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작심발언, 수비수의 무게와 손흥민의 공감…한국 축구의 희망과 숙제
‘수비수만 불쌍하다’—2026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부주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던진 한마디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었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이 본격화하며, 벤투 감독 체제에서 이어진 공격 재능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수비의 고충이 수면 위에 올랐다. 손흥민(토트넘)의 “이해한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동의는 팀 내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결코 한 경기 패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일 아부다비에서 펼쳐진 UAE전, 대표팀은 전반 초반 장악력에서 밀리지 않았으나, 상대의 일시적인 집중 공세에 수비 밸런스가 무너졌다. 김민재는 중원 압박의 부재와 윙백들의 라인 컨트롤 난조,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의 미숙함에 절망에 가까운 제스처를 연거푸 보였다. 사령탑이 내린 비교적 빌드업 지향적 전술 아래, 센터백들에게 요구된 커버 범위는 피치 위의 가로넓이 70m 전체로 확장됐다. 2020년대 유럽 강호들이 활용하는 하이 프레스와는 결 방향의 느슨한 포백이 반복됐다. 전방 압박 과정에서 펠리페(강원), 백승호(전북) 등 미드필더진의 연계가 끊어지면, 김민재와 협력하는 홍정호, 김영권 등의 동선 조정 능력도 한계치를 노출했다.
피지컬, 순발력, 위치 선정, 빌드업 기여—김민재가 유럽 최고 수준에서 증명한 자질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에서는 그조차도 ‘땜질 수비’의 반복에 시달려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선수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A매치 5경기당 실점률이 1.2점에 육박할 정도로 불안정하며, ‘벤투 신드롬’이라 불리는 전방 공격 우선주의 전술이 수비 트랜지션 단계의 취약점을 방치해왔다. 손흥민-이강인-황희찬—이 화려한 선수들의 공격 가담에 비해 공수 전환 시 수비 조직력은 아직 월드클래스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일반 팬들은 득점 장면에 환호하지만, 김민재의 발언은 수비진의 고독한 희생이 축구 전술 전반의 미완성 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을 품격 있게 짚어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손흥민이 처음으로 이러한 ‘수비의 피로’에 대해 공개적으로 공감했다는 점이다. “이해하고 미안하다”는 리더의 발언은 사회적 통념상 드문 행보다. 변화의 징후다. 이는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손흥민이 동시대 축구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리버풀, 레알마드리드, 인테르밀란 등 상위권 팀들은 수비수의 과부하를 예방하기 위해 미드필드 견고함과 전술적 롤의 전면적 재편에 힘써왔다. 강한 압박과 기동성, 라인 간격 유지는 2020년대 축구 전술의 대세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아직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수비수만 불쌍’하다는 절박한 선언, 거기엔 선수·팬·코칭스태프 모두 공감해야 할 묵직한 울림이 있다.
대표팀의 이런 상황은 미래를 위한 자극제이자, 과도기적 고통이기도 하다. 김민재는 불과 3년 만에 한국 축구가 세계적 수비 시스템 개혁의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우려한다. K리그에서도 수비수의 비율적 가치가 거론되지만 실제로 유소년 시점부터 공격 자원 편향이 누적되어 왔다. 세계적 클럽들은 테크니컬 디펜더에 전술 코디네이터급 기능을 위임한다. ‘모든 플레이는 수비에서 시작되어 수비로 완성된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현장 취재 결과, 김민재는 “내가 그라운드에서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건 개인이 아니라 팀 전술의 문제다. 앞으로 팀이 수비에 대한 팀적 책임을 더 나눴으면 좋겠다”고 직접 밝혔다. 이는 현 캐릭터 중심 위주 전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다. 타짜처럼 재빠른 커팅, 체스판을 지휘하는 포지션 조정력,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희생. 모든 필수 역량이 축구의 수비수를 결정짓지만, 그 가치는 수면 아래 잠들어 있다가 결정적 위기 때 드러난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 발언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3백, 4백 문제 차원이 아니라, 빌드업 속도와 수비수의 공간 담당 범위를 현실화하고, 미드필더들의 압박 하중을 분산하는 구조 재정립이 필요하다. 선수 한 명의 희생을 두고 ‘캡틴은 미안하다, 부주장은 불만이다’로 귀결되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바꾸겠다는 실천적 결의가 실종되어선 안 된다. 팬들의 의견 역시 묻혀선 안 된다: 대표팀의 허약한 수비조직에 대한 고민, 그것이 곧 한국 축구의 내일을 바꾼다.
남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로 흘릴 이 작심발언에 축구는, 스포츠는, 그리고 리더십은 답해야 한다. 앞으로 국가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즉흥적 영감이 아니라, 인내와 구체적 준비, 그리고 현장의 소리를 반영하는 승부수일 것이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