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시대’ 속 외교 전략의 균열, 경고등 켜진 현장
외교 정책의 방향성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김동연 전 경기도지사가 현 정부의 외교 노선을 ‘역주행’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진 발언의 핵심은 외교의 실패가 곧 경제안보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는 경고에 있다. 김동연은 현안으로 대두된 한미, 한중, 한일 관계 등의 꼬인 외교를 직격하면서 국제적 신뢰 약화와, 그에 따른 수출·투자 등 실질적 경제위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장에서 드러나는 구체적 사례는 이미 무역 현장이나 국내 기업들의 체감지수로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의 대외 행보, 특히 미국-중국 경쟁구도 속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무뎌진 모양새다. 최근 국제 경제질서의 흐름은 지정학 리스크 확대와 경제안보 논의로 집중되는 양상인데, 우리 정부는 반도체·배터리·AI 등 첨단 산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선택지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실물 경제의 프론트에서 활동 중인 재계 핵심 관계자들마저 ‘외교가 답답하다’,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신뢰 기반의 네트워크가 무너질 때, 글로벌 공급망 분쟁에 휘둘리고 자원조달이나 수출선 차질 등 연쇄 위험 요소가 돌출된다. 이는 이미 반도체와 2차전지 분야, 주요 중간재 무역에서 체감되는 현상이다.
한국의 외교 전략은 과거 ‘균형외교’, 즉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나, 최근 몇 년 사이 한쪽으로 쏠린 선택적 외교, 이른바 ‘여과된 동맹’으로 방향을 튼 느낌이 역력하다. 해당 움직임에 대한 비판 여론의 골도 깊어진 상태다. 내부적으로 봤을 때, 대통령실과 핵심 관료진 상당수가 외교현장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정책 기획형’ 인물들로 재편된 점, 대신 단기적 정파 이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핵심 현안마다 돌출되는 메시지 불일치, 핫라인 부재, 위기대응 매뉴얼 미흡 등은 최근 몇 차례 외교 참사로 기록된 계기적 사건들에서도 반복됐다. 이 배경에 관성화된 정권 내 소통결핍과, 주요 외교문제 결정 과정에서 관료조직의 조기 배제 등이 자리잡고 있다.
현장의 산업계 역시 외교 불확실성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출주도의 경제구조에서 외풍에 사실상 무방비나 다름없는 현실이다. 글로벌 첨단부품 기업 A사 관계자는 “무역 동맹 변화는 곧 발주차질과 환율리스크로 직결된다. 정부에서 진정성 있는 위험관리 시그널을 주지 않을 때, 해외 파트너들이 가장 먼저 이탈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안보와 경제안보를 분리할 수 없다는 통념은 이미 국제 경쟁 질서에서 상식이 되었다. 미국-중국 갈등 국면에서 글로벌 첨단공급망이 재편될 때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혹은 중국 사이 어느 한 쪽에 올인할 수 없는 이중적 딜레마에 처하는 현실이 극대화되고 있다. 김동연의 발언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드는 경고다. 외교의 교착 국면이 한국 경제의 미래 생태계, 특히 신산업 투자 유치와 일자리 구조조정 등에 얼마나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다만 진보·보수를 막론한 거대 정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시각 차는 크다. 여권은 대외 안보 환경이 엄중하다는 기존 논리로 일관하고 있으나, 일부 보수계 진영 내부에서도 “정파적 성공보다 지속가능한 경제안보 체제 구축이 우선”이라는 내부 반성이 점점 힘을 얻는 분위기다. 야권은 정부의 ‘정치적 메시지 중심 외교’가 오히려 실익을 해치고 있다고 일제히 반발하며, 국회 차원의 외교 재정립 특별기구 신설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학계·현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 중국, 일본 각각에 뚜렷한 지렛대를 두고 ‘실리외교-위기관리’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일본의 방위력 증강과 중국 내 대폭적인 수입규제 강화 추세는, 우리 외교의 전략적 기민함이 얼마나 실종됐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사인이다.
결국 문제는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이를 둘러싼 정보 흐름의 폐쇄성이다. 정권 초기부터 핵심 정보가 대통령실-내부 한정 라인에서만 순환되는 현상, 외부 경로(학계·산업계·언론)와의 쌍방향 피드백 부재가 이른바 ‘외교 블라인드스팟’을 키웠다. 김동연의 ‘경제안보 시대’라는 프레임 역시 최근 국제뉴스, 월가 보고서, 아시아 신흥시장 분석 트렌드와 상당 부분 맞물리는 지점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이코노미스트, 일본 니혼게이자이 등 글로벌 주요 매체도 동아시아 신흥국 외교가 ‘경제-안보 동맹’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고 공동 분석했다. 한국 역시 이런 국제 흐름에서 더 이상 ‘팔짱 낀 관전자’가 아닌, 글로벌 대형 투자와 기술거래 구조를 실시간으로 체감·조정할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 정치권이 이런 경고를 단순한 정파 공세로 받아들이거나, 일회성 사안으로 넘긴다면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재앙이 반복될 수 있다. 외교가 실패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대가를 치르는 시스템적 연결 구조 — 바로 이것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며, 이후 정권의 흥망 역시 ‘경제안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근간에 둘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내부 고발적 언어와 복수의 데이터, 현장 분위기로 비춰볼 때 지금 한국 외교의 위기는 일시적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경고장이다. 실질적 현실 진단과 투명한 의사결정, 그리고 신속한 위기관리 인프라 구축이 다시금 절실해진 시점이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