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만원’ 지커 7X, 예약 판매 1500대 돌파…中 전기차, 한국 시장 총공세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7X’ 모델을 국내 시장에서 7천만원대로 공식 예약판매 한 달 만에 1,500대 계약을 돌파했다. 이는 최근 국내에서 치열해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와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 확장, 그리고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수치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산 포함 전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72,519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8.2% 줄었으나, 이 중 중국산 판매점유율은 16.8%로 전년(6.1%) 대비 2.7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 등 미국/유럽 브랜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커 7X는 중국 지리(Geely)그룹 산하 전기차 브랜드로, 하이엔드 SUV 플래그십 모델로서 국내 공식 출고가는 7,490만~7,990만원 사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 국내 대표 전기 SUV 경쟁 모델과 비교해보면, 가격 측면에서는 ‘가성비’ 효과가 다소 희석된다. 특히 국산 모델이 6,000만원 초반대에서 시작되는 반면, 7X는 정부 보조금 축소 이후 실구매가가 타 브랜드 대비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예약 대수 1,500건은 업계의 예상을 상회하는 수치로,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구매층의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2026년 기준 전기차 구매연령이 40대 이상 중산층, ‘가치소비형’ 수요층 확산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경쟁 관점에서, 지커뿐만 아니라 Xpeng, BYD 등 중국 완성차 메이커들도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상하반기 국내 출시된 중국산 전기차 수만 7종에 이르며, 일본이나 유럽 시장에서보다 훨씬 빠른 보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배터리·반도체 내재화율이 높은 중국 기업의 가격경쟁력, 공급 안정성, 그리고 OTA(Over-the-Air)·ADAS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전략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지커 7X도 OTA 기술을 통해 지속적 기능 업데이트, 레벨2.5 이상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 대용량 배터리 등 부가가치 요소를 적극 강조하고 있다.

통계적으로는 2026년 7월 기준으로 국내 등록 중국산 전기차 대수는 5년 전(2021년) 대비 4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계(MZ세대 선호 테슬라 포함)는 9% 감소, 유럽차(SUV 중심)도 3% 증가에 그쳤다. 특히 7천만원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중국산 점유율 22%로, 이미 ‘양적 경쟁’에서 ‘질적 경쟁’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한편, 국내 완성차 업계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 국산 전기차 평균 판매가가 2023년 5,100만원에서 2026년 6,050만원까지 상승한 데 반해, 중국산은 4,400만원~7,000만원 라인업으로 가격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구매 고민은 ‘가격-성능-브랜드’ 기준셋에서 ‘가성비-소프트웨어-보조금’으로 옮겨가고 있다. GM, 테슬라 등 북미계 역시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열위에 놓이며, 독일 3사(BMW-MB-Audi) 등 유럽 브랜드는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전략 수정을 검토 중이다.

또다른 변수는 정부 정책과 환율, 그리고 미·중 기술갈등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은 전년 대비 24% 축소됐다. 국산차에게 불리하게 다가오는 정책 변화, 원화 강세 영향과 미·중 반도체 갈등 심화는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와 가격 변동성 증가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브랜드 충성도보다는 실질적 성능,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보장, A/S 체계 등 ‘실용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소비자 설문(한국자동차연구원, 2026년 7월 발표)에서 구매의사 결정시 ‘생산국’보다 ‘업데이트 기능/배터리 신뢰도’를 1순위로 꼽은 응답이 62%로, ‘브랜드’는 21%에 그쳤다.

중장기적으로 지커 등 중국 브랜드의 국내 시장 공세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망 조기 안정화, 단가 절감 전략, 그리고 현지 진출 고도화(내수 생산라인 투자, 로컬 A/S 확대)까지 다각 전략이 예고돼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계는 품질·브랜드 강점만 내세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기아, 현대차 모두 2027년 이후 ‘e-LS’, ‘아이오닉 9’ 등 상위 모델 출시 및 구독형 서비스 확장으로 대응 고도화 방침이나, 가격경쟁력 회복과 내수보조금 이슈 해결 없이는 점유율 유지 또한 어려울 것이다. IT기업과 협업을 통한 OTA/AI 기반 주행 보조, 플랫폼 개발 등이 시급한 화두다.

2026년 하반기 기준 전기차 산업은 더 이상 기술 격차로 견고하게 걸러지지 않는다. 중국산 하이엔드 모델의 대약진은 한국 내 자동차 산업·소비자 트렌드에 단기적 충격이자, 중장기에는 상품·유통·정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단순한 ‘중국발 저가 공세’로 국한하지 말고, 글로벌 경쟁의 질적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