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회 복지정책연구회의 ‘맞춤형 복지’: 한국 지방복지, 혁신과 현실의 교차점

전주시의회 지역복지정책연구회가 현장의 복잡다단한 복지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 발굴에 착수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복지 사각지대가 고착화되는 현실에서 ‘정치적 수사’를 넘어 실질적 개선을 꾀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최근 연구회는 전주의 고령화, 청년 취약계층, 다문화 가정, 1인가구, 장애인 등 사회 변화 양상을 다각적으로 파악해 지역 맞춤형 모형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는 언제나 시스템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 지방의회 복지정책 연구모임이란 이름 아래 수년간 이어진 간담회, 모듈 정책, 시범사업은 그동안 종종 행정 편의적 표피 개혁에 머물렀다. 정작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는 결과조차, 실질적 지원 방식의 전환으로 옮겨지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익히 알려졌지만 되풀이되는 문제: ‘적극행정’이라는 말이 구호 위주로 끝나 비판을 사고, 중앙정부 주도의 일률적 예산 집행이 지역사회 맥락과 엇갈리거나 실무자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페이퍼 복지’가 확산된다. 이번 연구회 발족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시선을 모을 수밖에 없다.

전주 또한 예외는 아니다. 각종 지표에서 노인 고독사 환자 증가, 20·30대 청년의 이탈, 맞춤형 돌봄 미비로 인한 주민 체감 불신이 누적되고 있다. 복지예산 배분의 ‘주먹구구’, 현장 인력의 과로, 공급자 중심 월례보고식 사업 운영은 한계로 지적받아왔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마저 명맥만 유지된 채, 실질적 주민 의견수렴이 비정기적·소극적으로 이행되어 왔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전주시의회의 대처에는 전환점이 포착된다. 실제 연구회는 기존의 관례를 깨고 복지관련 시민단체, 실무자, 당사자 그룹과 직접적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는 구체 방안을 내놓았다. 기존 폐쇄형 논의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다.

전국적으로 돌이켜봐도, 지역 의회와 집행부가 구체적 협치에 나선 사례는 드물었다. 오히려 매번 ‘사례 연구’ 수준에 머물렀고, 거버넌스 강화도 이해관계자 중심의 ‘포토 이벤트’나 형식적 서명에 그쳤다. 중앙정부의 복지 드라이브, 정례화된 사회서비스 바우처, IT 연계 시스템 구축이 아무리 강조돼도, 사각지대는 여전히 예비군처럼 잠복한다. 한국 사회 여러 지역을 추적해보면, 제도의 불균형 문제는 오히려 ‘실효성 없는 혁신 경쟁’ 때문에 심화됐다. 정책 주체의 짧은 임기와 정쟁, 사업별 ‘성과 내지 않으면 표 떨어진다’는 압박 속에서 맞춤형 복지라는 이름이 변질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번 연구회는 과연 기존의 구태와 이런 ‘관행적 혁신 피로’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주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 가능하려면, 연구회가 내세우는 실무자 중심 컨퍼런스, 조례제정, 현장 시뮬레이션이 모두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문제 추적 입장에서는, 이런 ‘실시간 피드백 구조’가 제대로 내재화되는지 감독할 필요가 있다. 전주형 복지정책이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면, 예산 구조 혁신, 구체적 지원망 연계, 지역 간 상호 평가체계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일선 복지담당자 증언에 의하면 ‘맞춤형’이란 명칭 아래 실제론 종잣돈 예산 맞추기에 급급할 때가 많고, 정작 가장 소외된 당사자는 공식 테이블에 초대조차 되지 않는다. 복지정책은 결국, 보여주기 행정이 아닌 구조적 전환이어야 한다는 뼈아픈 실패 경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지방복지 현장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려면 ‘중앙-지방’의 탁상줄다리기, 행정 단위 간 사일로(silo) 현상, 단순 서비스 남발의 고질적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회의체, 연구포럼, 조례재정의 ‘폼’이 아닌, 주민 체감 변화라는 ‘실질’을 두고 냉철하게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전주시의회의 이번 실험적 복지정책 연구회가, 단순한 ‘정치 이벤트’로 남느냐 아니면 새로운 구조혁신의 마중물이 되느냐는, 앞으로 연구회를 둘러싼 조직 내 힘의 재편, 그리고 당사자 중심 거버넌스 실험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 이런 자성적 진단 없이는 ‘맞춤형 복지’라는 말이 한국 지역사회에 또 하나의 의례적 구호로만 남을 위험 역시 공존한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