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K-드라마 넘어 식문화까지”… 美 출판가, 올가을 韓 요리책 발행 ‘봇물’

올가을, 미국 출판계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K-팝과 K-드라마 열풍이 현지 미디어와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최근에는 한식에 대한 관심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지며, 이에 힘입은 한식 요리책 출간이 유례없는 빈도로 이어지고 있다. 북미 대형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올가을 한식 요리책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은, 한 식문화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문화 소비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2026년 가을 미국 서점의 신간 코너에는 ‘K-FOOD’의 라벨이 부착된 컬러풀한 요리책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미국 현지 요리 출판업계의 거장부터 신진 한인 셰프까지 다양한 시선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국의 식탁’이 소개된다. 특히, 현지 셰프들의 레시피와 한국계 인플루언서들이 펴낸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요리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성이 크다. 최근 방탄소년단(BTS) 등의 세계적 성공과 동시에 오징어게임·더글로리 등 대표적인 K-드라마가 북미 시장에 인상적인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MZ세대, 알파세대의 ‘경험 소비’ 성향이 식문화 쪽으로까지 자연스럽게 번졌다. 이들은 더 이상 한식당에서 단순히 낯선 요리를 경험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집에서 한국 요리를 해보려는 니즈를 드러낸다. 유명 쿠킹 클래스 플랫폼에서 한식 카테고리 예약이 급증하고 있으며, 틱톡·유튜브 쇼츠 등 숏폼 메타에서 김치볶음밥·불고기·비빔밥 등 전통 한식은 물론 떡볶이, 김밥, 달고나 커피 등 K-스낵까지 각광받고 있다. 최근 집계된 ‘어도비 디지털 인사이트’의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26년 7~8월 북미 내 ‘Korean cookbook’ 온라인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1% 급증했다.

이처럼 미국 출판업계가 한식 요리책 출간에 적극 나서는 기류는 식문화도 ‘가치 소비’의 대상임을 보여준다. 현지 출판사 관계자들은 인터뷰에서 “한국식 요리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서, 건강·웰빙·지속가능성 등 최신 식문화 키워드와도 완벽하게 조응한다”고 강조했다. 전통 발효식품에 대한 과학적 접근, 채식·비건 등 글로벌 다이어트 트렌드를 수용한 새로운 한식 레시피, 집밥 감성으로 풀어낸 한국 엄마표 밥상까지, K-요리책은 단순 레시피북에서 라이프스타일 북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서점 아마존에선 이미 ‘Korean Home Cooking’ ‘Mother’s Table’ 등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뉴욕타임즈는 올가을 한식 요리책 트렌드를 별도 섹션으로 집중 조명했다.

출판 트렌드는 한식 식재료 및 관련 상품 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홀푸드마켓에서는 김, 고추장, 된장 등 주요 K-푸드 제품 진열대가 확대되고, 소비자들은 이제 ‘집에서 손쉽게 한국 요리 즐기기’에 맞춘 다양한 밀키트를 구매한다. 이런 흐름은 한식이 단지 유행을 넘어서, 현지 식품 시장 내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잠재력이 높아졌다는 신호다. 식품업계 및 푸드테크 스타트업도 K-푸드의 글로벌 교두보를 확장하기 위해 현지화된 레시피, 영문 패키지·브랜딩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한류 특유의 미학적 감성, 건강과 심플함, 그리고 ‘함께 먹는 즐거움’이라는 공동체 가치가 핵심 카피로 작용한다.

식문화 글로벌화에서 중요한 변수는 시각적 즐거움과 감각의 경험이다. 한식 요리책들은 고해상도 음식 사진, 텍스처를 강조하는 화려한 레이아웃, 음식과 일상의 연결성 등 새로운 미디어적 언어로 현지 독자들에게 어필한다. SNS에서 화제를 모은 ‘쌈 싸먹기 챌린지’ ‘한그릇 밥상’처럼 조리방법을 시각적으로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챕터는 이제 필수다. 심지어 일부 출판사는 AI 이미지 생성, 증강현실 AR 조리 가이드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독자의 체험도 극대화한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출판 전략은 MZ·알파세대의 ‘도전적 체험’과 ‘SNS 인증 욕구’도 한 끗 더 자극한다.

K-푸드를 둘러싼 미국 내 식문화 담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식의 진취성은 ‘욜로소비’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많다. 동시에, 지나친 현지화와 단순 트렌드 소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필요한 대목이다. 전통을 변형한 퓨전 메뉴가 한식의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한식’이 소수 문화 혹은 일시적 붐에 머무르지 않고 진짜로 현지 식탁의 일상에 스며들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럼에도 K-요리책 출간 트렌드는 한식 브랜드가 ‘맛’에서 ‘문화’, 더 나아가 ‘가치’로 확장하는 데 있어 분명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K-드라마에서 받던 질문이 ‘OST가 뭐지?’였다면, 이제는 ‘이 음식 어떻게 만드는 거야?’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한식의 글로벌 저변 확대는 문화·경제·라이프스타일 모두에 의미 있는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식탁 위 한류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식 요리책이 베스트셀러 메대에 오른 이 가을, 우리의 음식과 식문화가 전 세계 식탁 위 일상적 즐거움이자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장면은 더욱 흥미롭다. 앞으로 한식은 어떤 방식으로 현지인들의 미각과 일상, 커뮤니티에 스며들지 기대해 볼 만하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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