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하는 44명, 부산시설공단에서 만난 ‘일터 첫걸음’의 의미
7월의 끝자락, 부산시설공단 한켠엔 회색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은 20대 청년들의 두근거림이 맴돌았다. 올해 새로이 입사한 44명의 신규 직원들이 첫 직무 교육을 받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이들 각자의 얼굴에는 ‘기대’, ‘설렘’, 그리고 ‘불안’이라는 낯설지만 익숙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흔히 공기업의 신규 교육이라고 하면 단순한 규정 암기나 서류작업으로 인식하지만, 부산시설공단의 변화된 모습은 조금 달랐다. 2026년 8월3일 시설공단이 마련한 이 기초 직무 교육에는 실무 위주의 멘토링, 동료와의 협업 실습, 현장참관 등이 골고루 포함됐다. 현장에서는 정건희(28)씨가 “이런 실습 위주 교육이 실제 현장에 나가서도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눈을 빛냈다.
공단 관계자는 “운영·관리 일선에 곧 투입될 신규 직원들이 바로 시민과 맞닿는 현장에서 힘을 낼 수 있도록, 근본적인 교육 구조 개편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시설공단은 지난해부터 채용 과정과 연계한 맞춤형 직무교육에 힘을 쏟아왔다. 불필요한 형식주의를 버리고, 각각의 신입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현장 경험과 피드백을 들려주는 게 가장 큰 변화점이었다.
현장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이들이 모였다. 장성북구에서 온 박채연(25)씨는 고졸 직장 체험을 시작으로, “이제야 부산 시민으로서 소임을 다하게 되는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 김진아(32)씨는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음을 새삼 실감한다”며, 신뢰와 배려가 느껴지는 조직 분위기를 칭찬했다. 공기업의 첫 걸음이 더 이상 냉랭하거나 삭막하지 않다는 증언이다.
물론 그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도, 저절로 굴러들어온 결실도 아니다. 부산시설공단은 지난해 채용 과정 투명성 논란과 청년 인턴 자산 연계 실패에 대한 사회적 지적을 겪은 바 있다. 이후 공단은 ‘시민이 중심이 되는 공론화’라는 모토를 내걸어 교육 커리큘럼과 채용 절차 전반을 전면 개편했다. 각 부서 현장 책임자가 직접 신입 교육에 참여하는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했고, 생애주기별 경력 상담도 병행했다. 이는 올해 서울시 도시공사, 인천교통공사 등의 변화 움직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사회 전반에서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허물어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공기업 입직은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에게 안정과 증명의 상징이다. 하지만 구조만 튼튼해서는 실제 삶의 온기를 품기 어렵다. 기본 교육에서부터 ‘함께 일하는 즐거움’과 ‘공익적 사명’을 자연스레 심는 현장 중심 프로그램이야말로 진짜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부산시설공단이 새롭게 내딛는 노력은 부산시 전체의 일자리 정책에도 신선한 자극을 준다. 잡코리아·인크루트 등 주요 채용 플랫폼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6년 하반기 신규 공기업 채용자의 68%가 첫 출근 이후 ‘정체성 혼란’, ‘의욕 저하’ 등을 고충으로 꼽았다. 비슷한 시기 부산시설공단 신입직원들은 대부분 ‘자기 역할의 의미’를 되짚는 시간과 ‘현장 동기네트워크’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민이 체감하는 공공서비스의 품질은 결국 현장에서 담당 직원이 자신의 일에 얼마나 인간적인 호기심과 애정을 갖고 임하는지에 달렸다. 김강수 부산시설공단 운영팀장은 “아이 키우는 부모 한 명, 학교 다니는 청소년 한 명, 노후를 보내는 어르신 한 분… 이 분들이 매일 가장 먼저 만나는 공단 구성원이 되어달라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 전했다.
공단의 새로운 시도가 그저 형식이 아닌,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청년의 꿈과 시민의 안전, 일터의 자부심이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순간을 응원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