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응원 문화, 넘치는 열기 속에 드리운 그림자
뜨겁게 달아오른 2026시즌 K리그, 그리고 유럽 현장까지. 원정과 홈팀 색이 선명하게 갈린 응원 구역에는 매 경기마다 폭발적인 에너지와 묘한 긴장감이 동시에 흐른다. 젊은 서포터들이 치어리더와 콜라보로 연출하는 퍼포먼스, 구단별로 세분화된 응원가, 대형 깃발이 휘날리는 장관—그 안에는 대한민국 스포츠 응원 문화의 집약체가 있다. 그러나 승리에 대한 열망과 소속감 뒤에 감춰진 문제의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똑똑! 한국사회’ 보도는 이러한 응원놀이 속 곳곳에 드리운 그늘을 정확하고 통찰력 있게 짚는다.
기쁨과 해방감,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 장소로 손꼽히는 축구장. 역사적으로도 응원은 건전한 문화의 상징이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스포츠 팬들의 참여방식은 한 차원 올랐다. 사방을 메우는 응원도구, 조직화된 동호회성 모임, 사전약속된 응원구호 등이 응원문화를 전면적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 동일시와 단결, 일체감의 역설적 그림자는 점점 뚜렷해진다. 최근 K리그와 유럽 각국 리그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집단 야유와 도를 넘는 상대 팬 조롱, 배타적 언행 등이 지적된다. 이는 경기장 내외의 파벌화, 심지어 선수에게 직접적인 악성 메시지(악플)로까지 연결되는 실정이다.
각 팀 대표 서포터 그룹은 과거 영국 훌리건, 라틴 아메리카의 열혈 팬 집단과 유사한 ‘집단 에너지’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보인다. 응원가 합창과 연호, 유니폼 통일로 ‘전술적 대오’를 구축하지만, 반대로 경쟁 팀 공격에 몰입해 구호가 혐오성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SNS와 메신저를 통한 온라인 연대는 경기장 밖에서도 파급된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경기 결과에 따라 패색 짙은 유저에게 무차별적 비방이 가해지며, 지역감정이나 인종, 젠더 이슈도 변수로 떠오른다. 글로벌 경기장의 트렌드와 K리그 현실이 교차점에서 만난 셈. 이런 현상은 축구만이 아니라 야구, 배구, 농구 등 한국 스포츠 전반에 걸쳐 확산 중이다.
최근 축구협회와 일부 구단은 새로운 자정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장 내 강경 퇴장, 응원단 자체 윤리강령 도입, 미성년자의 집단 관람 규정 신설 등 실질적 대안도 제시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가 국가적 ‘응원 열기’ 자체를 식힐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친다. 실제로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극단적 배타주의 응원 문화가 경기력과 상업적 성공에 직접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울트라 나시오나레와 같은 극단주의 집단이 일으키는 폭력 사태, 오랜 파벌감정으로 인한 사회분열 등 해외 부정 사례 역시 국내 현실에 귀감이 되진 못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축구 경기장, 그것은 피치 위의 선수만큼이나 관중석에서 전개되는 치열한 심리전의 전장이다. 파브르의 곤충 군집처럼 응원 문화 내부에서 발생하는 ‘집단 감정의 전염’은 때로는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다. 경기 결과에 몰두해 필드 밖 공격과 불필요한 분란까지 이어지는 것은 결국 ‘건강한 열정’도 ‘유해한 집단성’도 라이벌 구도 다음의 사회문제로 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스포츠 문화는, 전술적으로 엄격히 구분된 진영에서 ‘적을 배척하며 우리끼리 뭉침’이 아닌 ‘다름을 존중하는 페어플레이’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응원이 단순한 승리를 넘어 스포츠 그 자체의 즐거움과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만 한다.
이제, 각 팀 유니폼 색만큼이나 다양한 목소리가 각축하는 스포츠 현장. 신중한 경기장 운영과 팬 교육은 필수 전략이다. 축구의 전술 혁신이 한 순간의 신의 한 수에서 비롯되듯, 우리 응원 문화도 융합과 반성, 조율의 과정이 축적될 때 진정한 도약이 이뤄질 것이다. 그라운드 바깥의 응원도 ‘클린 시트’를 지켜야 한다. “축구는 90분 동안 이루어지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명언처럼, 건강한 응원 문화야말로 공동체 사회의 품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아닐까.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