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드리운 불안 — 정책 명암과 정치권의 셈법
정부가 예고한 부동산 세제 개편을 앞두고 시장의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당정은 지난해부터 조세 체계 합리화와 주택시장 안정 등을 내세우며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핵심 세목 조정을 예고해왔다. 최근에는 1주택자 보유세 감면,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다주택자 매각유도책 등이 공개적으로 논의됐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구체적인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시장은 시행 전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매수·매도 심리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과연 이 불안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주요 원인은 정책의 방향성보다 속도와 메시지의 혼선이다. 현 정부는 집값 안정과 세제 정상화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태도를 취한다. 공식 입장은 “실수요자 보호·주거비 부담 완화”이나, 실제로는 세제 완화 인센티브와 투기억제 규제가 상충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키운다. 특히 2023~2025년 사이 빠르게 변화한 금리 및 경기 여건, 소득 불평등 심화 상황을 고려하면, 조세정책이 사회적 신뢰 회복과 자산시장 감내력을 함께 건드리고 있다.
당정의 엇박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여당은 경기 활성화와 실수요자 부담 경감을 강조하지만, 반대편 야당은 투기수요 부활과 자산불평등 심화 우려에 방점을 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의 조급함이 되레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며 추가 증세 및 부동산 과세 강화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거시경제 충격·청년세대 역차별 이슈를 거론하며 신속한 법안 통과, 과세유예 카드도 활용할 뜻을 비친다. 공공임대 공급 확대와 재정지출 조정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세재 논쟁은 집값 방향성, 표심, 각 당의 중장기 노선까지 두루 얽힌 정치전략으로 번진 모습이다.
정책의 현실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면, 세제 개편이 실수요자 집값 부담 완화에는 일정 효과를 내겠으나, 단기적으론 시장 유동성과 심리변수의 급격한 변동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시중 주요 거래사이트, 자치구별 등기현황, 중개업소 현장 분위기를 종합한 결과, 매물 잠김과 관망세, 일부 단지 저가매물이 동시에 관찰된다. 부동산114, KB리브 부동산 등 데이터에 따르면 개편안 발표 이후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일주일 만에 17% 감소했으며, 강남·강동·노원 등 인기지역은 입주민과 예비수요자 간 신경전이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서울 시내 6억원대 이하 아파트를 노리는 무주택·청년가구의 문의가 늘었고, 고가주택 및 다주택 보유자의 매물 출회는 오히려 지연되는 양상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더 낮은 세율 적용 기대감, 매수자는 집값 하락 또는 변동성 확대의 우려를 안은 채 눈치싸움에 들어간 모양새다.
IT업계와 경제단체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시장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조기 개편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장경제와 정치적 갈등 사이 정부의 속도 조절이 쉽지 않다. 시민단체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가계자산 버블·투기억제 효과가 후퇴할 수 있다며, 정책 명료성과 사회적 보완대책을 촉구한다.
정치권 각 당의 대응을 보면, 정부는 법 개정 시점을 연내로 못박고 국회 협상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그러나 예산안 심사, 공익법인 과세, 감세 vs 증세 논쟁 등 쟁점이 산적해 실제 통과까지는 상당한 변수와 지연이 예상된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적극적 입법 성과 과시와 시장안정, 취약계층 보호라는 복합 과제를 안고 있다. 세제 논쟁이 집값 안정, 표심, 장기 정치지형 재편과 직결된 셈이다.
시장에서의 불안감 증폭을 예방하기 위해선, 명확한 로드맵과 계획된 메시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적인 세재 개편을 비롯, 공급정책, 대출규제, 청년·취약계층 맞춤형 제도 전반이 동시에 설계되어야만 정책 신뢰가 확보된다. 정치권이 단기적 셈법이 아니라, 중장기 부동산 체계 복원과 자산계층 간 불평등 완화를 우선순위로 두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책 혼선 및 단기적 시장 충격은 정치적 책임과 직결된다. 결국 세제 개편 논란은 특정 계층을 넘어 사회 전체의 ‘정치적 신뢰’와 경기 체력의 시험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