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의 시선은 인바운드로, 한국여행이 다시 뜬다

국내 여행시장에 분명한 변곡점이 찾아왔다. 몇 해 전만 해도 모든 여행사,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 트렌드는 ‘해외여행 직진’이었다. 팬데믹 이후 드디어 하늘길이 열리고, 외국으로 떠나려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한동안 국내 관광업계는 한산했다. 하지만 지금, 주요 여행사와 연계 산업이 다시 시선을 국내로, 더 정확하게 말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인바운드’ 열풍의 귀환이다.

인바운드란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을 말한다. 최근 관련 업계 취재결과, 주요 여행사와 지역 관광청, 그리고 K-콘텐츠 기업들까지 ‘외국인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예를 들면 국내 한 여행사는 서울, 부산, 제주 등 인기 지역 맞춤 트립 패키지에 SNS 마케팅, MZ세대 맞춤 웹드라마, 인플루언서 체험단 운영을 강화했다. 간판 대기업 역시 외국인을 위한 프리미엄 한류 투어, 고품격 한식 체험, 지방 소도시 연계 여행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누적 방한객 수가 850만명을 돌파,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전체 1,500만명을 바라본다는 자신감이 흐른다.

이런 분위기는 단순 수치 게임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확연히 변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단체관광/쇼핑 중심 방한객은 점점 줄고, 이제는 ‘내관광’, ‘경험형 여행’이 대세다. 실제로 트리플, 클룩,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에선 한류 체험, 지역 소도시 숨은 명소, 전통시장, K-힙 문화 투어가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유럽, 동남아, 중동권 등 지역별로 체류 일수, 방문 목적, 선호 여행 파트너 등 소비자 심리가 놀랄 만큼 디테일하게 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K-뷰티와 푸드트립을 위한 2030 여성 관광객에서, 아이돌 덕투어에 특화된 10대 그룹, 심지어 골프와 골목길 미식 체험을 동시에 노리는 4050 VIP 패키지까지 다양하다.

이 흐름에서 놓칠 수 없는 건 ‘체험의 감각화’다. 트렌드는 이제 단순한 관광지를 찍고 끝내는 게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골목길, 살아있는 지역 전통, 직접 만드는 한식 클래스, 디지털 콘텐츠와 실재 현장의 조합에 집중하고 있다. 문화·오락 업계 역시 발빠르게 단독 팬미팅, 뮤직 페스티벌, 지역연계 테마파크 등을 통해 외국인 체험 니즈를 파고든다. 여기에다 한국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들은 AI 통역, AR/VR 서비, 현지 결제 편의 제공 등 기술 기반 경험 솔루션으로 인바운드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상품’을 사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만의 ‘이야기’와 ‘체험’을 소비하고 있다.

경쟁이 뜨겁듯, 과제와 숙제도 적지 않다. 일부 지역·서비스는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접근성과 다국어 서비스에서 불편을 겪고 있으며, 지역별 ‘오버투어리즘’과 관광 수지 개선, 지속 가능한 지역관광 모델 구축 등은 과제로 남는다. 그러나 산업 구조의 빠른 회전과 실질적인 현장의 트렌드 혁신이 이뤄진다면, 방한 시장의 성장 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 더욱이 K-드라마·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화력, BTS 등 슈퍼 IP의 미디어파워가 다시 한번 기폭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올여름 서울 시내 뮤직 페스티벌과 드라마 촬영명소에는 외국인 줄서기가 익숙한 풍경이 됐고, 중소 도시 심층 체험을 찾는 외국인 개별여행자(FIT)는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소셜후기 하나에 어느 한적한 시골 카페가 글로벌 포토존이 된다.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 시장이 앞으로 더욱 깊고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호텔 투자, 교통 인프라, 다문화 콘텐츠제작까지 발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고, 하반기 전통축제, 푸드마켓, 로컬 명소 등 눈여겨볼 만한 신규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다. 냉정한 ‘체험의 경쟁력’이 곧 지역경제와 국가 브랜드 파워로 연결되는 시대. 대한민국은 코로나의 상흔을 딛고 다시 ‘글로벌 트래블 허브’로 굳건하게 자리매김 중이다.

여행은 결국 소비의 미학이다. 그리고 이 소비의 최전선에 지금 바로 대한민국, 그리고 인바운드 트렌드가 있다. 체험이 곧 여행의 가치가 되어가는 시대에서, 그 감각의 중심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 그 트렌드를 기민하게 읽고자 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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