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학생들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꿈, 계산여자고등학교 ‘꿈드림프로젝트’ 현장 이야기
저녁 햇살이 유난히 환했던 9월, 계산여자고등학교의 일상이 낯설게 다가온다. 익숙한 교복 자락 사이로 분주히 오가는 학생들의 눈동자에는 설명할 수 없는 설렘이 머문다. 2026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이 방송국이 되어 직접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다. ‘꿈드림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은 평범한 하루를 새롭고 의미 있게 담아낸다. 바스락거리는 대본지, 서로 웃으며 건네는 사인, 녹화 신호와 동시에 잡아올리는 긴장감… 이 모든 것이 계산여고의 가을 풍경이다.
특별한 점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방송 체험이 아니라 ‘주제를 탐구하고 미래 역량을 키우는 실질적 학습’임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교사 주도가 아니라 학생의 주체성이 이끄는 현장, 방송 소재 선정부터 각본 짜기, 카메라 세팅, 편집까지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의 손길이 들어간다. 인터뷰에서 만난 한 학생은 방송국 PD처럼 기획서를 다듬으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과 생각을 말로만 상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본다는 기분”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친구와 의견이 다를 때, 카메라가 고장 났을 때, 완벽하게 흘러가지 않을 때 느끼는 좌절마저도 프로젝트의 일부가 된다. 시행착오 속에서의 성장이, 바로 미래 역량의 원석임을 현장이 증명했다.
쉽게 지나치기엔 이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결이 매우 다채롭다. 요즘 청소년들이 일찍이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한다는 보도는 많지만, 정작 직접 손을 대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스스로 책임지는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프로젝트는 아직 많지 않다. 타 학교 사례나 다른 교육 격차를 살펴보면, 실제 진로/적성 교육 역시 대부분 강의형이나 체험 일회성에 그치곤 한다. 하지만 계산여고의 ‘꿈드림프로젝트’처럼 촬영부터 편집, 발표까지 학생 주도로 이어지는 경험은 비교적 드물다. 참여 학생들은 때로는 사회 이슈를 다루며 논쟁을 벌이고, 때로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친구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교사들은 지나친 개입 없이, 다만 긴 호흡으로 곁을 지켜준다.
교실 안에서 학생들의 대화는 반짝거린다. “내 목소리가 어른들 귀에 정말 닿을까?”, “실패해도 누군가 괜찮다고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짧은 고백들이 공간을 채운다. 방송을 위해 의견을 충돌시키고, 각자의 고집을 다듬으며, 서로를 배려하는 이 과정엔 생각보다 깊은 정서적 배움이 스며 있다. 화면에 잡히는 카메라 너머로, 교정 곳곳에 남겨진 학생들의 뒷모습이 길게 이어진다. 밖에서는 ‘진로 교육’, ‘미래 역량’ 같은 커다란 단어들이 떠다니지만, 이곳에서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경험이 소중하다. 학생 개개인은 “혼자 힘든 것 같아도, 끝까지 도전해 본 경험이 나중에 큰 용기가 됐다”고 말한다. 땀에 젖은 얼굴 위로, 기술과 감정이 섞여 자연스러운 성장의 흔적이 남는다.
미래의 교육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주체성’과 ‘경험’을 통한 성장이다. 이곳에서는 틀에 박힌 수업이나 평가 대신, 학생 스스로 기획자, 촬영자, 연출자, 진행자가 되어 본다. 카메라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고, 직접 피드백을 나누며, 실수에 웃고 좌절 속에서 서로를 다독인다. 이 과정에서 얻는 자신감과 책임감, 그리고 주변 사람과의 소통 능력이 그 어떤 교과서보다 분명한 삶의 자양분으로 남는다는 걸 현장이 증명한다. 수십 명의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짧은 영상에도, 제각기 다른 목소리가 녹아 있다. 어느 학생은 “내가 만든 영상이 학교 방송으로 나가니까 부모님도 응원해주셔서 특별한 추억이 됐다”며 감동을 전했다. 가족, 친구, 선생님이 함께 그 과정을 지켜보는 풍경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작은 학교 안, 조용히 시작된 꿈. 하지만 학생들의 자라나는 역량은 결코 작지 않다. 언젠가 사회의 한가운데서, 이 아이들이 다시금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날을 상상해본다. 더 많은 학교와 지역에서 이런 실험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누구나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두렵지 않은 세상, 누구나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평범한 용기의 소중함을 오늘, 계산여자고등학교의 교정에서 배운다.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노력이 작은 울림이 되어 우리 모두의 미래와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