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공간의 경계, 프랑스 부모들도 헷갈려 한다
프랑스 사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육아 공간과 공공장소의 경계 문제는 결국 ‘내 아이니까 괜찮다’라는 개인적 가치와 모두를 위한 공공질서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 외신 보도와 프랑스 현지 매체들의 추가 취재를 종합해 보면, 카페나 식당 테이블 위에서 아기 기저귀를 갈거나, 영화관과 박물관에서 분유를 타서 먹이는 사례가 잇따라 논란을 부른다. 본지는 지난 2년간 프랑스 및 유럽 주요 도시의 가족친화정책 변화를 꾸준히 취재해왔다. 핵심 쟁점은 부모의 육아 권리와 남의 사적 평온권, 공공정서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충돌이다. “내 아이는 내 책임”이라는 개인주의적 신념이 때로는 ‘타인에 대한 배려’마저 희석시키는 현상은, 출산율 걱정에 전통적으로 가족친화적이던 프랑스에서조차 이질적인 풍경으로 비치고 있다.
많은 프랑스 시민들은 물론 육아 당사자조차도, “공공장소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아무래도 너무 노골적으로 남에게 불편을 주는 건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 뒤섞인 의견을 내놓는다. 현지 언론 르몽드, 르피가로 등은 설문을 인용하며 “아이가 울거나 다치지 않게 신속히 행동하는 게 우선임”을 이해받으려는 부모와 “나도 존중받고 싶다”는 타인 간의 긴장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6년 현재, 파리 시내 카페에서는 ‘기저귀 교환 금지’ 안내문이 꽤 자주 보인다. 프랑스 전역에 설치된 수유실·아기쉼터의 확충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에는 “영유아 동반 고객에게 배려 권고“조항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부모 행동을 규제하거나 사회 전체가 공유할 윤리 기준을 명문화하지 못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쇼핑몰 혹은 음식점에서 아기 의자와 수유실 등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유사 갈등이 반복된다.
프랑스 내 전문 육아 상담가와 심리학자, 사회학자들은 “가정-공공-상업시설 사이의 책임 분담”이 모호했던 문화의 틈에서 “내 아이만 보고, 타인을 잊는 ‘공적 공간 이기주의’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히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행동이 논란에 오를 때마다 “기저귀 여는 걸 뭐 그리 민감하게 구냐”, “아기 바로 옆에서 식사 불쾌하다” 등 양분된 반응이 반복된다.
프랑스 정부는 2024년부터 일부 도시에서 육아 관련 공공시설 지원금을 늘렸으나, 카페·식당 등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시설 보조금 방향보다 가이드라인 제시가 먼저”라는 요구가 크다. 시민의식 교육 필요성도 자주 언급된다. 본지 취재 결과, 파리 시청이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 공공배려 매뉴얼’의 일부 조항에는 “음식점 내 위생과 아기 돌봄 모두 배려해야 한다”며, 업주와 부모 양측 모두 예의와 상호 존중을 강조했다. 이는 프랑스가 가족 정책과 공공예절 사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읽힌다. 공공장소 육아 논쟁은 단순한 아이 엄마·아빠 대 타인간 갈등이 아니라, 복지와 시민권, 위생과 공공질서의 접점에서 빚어지는 숙제다.
기존 관련 연구와 국내 사례를 대조해보면, 결국 부모들이 체감하는 ‘설자리 없음’과 타인들이 느끼는 ‘배려 강요’ 사이에 묘한 상호불신이 만들어진다. 보호자가 공공장소에서 아기의 위생을 챙기기 위해 행동할 때, 이를 관찰하는 이웃은 불쾌함을 즉각적으로 드러내며 “육아는 집에서 하라”는 목소리를 낸다. 프랑스보다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 도시에서는 상황이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카페나 음식점, 대중교통 등 일상 공간에서 육아 갈등이 매번 등장하는 이유다. 부모의 육아권 보장이 중요한 만큼, 공공장소의 위생과 쾌적함 역시 동등하게 존중되는 합의가 필요하다. 유럽여러 국가에서도, 기저귀를 갈 수 있는 지정 공간 확대와 시민교육 병행정책이 실효성을 얻는 중이다.
결국 “선 긋기”의 주체는 법이나 제도가 아닌,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상호 의사소통과 예의, 타협에 달려 있다. 부모라서, 또는 고객이라서, 타인을 배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은 누구에게도 이로울 수 없다는 점을 커뮤니티 전반이 인식할 때만이 ‘선 넘는 육아’와 ‘무례한 시선’ 둘 다 줄일 수 있다. 이 문제는 ‘내 아이니까 괜찮다’도, ‘내 공간이니까 안된다’도 아닌, 사회 전체의 작은 약속과 매너가 바탕이 되어야 개선될 전망이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