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주류 총선 출마 봉쇄 중징계, 장동혁 사당화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지도부가 장동혁, 권은희 등 비주류 인사들에 대해 총선 출마 봉쇄를 목적으로 중징계를 내린 조치가 국내 정치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26년 8월 현재, 장동혁 전 원내대표와 일부 비주류 전현직 의원들이 중징계 또는 공천 배제 처분을 받으면서 ‘사당화’란 비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당내 결정의 표면적 사유는 소위 계파 갈등과 당 기강 훼손, ‘공천 지침 불이행’ 등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의 쇄신과 권력 집중 사이의 균형 문제, 그리고 보수 정치 내 민주주의 실천 가능성 자체를 시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당내 갈등 이상의 지정학적 파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주요정당이 총선이라는 정치적 대사 앞에서 집단적 응집과 결속을 택할 때마다, 민주적 권력 분산과 다양성은 그만큼 희생되어 왔다. 2024년 4월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여야 모두에서 해당 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도부-비주류 충돌이 매번 반복적으로 표면화되어 왔다. 이번 장동혁 봉쇄 역시 당 정책노선의 수정, 외연 확장에 대한 내부 이견 혹은 국가적 위기 속 정치 리더십의 집중 필요성, 일각의 강경 노선 우위론 등 다양한 맥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이한 점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의 통합과 혁신’을 내세우면서도, 정치적 다양성을 함의하는 비주류의 목소리를 오히려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 정당 발전 과정에서 주류-비주류, 신진-기성 간 충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조치는 그 수위나 범위에서 과거에 비해 훨씬 직접적이다. 이는 안정적 정당 운영, 선거 전력 집중을 명분 삼아 내부 비판세력을 ‘비효율적 리스크’로 규정하고, 직권에 가까운 방식으로 정치적 생명을 차단하는 모습이다. 당장 유권자와 당원사회에서조차 “야합과 다름없다”, “공천권 사유화” 등의 비판이 거세다.

문제의 본질은 장동혁 등 일정 계파 출신 의원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당정치 내 다원적 소통 구조의 실질적 붕괴와 권력 집중의 정당화 논리다. 민주적 정당 건설의 가장 근본은 역설적으로 ‘내부 이견의 제도적 존중’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최근 선거제 개편 논란과 공천 파동을 거치며 국민의힘은 내부 합의 민주주의가 아닌, 일사불란한 결속 논리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이는 전형적인 외부 위기론(즉, 정치적 상황의 엄중함을 핑계로 사당화 및 위계 구조를 강화하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 후반기에 들어 양극화·대북문제·경제위기 등 외부 환경이 격화되면서, 영남권 중심의 전통적 기득권과 서울 강남권 신진그룹 간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장동혁 봉쇄는 그러한 균열선 위에서 주류가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방어적 반응이자, 동시에 정치적 다원성의 축소를 의미한다.

국제적 시각에서 보면, 한국 보수정당의 이 같은 권력 집중 현상은 세계적 민주주의 후퇴 추세와도 교차한다. 최근 미국, 유럽 등 민주진영에서는 ‘주류-비주류 갈등’이 극한 대립으로 비화하는 경향이 일반화하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의 위축, 당권파의 권력 집중, 경쟁적 공천·경선 규칙 무력화 등은 모두 정치 민주주의와 대중 참여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와 대치되는 흐름이다. 당장 한일, 한미 관계 재정립, 대(對)중국 경협 전선의 불확실성 등 동북아 정세 불안정 속에서 내적 정치 역동성까지 약화되면 대외 교섭력, 정책 실행 동력 모두 심각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자유·개방·투명성이라는 시대적 요청 앞에서 권위주의적 사당화는 그만큼 거센 역풍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한편, 국민의힘 내에서 장동혁식 중징계가 연쇄적 ‘끼리끼리 내침’으로 확산되면, 중앙당 중심 ‘정치공학’의 횡포에 대한 극단적 반발 역시 현실화할 수 있다. 당의 노선을 바꿔야 한다는 젊은 세대 당원·지지자가 조직을 이탈하거나, 소규모 신당과 ‘신진 보수’ 연대 시나리오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2016년 새누리당 분열, 2020년 미래통합당 내부 균열 등 최근 10년 내내 반복된 보수정치의 해묵은 병폐가 반복될 것인가, 아니면 유연한 조정과 상생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인가. 이 중차대한 갈림길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체 국민과 역사 앞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한국 민주정치의 분기점이 될 만한 사안임은 분명하다.

정당 운영의 단기 안정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정치적 다양성 및 민주적 절차의 실종이 만성화될 경우, 이는 당내 통제력 유지를 넘어 정치의 근간 그 자체를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도부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원성이 곧 경쟁력임을 강조한다. 당내 소수자 의견의 배제는 유권자 신뢰의 상실은 물론이고, 정당 전체의 대외 정책 신뢰도 하락, 정책 집행력 약화로 이어짐을 기억해야 한다. 실리와 원칙, 내부 결속과 외부 확장 사이의 균형 감각 없이는 그 어떤 선거, 그 어떤 정책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국 정치가 다시는 극단적 사당화와 정당 민주주의 후퇴를 반복하지 않을 방안은 내부 비주류 실력자조차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참신한 정치 리더십에서 시작한다. 폭넓은 국민 참여 구조, 다양성 존중의 실천, 정당 내 합리적 이견 처리 메커니즘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만, 국민의힘은 미래 보수의 길과 동북아 및 세계 질서 속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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