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청소년, ‘통通’하는 레시피 속에 담긴 부산 남구의 작은 변화

부산 남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마련한 가족힐링프로그램 ‘사랑이 담긴 통통(通通)레시피’는 지역사회 내에서 가족과 청소년이 함께 소통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 가운데 하나다. 최근 가족 해체, 부모와 자녀 간 갈등, 학업 스트레스, 청소년 우울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는 현실에서, 직접적인 대화보다 함께 요리를 하는 경험, 그리고 창의적 놀이 활동을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의미를 갖는다.

통통레시피 프로그램은 실제 청소년과 보호자 총 20가족 44명이 참여해 설계됐다. 요리 만들기, 마음열기 놀이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체험들이 포함됐다. 청소년 참가자들은 또래와 소통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고, 부모는 자녀와 일상 속에서 경험한 감정의 벽을 허물 기회를 갖는다. 기존 상담과 달리 강의나 일방적 개입이 아닌, 관계 중심의 상호작용 방식이 근간이 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지역 청소년 우울 및 불안 사례가 점진적으로 증가했다는 지역 보건소·학교 협력기관들의 통계에 비추면, 단발성 이벤트보다 정기적·지속적인 공동체 기반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남구의 한 고등학생(18세)은 ‘엄마랑 같이 무언가를 해본 게 초등학생 때 이후 처음’이라 언급한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주로 경제적 지원, 학업관리 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에는 정서적 교감과 관계의 질이 가족의 행복도,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주목된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최근 청소년 건강통계에서도 ‘핵가족 내 정서 공백’과 ‘가족 내 대화 부족’이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고 자기효능감 저하와 연결된다는 연구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부산 남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방정현 센터장은 “관계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경험이야말로 정서건강의 기초”라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사회복지사들 또한 중·고등 청소년의 일상적 어려움이 성적, 진로, 사춘기 갈등처럼 표면화되지만 실제로는 가족 내 유대 부족,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인정의 부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센터는 학기 중에도 유사한 가족 체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기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가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이런 시간을 더 자주 갖고 싶다’ ‘서로 웃으며 대화하는 기회가 필요했다’는 답변이 우세를 보였고, 부모 10명 중 7명은 ‘갈등이 줄었다’는 응답을 남겼다.

전국적으로도 ‘가족힐링’ ‘치유공동체’ ‘사회정서학습(SEL)’을 키워드로 내세운 다양한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경기, 강원 등 여러 지자체들이 명절프로그램, 가족캠프, 부모코칭 등 특색 있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참여자의 접근성, 꾸준한 예산 확보, 문화적 인식 전환 등의 장벽이 존재한다. 특히 저소득-한부모 가족, 다문화가정은 프로그램 정보 접근부터 사회적 낙인, 경제적 제약에 부딪힌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교육부와 여성가족부에서도 공동기획 방식의 가족프로그램을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실질적으로 실수요자 선별과 지역 내 연결자원 강화가 병행되어야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사랑이 담긴 통통레시피’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단순히 요리나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이후 가족 내 일상 대화나 활동실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의 사후 모니터링, 내부 네트워크 공유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한 청년 상담사는 “체험 후 변화가 지속되려면, 실제 가족 내 습관 변화를 촉진하는 작은 미션이나 챌린지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연계, 또래 그룹 멘토링 등 다양한 접점 확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비슷한 가족 대상 프로그램들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최소한의 체계적 관리와 ‘함께 해낸 경험’을 꾸준히 강화하는 설계가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오늘날 청소년의 사회적 고립과 우울, 가족 내 단절은 단일 행정기관이나 교육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경계는 학교, 가정, 지역사회로 퍼져 있어, 구조적으로 연계된 지원 체계와 누구나 접근 가능한 돌봄자원을 제공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각종 청소년 정책 전문가들은 가족 프로그램의 사회적 효과성 검증과 지역기반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는 가족, 학교, 행정 모두가 ‘관계의 힘’을 일상 속 실천으로 잇게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진정한 변화가 지속된다. 이번 남구의 사례는 소소하지만, 지역에서 실제 필요했던 가족 돌봄의 현장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지역 청년층 또한 가족 내 대화와 관계 맺기에 대한 갈증이 크다. 지난해 부산교육청이 실시한 ‘청년 삶·주거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가 ‘가장 부족한 것은 가족 소통 시간’이라 밝혔다. 그만큼, 일회성 프로그램이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보다 생활 밀착형, 문화 친화적, 그리고 청년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부산 남구의 ‘통통레시피’가 이러한 변화의 작은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강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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