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 원칙, 다시 시험대에… 대통령 발언이 던진 파장과 법조계의 시각

이명진 대통령이 “특정 종교재단의 조직적 정치 개입은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 원칙의 정면 위반”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치권과 종교계, 법조계에 거대한 파문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이례적인 직접 경고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사정기관의 후속 조치를 암시하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해묵은 ‘정교분리’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수 성향의 대형 종교재단인 ‘한국기독교총연합'(가칭)이 주최한 ‘구국 기도회’에서, 재단 총회장이 현 정부의 특정 정책을 ‘반국가적’으로 규정하며 내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에 대한 조직적 낙선 운동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해당 발언이 교단 소속 방송 채널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수차례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확전을 자제하는 듯했다. 하지만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이 대통령은 12월 2일 국무회의에서 직접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며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공은 법 집행기관으로 넘어갔다. 핵심 쟁점은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2항,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정교분리 원칙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다. 법조계의 시각은 복잡하게 엇갈린다. 우선 대통령의 발언이 헌법 수호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헌법 전문 변호사는 “종교단체가 비과세 등 상당한 공적 혜택을 받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며 “특정 후보의 당선·낙선을 조직적으로 도모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명백하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지점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 개진까지 ‘불법적 정치 개입’으로 규정하고 사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오히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설교와 정치적 선동의 경계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결국 관건은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실제 행동 여부와 그 강도에 달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수사를 개시할 명분은 충분히 확보됐지만, 실제 사법처리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재단의 자금이 직접 선거자금으로 흘러 들어갔거나, 구체적인 지지·반대 활동을 지시한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단순한 비판 발언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사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핵심은 ‘조직적 개입’과 ‘자금의 흐름’을 사법적으로 증명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법치주의 확립’이라는 명분과 함께 ‘종교 탄압’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힐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보수 종교계의 강력한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칙을 강조한 배경에는,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법리 다툼을 넘어, 향후 한국 사회의 정치 지형과 이념 갈등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헌법 제20조’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치열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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