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대신 ‘ASF’로…해외 오명 걷어내기, 실효성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공식 명칭을 놓고 반크와 각계에서 이름 시정 운동이 본격화됐다. 최근 반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ASF(African Swine Fever)’로 부르고 이를 국제 표준과 일치시키자는 캠페인을 발표했다. 질병이 최초 발병지 이름을 가질 경우 발생하는 오명, 해당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및 부당한 낙인의 우려가 이유다. 실제로 2019년 이후 국내 양돈업계에 큰 피해를 준 ASF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으나, 바이러스의 최초 발견지가 아프리카라는 점 외에 특정 대륙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극히 제한적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경험을 통해 질병에 붙여진 명칭이 가져오는 사회적 불안을 인식하고 있다.
2015년 WHO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기관에서는 신종 감염병, 동물전염병 명칭에 있어 지역이나 민족, 특정 대상을 담지 않는 중립적 용어 사용을 권고했다. 국제적으로 ‘ASF’라는 약어가 사용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인권과 정보 감수성이 자리한다. 기사에 따르면 반크는 국문 ‘아프리카돼지열병’, 영문 ‘African Swine Fever’가 언뜻 연관 없어보이나, 동일하게 특정 지역에 명칭을 고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질병의 명칭 변경 또는 병행 사용이 국내외 농가, 수출업계, 정책 결정과정에서 혼란을 줄이면서도 오명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을 내고 있다. 농식품부와 방역당국은 공식 자리에서는 기존 병명을 병행하며 국제협력 과정에서는 ‘ASF’를 기본 명칭으로 채택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한 축에서는 대외적으로 명칭 통일을 통한 국가 이미지 보호, 또 한편에서는 방역 현장 및 대중 홍보 과정에서의 용어 혼란 가능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2025~2026년 최근까지도 강원·경기 북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ASF 발병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및 중국, 베트남 등 주변국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ASF’ 표기 전환과 관련해 교과서 및 공공기관 안내자료, 축산업 서류 등 단계적 조정을 예고했다. 주요 언론사들은 편집 기조상 ‘아프리카돼지열병(ASF)’처럼 혼용 표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장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ASF는 빠른 전파력에도 불구, 인체감염 우려가 없는 축종전염병임을 명확히 알리는 것도 중요 과제다. 이 과정에서 축산 농가들이 받는 심리적 타격, 해외 거래처의 수출 신뢰 저하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양돈업협회 관계자는 “질병명 변경이 단순히 이미지 개선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축산인들의 자부심이나 지역경제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질병 명칭 재정립이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고, 세계보건 트렌드 및 각국의 언어 관례와 맞물려 체계적 홍보, 현장 소통, 학술적 일관성 확보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 간 통관 문서, 국제회의, 국내 코로나19 방역 용어나 ‘조류독감’ 논란처럼 용어의 무심한 반복이 불러올 부작용 예방을 위한 중장기 대책도 필요하다. 실제 현장의 축산농민, 방역 담당 공무원 인터뷰에서는 표기 변경 및 새로운 명칭이 초기에는 현장 혼선을 유발할 수 있으나, 공적 자료 및 안내, 미디어 노출이 반복된다면 결국 표준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높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일상 언어 속 ‘ASF’가 낯설게 들릴 수 있어, 언론과 공공기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중요하다. 수의학계에서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등 국제 기구의 권고안 및 매뉴얼과의 정합성도 향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할 대목이다. 질병 명칭을 둘러싸고 형성되는 사회적 낙인, 국제적 인식, 농업경제의 이해·보호라는 삼중의 과제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한층 분명해졌다.
— 이현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