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 쥐의 반복, 단순 증상 넘어 건강 신호등

8월의 늦여름 밤, 치매 앓는 노인을 돌보던 이정옥(가명·62) 씨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밤마다 종아리에 쥐가 나 잠을 설치는 일이 몇 달째 이어진 뒤였다. 이 씨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최근 건강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반복되는 종아리 쥐가 단순 근육 경련이 아니라 혈관 질환이나 대사 이상 등 ‘숨은 병의 증상’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할 여유가 없는 시대, ‘쥐가 난다’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종아리 쥐, 즉 근육 경련은 누구나 경험한다. 많이 걸었거나, 운동 후 수분이나 전해질이 부족할 때 자연스레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중년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자주 반복되는 종아리 쥐’에 대한 상담과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단순 근육 피로라고 여기던 통념을 넘어, 심각한 혈관 질환이나 당뇨, 신경 질환 등 중요한 건강 이슈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 때문이다.

한국혈관학회와 주요 대학병원 신경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하루에 여러 번 이상 혹은 야간에 빈번하게 쥐가 날 경우 같은 장소나 종아리 근육에서만 반복된다면, 이 증상을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하지정맥류나 말초동맥질환(PAD), 당뇨병성 신경병증, 심부전 등 혈액 순환과 신경에 치명적인 질환들이 종종 경련 형태로 신호를 보낸다.

특히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때, 근육이 저린 듯 경직되면서 쥐가 난다. 여성의 경우 다리가 붓거나 피부 색이 변할 때, 남성은 심장 건강이 크게 위협받을 위험 신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와 다른 패턴의 쥐, 오래 지속되는 경련, 혹은 쥐가 난 부위에 감각 이상이나 무감각, 통증이 동반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일상에서 쥐가 나는 경험은 지극히 평범해 보여도, 실제로 많은 환자는 이를 오래 방치하다 치료 시기를 놓친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는 수년간 야간 쥐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50대 남성이, 뒤늦게 ‘하지동맥경화증’이 진단돼 즉각 시술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쥐 증상을 단순히 ‘피곤해서’, 혹은 ‘오래 서 있었으니’라고 넘기는 사회적 인식이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 셈이다.

꼼꼼한 진단은 혈액 검사, 근전도, 혈관 초음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야간에 자주 쥐가 나는’ 사례와 더불어, 40세 이상, 만성질환이나 비만·흡연력·가족력 등 위험요인을 가진 경우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 인구의 15~30%가 하지혈관 이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련 증상을 정기 검진이나 진료의 계기로 삼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다.

김민영(74) 씨는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은 이후, 자주 쥐가 나는 경험이 신장을 포함한 몸 전체의 경고였음을 뒤늦게 알았다. 긴 세월 ‘나이 탓’으로만 돌렸던 자신의 판단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증상의 주관성, 미미해 보이는 불편함 탓에 사회 곳곳에서 과소평가되어온 ‘다리 쥐’의 재조명이 필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류재준 교수는 “하체 근육에 반복적으로 쥐가 나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고령자·만성질환자·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방치하면 이차적 위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건강심리학 관점에서도 사소해 보이는 신체 신호를 경청하고 소극적 진단을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방을 위해서는 수분·전해질 관리,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 과로 피하기 등이 기본이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된다면 ‘병원문턱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내원 시 본인의 증상 기록, 발생 상황, 동반 증상(저림·시림·피부변화 등)을 꼼꼼히 정리해가면 짧은 진료 시간 내 의심 질환 파악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몸은 때때로 말없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신호를 보낸다. 치명적인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는 종아리 쥐. 평범한 일상적 불편에서 발 빠른 건강 관리의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주변의 작은 불편을 놓치지 않는 사회적 배려 역시 ‘건강 돌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쥐가 위험 신호라면, 우리 모두 소리없이 걸어오는 건강의 경고음에 최소한 한 번쯤 귓가를 기울일 때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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