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분 투자, 빅테크 ‘실적 착시’ 부채질…소비자에게 무슨 영향?
최근 들어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오픈AI, 앤트로픽 등 선두 AI 스타트업 지분 투자로 눈에 띄는 회계상 이익을 챙기면서, 본업의 실적 부진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IT 업계에서 ‘AI 버블이 불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제 수익과 평가이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다. MS는 오픈AI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자사 클라우드와 AI 서비스의 미래 성장 스토리를 설파해왔다. 앤트로픽, 오픈AI 모두 아직 흑자 전환은 요원하지만, 그들의 기업가치는 투자 시장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분기 기준 MS와 구글 모두 기존 사업(검색·클라우드 등)이 예상 대비 저조했지만,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자신의 투자 대상이자 주요 파트너인 AI 기업 평가이익을 대규모로 반영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회계상 투자 지분은 ‘공정가치 평가’ 방식(즉,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가치 기준)으로 반영돼 실제로 현금화된 수익이 아니더라도 실적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 본원적 경쟁력과는 거리가 생긴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실적 부풀리기’와 ‘AI 낙관론’ 사이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 말부터 올해 들어 빅테크들이 각기 10조~30조 원에 이르는 AI 지분 평가이익을 실적에 포함시켰으나, 그보다 훨씬 큰 금액의 실제 AI 사업 매출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소비자 금융이나 은행권에서는 이런 현상에 주목한다. 만일 평가이익이 거품이거나 거듭된 회계상 ‘착시’로 판명될 경우, 주식시장이나 연기금, 은행권 자산관리 포트폴리오에도 여파가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테크 펀드’나 ‘AI ETF’ 등 지수편입 상품이 증가한 상황에서 이런 회계착시가 지속된다면, 실제로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생활에서 이 같은 현상이 어떻게 우리의 금융환경에 영향을 미칠까? 예를 들어 국민연금, 보험사 등 주요 기관들이 빅테크 주식을 대거 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기업들의 성과가 회계상 평가지분에 크게 좌우된다면, 실제로 경기가 둔화하거나 평가이익이 갑작스레 소멸할 경우 우리가 받고 있는 연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의 안정성마저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AI 버블’의 그림자를 우려하는 쪽에서는 2000년대초 닷컴버블과 유사하다고 경고한다. 당시에도 ‘혁신 기술’이 현실화되기 전에 기대감만으로 주가·실적이 급등했고, 거품의 반동이 시장 전반을 흔들었던 경험이 있다.
또한 규제 당국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유럽 주요 금융감독 기구 등은 최근 AI 지분평가가 실적에 끼치는 왜곡효과를 우려하며 연이어 실태 점검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금융감독원 역시 빅테크 투자상품, 관련 펀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 중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가입한 펀드가 실제 어디에, 무엇을 보고 투자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커지는 시점이다. 핀테크 업체와 전통 은행의 경쟁구조 또한 AI 투자의 실제 창출효과·지분평가 방식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도 리스크 대응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빅테크의 AI 지분 확보·협업이 소비자에게 단기적으로 가격, 서비스 개선 등 긍정적 효과(가령 AI 챗봇, 자동화 금융 상품 등)를 제공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를 담보로 한 ‘평가이익’ 중심의 실적 기재가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해치거나 주가 변동성을 이끈다면, 오히려 우리 실생활의 경제안정성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혁신의 양면성과 회계 투명성, 투자상품의 실질 가치 등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도 소비자 금융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구조와 소비자의 실생활, 그리고 규제의 대응까지 다층적으로 연결된 이슈다. 앞으로 AI 투자에 따른 기업 실적의 변화, 실제 현금화 가능성, 그리고 금융서비스의 영향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 김유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