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새’, 10년의 시간 쌓인 달콤한 온기

어느덧 10년, 시간을 쌓아온 서민 예능의 따스함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는다. 오는 26일 SBS ‘미운 우리 새끼’는 방송 10주년이란 특별한 날을 맞이한다. 이 낯설지 않은 풍경, 익숙한 어머니들의 근심과 사랑, 어딘가 조금은 어설픈 아들들의 일상,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정서적 교감. 2016년 첫 선을 보냈던 ‘미우새’는, 우리 삶의 소박한 저녁밥상처럼, 꾸준히 집안의 작은 웃음과 눈물을 기록해왔다. 제목처럼 투박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이 프로그램 속에는 누군가의 상처와 위로, 다정한 시선과 아련한 시간들이 공존한다.

촬영장의 온기는 특별히 차별화된 것이 없다. 늘 보던 집안, 소파, 가족사진, 서랍장, 가끔은 흩어진 양말. 하지만 그 평범함을 통해 예능은 어느새 스크린 밖으로,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상상해보면, 조용한 저녁이나 일요일 오후, 어머니들이 사방의 가족사진과 함께 거실에 앉아 다양한 아들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장면. 아들을 둔 어머니뿐 아니라 누구라도 ‘아, 저런 순간 나도 있었지’ 하는 편안한 공감이 묻어난다. 장수의 비결을 누가 묻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스튜디오 너머, ‘엄마’라는 이름의 두터운 시선 때문일 것이다.

2020년대 초반은 다양성·자극·이슈를 좇던 예능들이 넘쳐났지만, ‘미우새’는 점점 느려지는 걸음을 택했다. 한 장면, 한 표정에 오래 머문다. 어머니가 한숨짓는 모습, 때론 애썼던 하루를 풀어놓는 아들의 목소리, 작은 실수에도 미소 짓는 동네 엄마들의 얼굴. 화면에서 쏟아지는 화려한 편집 대신, 이 프로그램은 일상 그 자체를,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을 사랑스럽게 엮는다. 시청률 집계 시스템이 변해도, 거실의 진한 정은 휘발되지 않는다. 10년 동안 ‘우리집’이란 관념을 전국민에게 각인시킨 힘, 그것이 바로 오랜 생명력이다.

이날 특집에는 역대 출연진과 어머니군단까지 총출동한다. 각자의 사연과 인연, 매일 새벽 가장 먼저 켜지는 불처럼 포근한 시간들이 잠시 지나간다. 유행처럼 바뀌던 출연자나 연출, 제작 변화마저 이 오랜 시간과 어머니들 앞에서는 한줌 역동일 뿐이었다. 한편으론, 어머니들의 무대가 조금 더 넓어져도 좋지 않았나, 때론 ‘엄마’라는 상징 아래 놓인 여성성이나 삶이 다채롭게 조명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방송 주역 대부분이 중년 남성인 예능판에서 미우새는 늘 ‘엄마’라는 이름값을 변주해왔다.

시류에 따라 화제가 되기도, 비판을 받기도 하는 예능 속에서 ‘미우새’가 남긴 건 시청률이나 화제성 수치만이 아니다. 10년 동안 쌓인 일상의 기록,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온 어머니들의 목소리, 연예인이라는 기호 이전에 그냥 평범한 이웃이나 가족으로 다가온 친근함이다. 특별할 것 없는 저녁 한 끼, 누군가에게는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나의 민낯. 사실 프로그램의 참맛은 바로 그 담백함, 우리가 잊었거나 벗어놓은 자리들에서 온다.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해야 할 이유’, 그것을 가장 사소하게,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 예능 프로그램이 바로 ‘미우새’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어머니들은 스튜디오에서 아들들의 투정, 실수, 잠깐의 성장담을 바라본다. 그 시선에는 심판이 아닌 사랑, 순간적 비판 너머의 긴 이해가 배어 있다. 어쩌면 10년의 세월 동안 시청자들도 잊었던 엄마의 걱정, 조용한 한숨, 작은 응원들을 이 화면을 통해 다시 들여다봤을 지도 모른다. 똑같은 식탁, 수천 번 반복된 인사말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가족의 온도를 드러낸 예능. 자극과 트렌드, 소비의 중심에서 오래도록 빛을 잃지 않는 힘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이라는 사실을 ‘미우새’를 통해 다시금 생각한다.

달콤 쌉쌀했던 10년의 풍경, 다음 10년은 또 어떤 장면들로 채워질까. 어른이면서도 아기같고, 익숙하지만 늘 낯선 이 일상의 반복 안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사랑의 이름을 머금는다. 그것이 어머니의 시선이든, TV 앞의 우리이든. 소박하지만 강인하게, 가족과 인생의 온도를 이어가는 이 작은 예능의 축하를 조용히 건넨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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