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포증 버거’에서 읽는, 식욕을 거스르는 음식 비주얼 트렌드의 역설
최근 ‘환공포증 버거’로 불리는 메뉴가 논쟁의 중심에 섰다. 번 위에 크고 작은 구멍이 반복적으로 뚫린 독특한 비주얼, 보는 순간 오싹함과 식욕 저하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SNS에 쏟아졌다. 모 브랜드가 ‘이색적 비주얼’이라는 콘셉트로 출시한 이 버거, 그러나 단순히 기괴한 모양만으로 늘어나는 인스타그램 조회수와 ‘인증샷’ 유행과 달리, 사람들은 실제 선택의 순간 ‘징그러워서 못 먹겠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기사에서는 환공포증(트라이포포비아, 구멍공포증) 반응은 뇌의 원시적 위협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뇌과학자 의견도 인용됐다. 익히 먹는 과정마저 오감의 위로가 되어야 한다는 식문화 흐름에서, 불편함을 유발하는 신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며 단순한 재미와 자극성 그 너머의 소비자 심리를 다시 조명한다.
현대 음식 트렌드에서 비주얼은 전례 없이 중요하다. 소셜미디어 ‘먹스타그램’ 시대, 소비자는 단순히 맛이나 가격, 영양만으로 식사 메뉴를 고르지 않는다. 같은 햄버거라 해도 ‘비쥬얼’이 먼저 구매와 후기의 촉발제가 된다. 최근 몇 년 각 외식브랜드는 컬러 번, 알록달록 토핑, 모형화된 디저트 등 이색적 비주얼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블랙번버거, 프랑스 크로와상도같은 ‘눈길 스틸’ 먹거리가 열풍이었다. 하지만 이번 ‘환공포증 버거’ 논란이 보여주듯, 자극적 외형도 한계가 있다. 바이럴에 성공한 뒤 소비자 현실 소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음식 사진 한 장, 단 1초 만에 환기되는 본능적 거부감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마저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실제 국내외 트렌드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음식 관련 인스타그램 인기 해시태그는 여전히 ‘#예쁜음식’, ‘#맛집’, ‘#깔끔한플레이팅’이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긍정적 미감, 균형적인 형태, 아기자기한 장식에 대한 선호가 견고함을 읽게 한다. SNS상 공유와 화제가 되는 ‘이상한 음식’은 놀라움, 호기심 자극의 한계를 넘어 불안, 역겨움 등의 부정적 감정 소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글로벌 소매 식품 트렌드 컨설팅 기업 ‘퓨처비트’ 관계자는 ‘보기 좋은 음식, 심미적 가치’가 여전히 식문화 양극화의 기준점이라 언급했다. 대다수 소비자는 아직 ‘먹는 행위의 편안함’을 놓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주목할 부분은, 실제 식당·카페에서도 ‘환공포증 메뉴’ 같은 자극적 시도 이후 업장 리뷰 평점 하락, 방문률 저하 현상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해외에도 유사 현상이 반복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화제가 됐던 ‘센티피드 핫도그’나 프랑스의 ‘잉섹트 크로와상’이 나타날 때마다 ‘인생사진 남겼다’는 초기 반응과, 실제 매출 감소 또는 빠른 메뉴 퇴출이 마치 공식처럼 이어진다. 이 현상은 궁극적으로 ‘시각·심리적 거부감’과 ‘소비 실천’ 간 맥락 차이를 드러낸다. 음식사진은 소비자를 유입시킬 수 있지만, 실제 입에 넣는 행위마저 기꺼이 결정짓는 또다른 심리적 허들이 존재한다.
이는 경험성 소비, ‘Eatertainment(먹으며 즐긴다)’의 시대에도 경계해야 할 신호다. 소비자는 ‘새로움-안정감’(Novelty & Comfort)의 정교한 균형선을 바란다. 지나치게 장난스러운 디자인, 불쾌한 기괴함, 혹은 위생에 대한 걱정을 자극하는 비주얼은 반짝 인기 뒤 거부 반응의 리스크가 크다. 패션에서도 ‘과한 유행템’이 실용복으로는 자리 잡지 못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상하고 과감한 디자인은 이슈가 되더라도 실제 생활 깊숙이 침투하지 못한다는 트렌드의 속성이다.
이번 현상의 이면에는 ‘나를 나답게’ 보여주고 싶은 자기표현 욕구와 ‘불안하지 않은 경험’을 바라는 자연스런 심리적 요구가 동시에 자리한다. 소비자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이색적으로 보이고자 하지만, 실제 구매‧소비에서는 본능적인 위안과 친숙함, 익숙한 질서를 다시 찾는다. 이른바 ‘먹는 행위의 안식처’라는 본질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바야흐로 ‘자극 그 너머의 안전함’, ‘익숙함 안의 미묘한 차별화’가 2026년 음식 트렌드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식음료 브랜드라면 잠깐의 이슈몰이보다 소비자가 만족하고, 다시 찾는 ‘안정적 기쁨’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 법, 길고 짧은 바이럴의 파도 위에서 결국 오래 살아남는 메뉴는 ‘일상의 편안함’과 ‘나만을 위한 경험’이 정교하게 어우러진 순간임을, 이번 ‘환공포증 버거’ 논란이 여실히 보여준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