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 중국 체리차 자본 유치의 득실과 산업 구조의 경고등
KG모빌리티가 중국 체리자동차로부터 직접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지형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됐다. 8월 4일 발표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체리자동차와의 상호 지분투자 형태로 실질적인 자본 유입을 받으며, 대규모 위탁생산 협력까지 논의 중이다. 체리차는 2024년 기준 중국 내 상위권 완성차 업체로, 해외 진출 공격적 성향이 강하다. 직접 투자는 국내 완성차 산업의 투자유치난 속에 반가운 소식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 도사린 산업구조 변동성은 상당하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KG모빌리티의 체리차 투자 유치에 대해 반응이 엇갈린다. 투자 유치는 곧 안정적 자금 공급과 다양한 차종 확대, 공동 개발 역량 강화,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확장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다. 2020년 쌍용자동차 부실 이후 수차례 구조조정과 부도 위기를 겪었던 KG모빌리티의 현실을 감안하면, 새로운 자본 파트너를 통한 생존 모멘텀 확보는 불가피했다는 현실론도 거센다. 최근 급변하는 친환경차 시장 및 중저가 신차 출시 경쟁 틈바구니에서 자생력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자동차부품업체와 협력사, 그리고 부품 공급망 전반에서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위탁 생산(ODM) 기지화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완성차의 국내 생산거점 진입은 아직 전례가 드물다. 만약 KG모빌리티가 체리차의 수출 모델 대량 위탁생산기지로 전환될 경우, 자체 브랜드경쟁력 약화와 국내 자동차 기술 유출, 산업 주권 저하 우려 또한 제기된다.
중국 체리자동차는 최근 2~3년 사이 유럽, 중동, 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위탁공장 체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남미 생산기지, 체코·이집트·태국 현지공장을 활용해 양산 주문을 빠르게 소화하고, 현지부품과 저가 OEM부품의 사용 비중을 높여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린 바 있다. 이번 KG모빌리티 행보는 이런 ‘수출기지형’ 전략의 국내 첫 도입 사례가 될 전망이다.
관건은 KG모빌리티가 내부 자생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 또는 단순 ‘조립공장’ 체제로 전락하는가이다.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자체 브랜드 및 국내 융합연구력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의 고용기반과 미래 전략에 장기 손해가 불가피하다. 업계 내 일부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부가가치 부품 공급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현지(중국·동남아) 저가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노동시장 측면에서도 위탁생산 확대는 비정규직 고용, 임금 하락, 지역경제 부정 등 다수의 사회적 문제를 동반할 전망이다. 체리차와 협력 과정에서 KG모빌리티 전통 노동조합과의 갈등 조짐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노조 측은 대규모 직고용 전환 요구 및 기술 독점권 보장, 고용 안전장치 마련을 전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진은 글로벌 협력 없인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며, 고용 보장 대가로 일부 기능・생산 부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전략차종 시장 맞이해 해외 기업과 기술협력을 가속하는 추세 자체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단순 조립・하청 체계에 머문다면 단기 자본유입의 대가는 산업 잠식, 노사갈등, 기술 종속, 산업 내 협력 생태계 약화, 장기 외화 유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정부와 산업부, 정책금융기관의 제도적 보완책과 전략적 투자지침, 기술보호 장치 확보가 지금 시급하다.
시장 반응도 복잡하다. 원화 약세, 고금리, 내수 침체 속에서 외부 자본 유입을 마냥 반대하기는 어렵지만, 제2의 ‘생산기지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은 여전하다. 과거 GM, 르노 등 글로벌 업체의 국내 위탁생산 확대 사례에서 나타난 고용 불안정, 브랜드 정체성 약화, 국가 간 이익 분산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현 시점에서 KG모빌리티는 투자 유치를 통한 체질 개선과 내실 다지기, 그리고 협력사・노조와의 투명한 소통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단기적 통계와 지표·자본 수혈 뒤에 숨겨진 산업 생태계 변화의 본질을 외면해선 안 된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곡점이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