이른바 ‘손끝까지의 기분 전환’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패션 산업에서는 특히나 이 트렌드가 두드러진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퉈 ‘촉각 광고’까지 선보이자, 국내 중소 브랜드들도 함께 움직인다. 최근 찾아온 루프 니트, 브러시드 울, 나파 가죽처럼 특수 터치 가공된 원단이 인기다. 심지어 명품 핸드백은 이제 브랜드 로고보다 오리지널 가죽의 부드러움, 매끈함, 혹은 쫀득함으로 기억된다. 의류·신발·액세서리 업계는 손에 쥐었을 때의 그 짜릿한 ‘피드백’을 경쟁력 삼는다. 생활용품, 가구, 전자제품도 마찬가지다. 요즘 스피커 하나를 사도 제품 텍스처가 거칠지 않은지, 핸드폰 케이스가 미끄럽지 않은지 꼼꼼히 따진다. 마치 감각적 만족감이 새로운 럭셔리가 된 셈.

재미있는 건 촉감 트렌드가 단순히 포근함, 부드러움, 푹신함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매트함, 거침, 쿨터치 등 ‘특정한 취향의 감촉’이 존중받는다. 에코레더(친환경 인조가죽)처럼 윤리와 촉각, 스타일까지 두루 잡은 소재가 주목받고, 브러시드 메탈·이중 레이어드 텍스처 등 강한 손맛을 강조하는 아이템도 인기다. 결국 자신에게 알맞은 감각의 옷과 물건을 고르는 것이 진짜 개성과 자기만족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소비문화에 자리 잡은 것. 실내복 하나, 인테리어 소품 하나도 ‘어떤 촉감이 오늘 나를 위로할지’에 대한 스토리와 연결된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촉감이란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라 강조한다. 남들과 같은 브랜드, 같은 디자인의 옷이라 해도 내 손끝에 남는 느낌은 다르다. 그래서 ‘촉감’은 대중적인 소비를 넘어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쌓아가는 세대의 자기표현 방식이 되는 중이다. 소셜미디어에선 이미 #소프트터치 #감성패션 등 해시태그로 다양한 텍스처의 아이템들이 공유되고, 관련 리뷰는 실제로 만졌을 때의 느낌을 디테일하게 다룬다. 업계 역시 ‘시각적 자극’을 당연시하던 마케팅 방향을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향후엔 AR·VR 등 신기술과 오프라인 체험이 결합, 가상공간에서도 촉감에 반응하는 마케팅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촉감’은 이제 소비와 경험을 넘나드는 트렌디한 키워드다. 보는 즐거움에 머무르지 않고, 손끝에서 시작하는 더 친밀하고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2026년,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가 그 변화를 쫓고 있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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