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계 에르메스’ 르므니에, 미식 취향을 뒤흔드는 새로운 ‘퀴진’의 도전
치즈가 단순히 와인에 곁들이는 안주라는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 최근 국내 미식가들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세터들 사이에서 프랑스 아뜰리에 출신의 ‘치즈계 에르메스’ 르므니에가 선보이는 창조적인 치즈 코스 요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감지된다. 르므니에의 행보는 단순한 치즈 소비를 넘어, 식탁 위에 ‘스몰 럭셔리’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망까지 담아낸다. ‘고급 치즈’와 ‘세련된 경험’이란 키워드에 열광하는 2026년 라이프스타일 시장의 키치함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르므니에의 ‘퀴진’은 치즈 자체를 메인 플레이트로 승화하는 파격적인 스타일링이 주목받는다. 이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은 세계 최고급 숙성 기술, 프렌치 소믈리에와 셰프진의 협업, 그리고 다이닝룸 안에서의 감각적인 플레이트 연출로 요약된다. 치즈의 텍스처, 향, 숙성도 별로 케이싱된 프리젠테이션은 단순한 맛의 차원을 넘어서 오감 전체를 자극하는 ‘퍼포먼스 푸드’로 소비자에게 다가선다. 기존 ‘와인에 어울리는 부식’ 이미지를 탈피해, 프리미엄(Value)와 신선함(Novelty)을 원하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까지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런 흐름을 견인하는 결정적 요인은 바로 퍼스널 다이닝, 프리미엄 간식 혹은 ‘홈 다이닝’ 시장의 가속화다. 코로나 이후 잔재로 남은 ‘집콕이 럭셔리다’라는 신념, 그리고 레스토랑에서의 고급 경험을 집에서 누리고 싶어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시장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식자재 유통점과 온라인 고급 식료품 플랫폼 ‘테이스트유’ 등에서 치즈·샤퀴테리 구독 서비스, 아티장 치즈 플레이트 세트의 주문량이 3배 이상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르므니에는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서 치즈를 마치 ‘가방’처럼 소장 가치와 희소성을 부여하고, 박스 언박싱하는 즐거움까지 트렌드 이슈로 부상시킨다.
프랑스 전통과 장인의 손길, 그리고 오늘날 소비자의 ‘힙한 감각’이 어떻게 믹스되는지 이 브랜드가 제시하는 접시 한 장에 펼쳐진다. 여기에 맞춰 최근 한국 레스토랑 씬에서도 치즈 5종·7종·11종으로 이루어진 ‘오마카세’ 스타일 테이스팅 메뉴가 유행처럼 번지고, 치즈의 맛뿐 아니라 오디올로지(청각경험), 테이블웨어(접시·커틀러리), 공간 스타일링까지 총체적인 경험으로 소비 되고 있다. NFT 치즈, 한정판 케이브 숙성 치즈 플레이트, 아뜰리에 투어 패키지 등으로 확장선이 그려지는 점도 눈에 띈다. 2026년에 치즈는 더 이상 단일 식재료, 혹은 와인 안주 그 이상이다. ‘식재료의 에르메스’란 별명을 반세기 가까이 지켜온 르므니에의 위상에 걸맞게, 소비 가치 전환의 상징이 된 셈이다.
또한, 르므니에의 접근법 뒤에는 심리적 소비, 흔히 말하는 ‘셀프리워드(Self-reward)’ 트렌드가 합쳐진다. 소박한 안주 대신, 하나의 완성된 퍼포먼스 요리로 치즈를 만난 소비자들은 그날의 피로와 일상 스트레스를 비싼 플레이트 한 장에 내려놓는다. 가격대도 만만치 않지만, ‘내가 나를 위해 투자한다’는 명분이 합리화의 언어로 번역된다. 몇 번의 식사보다는 하나의 대단한 경험, 이라는 형태로 ‘플렉스(Flex)’ 소비의 새로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흐름에 발맞춰 프리미엄 치즈와 코스 요리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음식 문화를 둘러싼 감각적 이너서클이 빠르게 형성된다. SNS엔 자신만의 치즈 플레이팅 사진과 언박싱 영상, 그리고 셰프가 직접 카빙해주는 라이브 클립이 연일 업로드된다. 소비자는 큐레이터이자 작가가 되고, 식탁 위에서 디자이너가 된다. 치즈는 더 이상 부수적인 존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통합하는 취향의 완전체로 진화 중이다. 이처럼 ‘치즈계 에르메스’가 던진 트렌드의 조각은 이제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룬다. 미식의 혁신 그 자체를, 지극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경험’의 가치가 중심이 된 시대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