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꺾인 해외여행 열기…노동절 연휴, 푸른 바다 대신 창밖으로 흐르는 산천을
팬데믹 이후 하늘길이 열렸지만, 해외로 향하는 발걸음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번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고유가가 장기화되며, 멀고 이국적인 여행이 아닌 집 가까운 기차역에서 시작하는 여행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KTX 예매 창은 순식간에 매진 표시로 바뀌었고, 긴 줄을 따라 손에는 기차표를 들고, 서로의 일상 속 잠시의 탈출을 꿈꾸는 이들이 올봄 플랫폼에 무리지었다.
하늘길을 가르는 비행기의 엔진 소리는, 유가와 항공료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현실 속에서 페이드 아웃되었다. 미국 달러 강세와 국제 유가의 불안정, 공급선 이슈까지 맞물린 결과다. 항공권 가격, 그리고 여행 경비 전반이 오르면서 멀리 떠날 기회는 더 멀어진 셈이다. 몇몇 항공사들은 연휴 인기 노선을 두고 요금을 2~3배까지 높였고, 저가 항공마저도 항공세, 유류할증료가 고개를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외화 환율, 매번 고급화되는 숙박비, 여행 경비의 두께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KTX, SRT 등 철도 티켓 예매 전쟁이 또다시 펼쳐졌다. 일부 노선은 개시 1시간 만에 동났다. 수도권에서 부산, 강릉 등 남쪽 해안, 동해의 맑은 파도와 바람이 머무는 공간을 찾는 이들로 열차는 꽉 찼다. 역사는 간이 의자, 대합실 바닥마다 여행객의 가방과 기대 앉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갈증이 채워지는 듯한 들뜸과, 여유 한줌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누구나 쉽고,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장거리 기차 여행. 가족 단위 휴가족, 친구들과의 즉흥적 당일치기, 오랜만에 자유를 찾은 청춘들의 작은 모험. 스크린에서는 초여름을 닮은 초록, 푸르른 들판과 푸석한 산봉우리가 시간에 따라 바뀐다.
도시락과 커피, 작은 간식 봉지가 여행의 동반자가 된다. 늘 분주하던 서울역, 부산역, 대전역이지만, 연휴 전날 그 온도와 리듬은 확실히 다르다. 늘 반복되는 출퇴근길 KTX에서 지친 표정 대신, 설렘과 조금의 긴장이 교차한다. 대합실 풍경에서는 어린아이의 손길, 모두의 웃음, 자신들만의 풍경을 사진에 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각자의 목적지는 분명 다르지만, 그 모두가 일상의 울타리를 잠시 벗어났다는 사실은 같다. 기차 칸의 창문 너머를 흐르던 봄빛과 철로의 소음이 ‘여행’이라는 단어를 가슴 깊이 각인시킨다.
통계로 들여다보면, 고유가는 여행 패턴을 바꿔놓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여행자 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감소했다. 반면 내륙 여행, 특히 연휴 기간의 국내 철도 여행 수요는 37% 이상 늘었다. 철도공사 온라인 예매 서버가 일시적으로 느려지거나, 표 없이 승강장에서 대기하는 문의도 적지 않았다. 국도와 고속도로 휴게소는 늘어난 차량 행렬로 북적였고, 각 지역 소도시의 숙소 예약률도 치솟았다.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맞춤형 기차 여행 상품, 자연탐방과 소도시 골목길 산책, 이색 맛집 투어까지 노출 빈번도가 높아졌다.
여행 업계 관계자들은, 비록 모두가 원하는 장거리 휴가를 떠나지 못하더라도, ‘마음의 거리’를 좁혀주는 여행이란 가치를 이야기한다. 단기간에 인기 여행지의 혼잡이 논란이 되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각자 여행 동선이 다채롭고 소소하다. 20여 분 거리의 커피 마을, 한적한 해변, 근교의 작은 오름까지. 그 속에서 각종 지역축제, 시즌성 먹거리, 평소 놓쳤던 풍경이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사람들은 어쩌면 화려한 이국적 풍광이 아니라, 평범했던 집 근처의 작은 계절 변화를 체험하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집값 부담, 불확실한 경제 기류 속에서 멀리 가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휴식’에 시선이 모인다. 도시의 열기와 복잡함을 피해 기차에 몸을 싣고, 지나는 풍경과 낯선 역의 공기를 마시는 일은, 잠시만이라도 ‘일상’을 멀리 밀어내는 힘이 있다. 플랫폼 주변의 작은 분식집, 길모퉁이 꽃집에서 떠나는 여행자의 발길을 잡는다. 이른 아침, 혹은 느지막한 퇴근길에 KTX 객차에서 마주하는 풍경에는 비행기를 탄 듯한 특별함보다도, 오히려 소소한 나만의 일탈이 담겨 있다.
지금의 고유가, 이상기후, 복잡한 국제정세가 연쇄적으로 일상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른 새벽, 아직 덜 깬 도시의 소리를 벗어나 여행을 계획한다. 철도 여행이 단지 비용 대체제가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쁘게 흘러가던 일상에 숨 쉴 틈을 내어 주는 것,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은 풍경을 가슴에 담고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요즘 사람들에게 진짜 여행의 의미인 듯하다.
이 노동절 연휴의 KTX 만석은 잠깐의 풍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혼자 혹은 함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허락된 작은 탈출의 순간이 언제나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와 자리 없네!! 진짜ㅋㅋ 고유가 영향 크구나💸💸
신기하네!! 국내열차 핫하구나🔥
한국의 연휴 풍경이 확실히 달라진 게 느껴집니다. 국내 열차여행의 매력은 있지만 모두가 몰리면 이건 또 다른 스트레스겠죠. 여유롭게 여행하는 날이 오길…
연휴마다 자리 잡는게 점점 힘들어지네요ㅋㅋ 이러다 열차 더 증편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