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스타크래프트’까지 눈독… 국내 장수IP 접고 북미 명가로 방향전환

넥슨이 결국 방향을 틀었다. 최근 오버워치에 이어 스타크래프트까지 인수 타진에 나선 소식이 업계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정헌 대표 체제에서 넥슨은 자사 개발 토종 장수게임(=‘국내산 IP’)의 서비스 종료 또는 규모 축소를 이어가는 반면, 해외에서 검증된 글로벌 인지도 IP 흡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선명한 전략을 내놓았다. 2026년 9월 기준, 국내 게임사 중 이만큼 노골적으로 주력 포트폴리오를 통째로 바꾸는 곳도 드물다.

이번 행보는 2025년 말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파트너십 강화를 필두로 이미 시동이 걸렸다. 이후 업계 루머에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리그 라이선스 협상, 즉 직접 IP 소유 혹은 장기협력에 대한 딜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자 업계는 자체 IP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게임시장의 체질 변화 신호탄으로 주목했다. 넥슨은 주요 장수게임이었던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등 일부 타이틀의 PC 서비스 자체를 미국·일본 시장에 재포지셔닝하거나, 수익성 저하되는 라인업은 빠르게 정리하는 중이다. 당연히 수익률 관리와 기업가치(시장가치) 방어의 실리적 이유가 크지만, 이면엔 국내 시장의 정체‧고착화에 기반한 성장성 한계 진단도 깔렸다.

이정헌 대표의 체계적 판단이 두드러진다. 그는 2023~2025년 사이 수차례 신작 도전 실패 및 회원수 하락, 그리고 e스포츠 시장의 판이 ‘롤-발로란트’ 등 글로벌 메가 IP 구도로 수렴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간 e스포츠 메타는 변함없이 ‘IP 파워 = 플랫폼 지배력’을 실증하고 있다. 특히 매년 LCK, 롤드컵, OWL, 발로란트 챔피언스와 같은 대회가 모두 북미-유럽계 대작 IP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한때는 가능했던 한국산 게임의 대형 e스포츠리그 론칭 자체가 더이상 ‘ROI’가 맞지 않는 구조가 됐다. 직접 ‘IP 오너십’을 일부라도 가진 쪽이 플레이어풀, 리그권, 방송 콘텐츠 제작·유통까지 메타를 통제하고, 협력사도 끌어들인다. 이걸 넥슨이 못봤을 리 없다.

게이밍 시장의 축도 명확하다. 국내에서 대규모 유저층을 쥔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카트라이더(이마저도 넥슨이 접은 상태) 정도 뿐. e스포츠는 이미 모바일 신흥국에서도 모바일-콘솔 대작 IP 중심의 ‘슈퍼리그’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넥슨 또한 메타 분석상, 콘텐츠 중심의 독자 노선보다 “유통망+IP 활용 극대화”에 초점을 옮길 수밖에 없다. 이는 패턴상 ‘넷플릭스 모델’과도 비슷한데, 타사 콘텐츠를 빨아들이는 ‘플랫폼화’ 전략인 셈이다. 자체 IP에 집착해 리스크만 키우던 과거에 대한 정리, 그게 이정헌 타이밍의 키포인트다.

유사 사례 분석. 엔씨소프트가 2023년 리니지 외엔 승부를 포기하며 글로벌 라이선싱/협력에 올인, 카카오게임즈 역시 매출의 반을 따로 ‘글로벌 퍼블리싱’에서 벌어들이는 움직임 등, 이미 다른 강자들도 판을 비슷하게 바꾼 터다. 넥슨은 기존 장수게임 팬덤과의 충돌·불만까지도 ‘수익성 우선’ 카드로 일괄 대응 중이다. 2025년~2026년 사이 투입되는 ‘마비노기 모바일’까지도 해외 론칭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한때 2차 창작, 팬덤 기반 커뮤니티 등으로 상징되던 국내 장수 IP의 위상은 ‘사업적’ 외면으로 정리 수순이다.

이쯤에서 본질은 뚜렷하다. 게임 팬덤, e스포츠 트렌드, 신작 개발과 메타의 지속성, 모두에서 글로벌 IP, 즉 미국-유럽발 슈퍼 IP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란 사실. 넥슨 입장에선 국내사업 ‘감성’은 두 번째. 올해 판만 봐도 e스포츠 리그 판은 스폰서 예산이 결국 IP 오너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완성됐다. 즉, 자체 IP로 장기판을 노리기 어렵다면, ①라이선스 실리 확보, ②사업다각화, ③글로벌 스폰서와의 직거래— 이 세가지 방향 중 “글로벌 IP 컬렉터”를 고른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몇가지 숙제도 명백하다. 넥슨은 지금까지 ‘중간관리자’—즉 직접 게임을 제작하지 않으면서도 기득권을 누리는 플랫폼-유통형 사업모델로 잠깐 빛을 봤지만, 실제로 IP 소유권을 통한 단독 리그 운영이나 방송·콘텐츠 비즈니스 영향력에선 블리자드, 라이엇, 에픽처럼 퍼스트파티-글로벌급 기업과는 아직 체급차가 존재한다. 오버워치에 이어 스타크래프트도 진짜로 넥슨이 인수한다면, 콘텐츠 생산력이나 유저 락인(ROAS) 면에서 예상외의 변수들도 도사리고 있다. 해외에서 이미 브랜드에 피로감을 느끼는 ‘올드IP’라는 불안, e스포츠화 한계, 기대와 현실의 간극 모두를 넥슨이 버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넥슨의 선택은 국내산 IP의 시대 종식, 글로벌 IP 컬렉팅 기업으로의 전환선언이다. 한국 게임 시장의 오랜 감성, 향수, 집단적 경험까지도 경제적 논리가 앞질렀다. 아직 마비노기·메이플 유저들의 불만이나 반발,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판권 협상 여파까지 변수는 많다. 하지만 e스포츠 메타와 글로벌 IP 중심 구조가 대세로 굳어진 이상, 국내 장수게임 시대는 뒤안길로 접어들 분위기가 확연하다. IP 모으는 넥슨과, IP 내주는 한국 게임산업. 바통은 이정헌 대표의 동체시력이 어디까지 통할지에 따라 달렸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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