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물, 남은 연차 탈탈 털어 해외여행” 연말 예약 138% 급증…또 일본인가 했더니
10월 하순, 국내 여행 시장이 유례없는 활기를 보이고 있다. 전국 주요 항공사와 대형 여행 플랫폼마다 연말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138%나 수직상승했다.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마스크 없는 연말, ‘가장 나다운 소비’로 해외행 티켓이 각광받는 모양새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각 업체들의 통계에서 드러나는 신호들은 명확하다. 그동안 여행에 쏟지 못했던 ‘나에 대한 선물’ 심리가 되살아났다는 점, 그리고 이제 일본만이 아닌 다양한 목적지로 확장되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이다.
2026년 연말 예약 트렌드는 분명 경쾌하다. 티몬, 야놀자, 인터파크투어 등 빅3 플랫폼에서 12월~1월 사이의 항공·호텔 동시 구매 패키지 매출은 폭발적이다. 올해 고객의 67%가 남은 연차를 ‘아끼지 않고’ 모두 소진하며, 일부 소비자는 비즈니스석이나 프리미엄 호텔로 눈을 돌렸다. 배경에는 두터운 저축과 실적이 쌓인 ‘MZ세대 직장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련되게 재해석된 ‘욜로(You Only Live Once)’가 다시 돌아온 셈이다. 해외여행객의 연령 분포 또한 20~30대에서 40대까지 고르게 퍼지며, ‘나를 위한 시간소비’에 대한 보상 심리가 올해 연말 소비 코드를 흔들고 있다.
일본 여행은 여전히 최상위권이지만, 변화의 바람도 일렁인다. 야놀자에 따르면 예약 증가 폭이 가장 큰 나라는 필리핀(194%), 대만(172%), 태국(165%)이다. 기존 일본,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중심에서 방콕, 다낭, 타이베이, 세부 등 동남아 지역이 강하게 부상했다. 이는 항공노선 다양화, 비자 완화, 리오프닝에 따른 방역 규제 해지가 합쳐진 결과다. 한편, 엔저 현상은 여전히 일본 여행 선호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또 일본이야?’라는 피로감을 새롭게 트렌드를 찾는 소비성향이 덮고 있다. 신혼여행이나 가족여행 역시 하와이, 몰디브 등 장거리 목적지로 플레이버가 다변화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MZ세대의 취향과 팔로워 영향력, SNS 후기 같은 디지털 기반 정보 소비가 여행지 선택에 큰 퍼포먼스를 주는 양상도 짙다.
여행 패턴에도 스몰 럭셔리, 즉 일상보다 조금 특별한 상품을 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5성급 호텔 조식, 인피니티풀, 미쉐린 레스토랑 포함 패키지에 대한 선호, 그리고 로컬 액티비티·개인 맞춤 여행 컨시어지 서비스도 연말에 집중 구매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여행이 ‘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불어졌다는 평가. 실제로 인터파크투어의 12월 건당 평균 결제액은 155만원, 전년 대비 34% 핑크빛 상승이다. 소비자의 심리 수준에서도 ‘지금 쓰지 않으면 언제 쓰나’, ‘명확한 목적소비, 누굴 위한 여행도 아닌 오롯이 내 취향’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무엇보다 연말 특수성을 노린 항공사, 호텔 체인의 ‘선보상 프로모션’, ‘쿠폰 대전’, ‘얼리버드 오퍼’가 시기적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
해외여행 예약 급증은 라이프스타일의 대전환로 읽힌다. 기념일, 생일보다 ‘연차 모두 날리기’가 신년을 여는 새로운 의식처럼 자리잡는다. ‘1년에 한 번 나에게 주는 여행’은 이제 MZ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셜미디어에는 각자의 여행 복귀 선언, ‘연차풀 활용법’, 친구 대신 혼자 떠나는 솔로 여행의 팁까지 줄을 잇는다. 취향·취미가 다각화된 만큼 목적지도 세분화되는 양상이다. 먹거리와 휴양이 믹스된 동남아 패키지, 거리 예술&카페 투어 중심 도쿄, 후쿠오카 등 개별 테마 여행리스트가 인기다. 이렇듯 2026년 겨울, 목적·형태·소비 심리 모두에서 ‘내가 주체’인 해외여행의 새장르가 태동하고 있다.
물론 ‘연말 여행 열풍’이 남긴 명암도 있다. 인기 노선은 이미 11월 초순에 매진돼 실구매 어려움이 뒤따르고, 플랫폼별 가격차도 커졌다. 일부 여행자는 과도한 휴가 소진과 비용 증가에 우려를 표한다. 그러나 소비 시장 대다수는 ‘기다렸던 자유, 나만의 여정’에 더 큰 만족감을 보인다. 리얼리티는 곧 트렌드가 되고, 트렌드는 다시 소비를 촉진한다. 전통적인 연말모임, 송년파티에 식상해진 사람들이 여행을 통한 재충전을 선택하는 것은 이제 거대한 사회적 흐름이다. 2026년 연말, 해외여행을 둘러싼 소비자 심리는 분명히 업그레이드됐다. 과거 단순한 외유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실천, 그리고 ‘소비의 미학’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만큼 고도화된 모습이다. 남은 연차를 탈탈 털어 떠나는 이들의 행선지, 여행이란 또 하나의 자기선물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