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육정책 논의하겠다고 신설한 12개 국교위 특위, 회의 100% 참석 위원은 38%뿐
며칠 전 만난 초등 2학년 손주의 손을 잡고 학교 앞을 지나던 김옥자(69) 할머니는 요즘 ‘뉴스 보기조차 속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할머니는 “교육정책이 바뀐다는 뉴스만 봐도 마음이 불안한데, 그런 논의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운이 빠진다”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2026년 들어 교육계를 관통하는 뉴스 중 하나가 국정교육위원회 내에 신설된 12개 특별위원회의 실효성 논란이다. 교육정책의 방향성과 세부 과제 설정을 위해 지난해 야심차게 출범한 이 특위들, 실제로는 주요 위원들의 회의 참석률조차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열린 수십 차례 공식 회의 가운데 ‘모든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한 위원’은 38%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여러 차례 결석하거나 대리 출석이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결정된 바 없는 절차적 권위와 달리, 실무적 차원의 헛바퀴만 돌고 있는 셈이다.
이 손실의 파장이 결코 가벼울 리 없다. 서울 강동구에서 10년 넘게 학부모회 활동을 해온 남윤희 씨는 『근본적 변화가 아니라 형식에 치우친 ‘노력’이 반복되는 현실』이라며 “특위 위원 참석률만 봐도 결과를 알고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정책에 아이들이나 가족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남씨의 목소리엔 누적된 피로와 실망, 그럼에도 여전히 남은 희망이 공존했다. 다른 문제마저 건너뛰긴 어렵게 만들었다.
교육정책에 힘을 싣겠다며 국교위가 출범한 건 역대 그 어느 때보다 교육불평등과 격차 문제가 심각해진 2020년대 상황과 무관치 않다. 2023년 발표된 ‘대한민국 학부모 행복지수 실태조사’에서도 아이와 가족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변화’라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 국교위 특위 논란처럼, 겉으로 혁신을 외치고 내부에선 공백이 반복되는 현실에선 변화에 대한 믿음도 자라기 힘들다.
의도는 분명하다. 정부는 교육민주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체를 강조해왔고, “폭넓은 전문가와 당사자가 머리를 맞대는 구조가 마련됐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이 구조 안에서도 회의실은 빈 자리가 드물지 않았다. 담당 실무자는 “참석 독려와 사전 협의 과정을 강화 중”이라 했지만, 그 해명보다는 실제 아이와 가족의 목소리가 제자리에 닿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 더 크게 울린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회의 참석률 수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신설된 특위들의 역할과 목표 역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검증된 적은 드물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목적문에서도 “지역·계층 격차 해소” “현장감 있는 정책”이란 구호가 반복됐으나 정작 각종 정책설계 과정엔 여전히 관료적 사고가 짙게 드러났다. 한 교사는 “전문가 명단만 화려하지, 실제로 교실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는 건 아직도 먼 일”이라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다른 나라 사례에서도 유사한 구조적 한계가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교육정책 자문기구 역시 지난 5년간 참석률·전문성 미달을 이유로 정기적인 구조조정을 반복했다. 연구진은 “창구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사회적 합의력은 낮아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합의기구가 많다는 사실 그 자체로 신뢰가 생기진 않는 셈이다.
교육이라는 영역이 정치적 이해득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위원 한 명, 한 명의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교위 관계자는 “구성원 대부분이 학교, 학부모, 청소년, 지역 등 다양한 소속사람들이지만, 현실적으로 자문 역할만에 머문다”고 실토했다. 그 때문에 아이와 가족,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가 머릿속에 그렸던 변화와 현실의 온도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은 결국 현장에서 살아 움직여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드러난 ‘아이 방치’ 문제나 저출생 위기, 교실 붕괴가 대표적이다. 12개 특위가 출범할 때 각지 언론과 교육단체에서 내세웠던 목표 역시 “애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 “모든 아이가 행복한 교육권을 누리게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 약속이 실현되려면 회의장 빈자리가 아닌 목소리로, 책임이 아닌 참여로 채워져야 했다. 어느새 종종걸음으로 킨 커피잔만 남긴 채, 자리에 없는 이들이 결정권을 쥐는 현실이라면, 누구도 마음을 기대기 어렵다.
회의 참석률 38%. 때로는 숫자보다 그 아래 숨겨진 이야기가 더 묵직하다. 자신 또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바쁜 시간을 내 세운 사람들은 그 자리가 헛되지 않길 바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줄곧 힘을 보태온 선생님, 학부모, 지역사회 활동가 등 수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오늘 논의를 관통하는 이유다. 참여와 소통이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닌, 어린이와 가족 손에 닿는 실제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정책 한 조각을 위해 밤낮으로 고민한 누군가의 고단함이 더는 허투루 소비되지 않기를, 새로운 출발점에서 진심어린 의미가 내려앉기를 바라는 오늘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