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패션’이 만든 논란의 파도, 지금 가장 솔직한 옷 입기 열풍을 말하다

올여름, 도시의 거리부터 SNS 피드까지, 한껏 대범해진 ‘란제리 패션’이 뜨겁게 회자되고 있다. 시스루 니트, 브라톱, 슬립 드레스에 잠옷 라인까지 대놓고 등장하는 요즘, 속옷 같아 보이지만 사실상 오버웨어로 쿨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이 대세에 올랐다. 패션위크 런웨이, 셀럽들의 공항패션, 그리고 일상 속 명동과 강남 한복판까지, 뷰티풀하게 노출된 ‘속옷(?)’이 더 이상 논쟁거리만은 아니라는 듯 패셔너블하게 자리잡고 있다. 동시에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현실 모두에서 “이게 패션이냐, 민망하다” vs “내 몸, 내 스타일, 내 자유다”로 갑론을박이 거세게 일고 있음은 당연한 수순. 유행, 혹은 관습의 이름으로 ‘선’을 재정의하는 지금, 오늘의 패션씬은 2000년대 초 ‘힙합팬츠’ 논쟁, 2010년대 ‘크롭탑 논란’에 연이어 등장한 또 한 번의 경계 실험이 분명하다.

브랜드들은 올해 특히 란제리 무드 아이템을 내세우며 ‘달콤하면서 도발적인’ 시즌룩 프로모션을 쏟아내고 있다. 하이엔드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구찌, 생로랑, 미우미우 같은 하우스에서는 시어 소재에 깊은 컷아웃, 레이스 브라렛, 슬립드레스를 데일리 룩에 믹스매치 했다. 하이스트리트 쪽도 이에 맞서 실키한 새틴 슬립이나 레이어링 가능한 브라렛, 일명 ‘탱크 브라’ 등을 앞세웠다. 국내 주요 SPA브랜드와 디자이너들도 속옷과 겉옷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드는 신제품을 쏟아내며 란제리 무드의 대중화를 밀고 있다. 남다른 자신감의 MZ세대 크리에이터들은 “옷은 죄가 없다”부터, “비슷하지만 다르게!”를 원칙 삼아, 속옷이지만 겉옷처럼 자유롭게 스타일링하는 드립을 선보인다. 당장 탑만 입고, 하의를 과감하게 생략한 듯한 ‘팬츠리스 룩’ 셀카와, 시스루 니트·슬립 원피스·재킷 아래 살짝 보이는 브라톱 등 노출과 은폐의 미묘한 긴장감, 이것이 요즘 MZ패션의 가장 트렌디한 ‘풀코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유로운 실험엔 반드시 찬반의 목소리가 따라붙는다. 거리에서 란제리 무드가 심해지면 “공공장소에서 신경쓰인다”“노출이 지나치다”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의견, ‘오버웨어’임을 알면서도 “눈이 어디로 가야 할지…”라는 덤덤한 반응, 그리고 페미니즘 논쟁까지 번지는 모습도 보인다. 반대로 “내 옷 입기에 왜 간섭하냐, 부끄러운 건 시선 아닌가”라며 개성과 자유를 옹호하는 트렌드 지지자들도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샷 업로드와 동시에 댓글창은 뜨겁다. 실생활에서 이 패션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불쾌하다면 보지마세요”라는 당돌함과 “나 자신을 가장 쿨하게 표현하는 게 진짜 스타일”이라는 자부심을 동시에 뽐낸다.

흥미로운 건 이번 ‘란제리 패션 열풍’이 단지 유행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0년대 패션산업의 최대 화두는 ‘개인성’과 ‘경계 허물기’. 사회 전반에 퍼진 젠더리스, 바디포지티브 피플들의 흐름이 겹치면서, 속옷 혹은 란제리가 전통적으로 가진 ‘금기’의 이미지를 패셔너블한 자기표현의 무기로 바꿔 버렸다. 업계 전문가들도 “옷의 노출 정도는 점점 더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시대, 남에겐 신경 쓰지 않는다”는 현실을 짚는다. 실제로 패션업계 매출 데이터를 살펴보면, 브라탑, 슬립, 시스루 계열의 판매량은 기온이 오를수록 상승세다. 요즘은 클래식한 슬랙스에 얇은 레이스 브라렛을 받치고, 체인 목걸이나 볼캡, 빅백으로 세련되게 보완하는 것이 ‘가장 잇’한 랩핑 공식. 옷장 속에서 란제리는 더 이상 숨겨놓는 아이템이 아니라, 튀고 싶다면 얼마든지 드러내도 되는 자신감의 언어다.

그러나 여전히 논쟁이 쉽게 끝나진 않을 듯하다. 보수적 세계관이나 세대간 인식 차이는 여전하고, 특히 공공장소 내 노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뚜렷하지 않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도 넘은 노출 단속”을 언급하고 있고, 포털 실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너무 민망하다’, ‘애완견 산책하다 당황했다’와 같은 사연들이 쇄도한다. 한편 ‘속옷 노출을 죄악시 할수록 오히려 금기에 동의하게 된다’는 페미니즘 계열 의견, ‘남성패션 역시 허벅지 노출, 넓은 수트 재킷 등 과감해지는 게 트렌드’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짧은 브리프와 시어 탑, 상상력을 자극하는 실루엣이 가득한 스트릿 사진들은 이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파리·런던·뉴욕 심지어 도쿄와 방콕까지도 넘나든다.

2026년 여름, 자신을 꾸미든 꾸미지 않든, 패션의 본질이 자기 표현이란 점은 변하지 않는다. 란제리 패션, 이 끝없는 갑론을박은 ‘나의 주체적 선택’과 ‘타인의 시선’이 부딪히는 가장 솔직한 장이다. 오늘 당신의 옷장 속 속옷, 내일은 어디까지 드러낼 용기가 생길까? 논쟁이 뜨거운 만큼, 결국은 트렌드와 취향의 자유가 공존하는 멋진 미래를 기대해보는 계기가 된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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