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집단상담, 광주동부교육지원청이 여는 새로운 교육 실험
광주동부교육지원청이 최근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함께 대상으로 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히며, 지역 교육현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들이 학교생활과 교우관계, 다양한 사회적 갈등에서 겪는 정서적 어려움을 탐색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학부모들이 자녀 이해와 소통에서 겪는 애로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상담은 전문 상담교사와 심리상담 전문가가 주축이 되어 운영된다. 학생만을 위한 ‘감정탐색’, ‘또래의사소통’ 세션과, 학부모를 위한 ‘양육스트레스 해소’, ‘자녀와의 건강한 대화’ 세션이 각각 준비되어 있으며, 일부는 가족 단위로 함께 참여하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광주동부교육지원청은 본 사업을 올해 시범적으로 시행한 후, 향후 만족도와 효과를 평가해 타 지역 또는 전 학년으로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10여 개 초등학교에서 모집된 학생과 학부모가 소그룹 형태로 소통·상담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 참여한 한 4학년 학생은 “친구들이랑 속마음 얘기하다 보니 덜 힘들어졌다”고 이야기하며, 한 학부모는 “자녀와 대화를 자꾸 시도해도 늘 어렵기만 했는데, 상담을 들으며 새로운 방법을 배운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교육지원청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사교육 이슈와 학업경쟁, 각종 사회문제로 인해 아동정서 건강과 부모양육 스트레스가 심화되는 흐름에 대한 대응의 성격을 갖는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불안·우울감 경험 비율은 최근 3년새 18% 증가했다. 또, 자녀와 대화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학부모 비율도 20%를 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공공 기관이 정기적으로 상담을 제도화하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청년과 맞물린 세대로 살아가야 하는 현 세대의 부모들은 이전과 매우 다른 어려움을 경험한다. 학부모 중 상당 부분이 2030세대로, 디지털 사회, 장시간 노동,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적 단절 환경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아동가족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30대 초반 부모층의 자녀 소통불안감이 5년 전보다 약 1.5배 높아졌다. 그 배경에는 가족관계 약화, 맞벌이 가구 증가, 사교육 과열, 미디어 중독 등 복합적 사회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 참여자 역시 “유튜브, 스마트폰만 보는 아이와 어떻게 감정을 나누는지 아예 모르겠었다”고 불안을 털어놨다. 청년기 부모와 어린 자녀 모두가 서로의 언어와 감정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는 사이, 상호 오해와 스트레스가 쌓이는 현상은 전국적으로 흔한 모습이 됐다.
이번 집단상담 지원에 주목할 또 다른 이유는 ‘공교육의 탈사교육’ 흐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민간 심리상담, 코칭, 가족 치유 워크숍 등의 사교육 시장은 매년 4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소득에 따라 아동의 정서적 지원 기회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공공 교육체계가 사적 시장에 의존하던 영역을 적극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정서적 격차’ 해소라는 정책의식과 무관치 않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상담·정서 지원도 진로, 학업 지원처럼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며 “부모 역량과 가구 소득에 따라 아이의 정서적 회복기회가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광주 사례가 아동·청소년 복지의 미래 지향점을 보여주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지역 아동심리 전문가 이수진씨는 “아동의 정서건강을 위해서는 가족, 학교, 또래라는 3중의 울타리 지원이 모두 중요하다”며 “공교육 내에서 가족상담까지 끌어안은 점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계도 있다. 상담 전문인력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국 시행으로 이어질 경우 질적 저하 우려와 예산문제, 현장교사 업무부담 등이 지적된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상담 희망자는 많지만 인력·시설 부족으로 전원 수용이 어렵다는 점도 드러났다.
결국 이번 광주동부교육지원청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아동과 부모가 함께 성장하고 회복할 수 있는 통로로 기획되었고,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공교육의 역할 확장이라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정서적 건강이 미래의 사회자본이 되는 시대, 모두에게 ‘상담의 문’이 열릴 수 있을지 자치정부와 교육당국,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 강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