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부는 월드컵 응원 바람, 학교의 ‘응원 교육’ 어디까지 가능한가

2026년 월드컵 시즌이 찾아오면서 전국의 학교 현장에는 또 한 번 특별한 고민이 찾아왔다. 학생들은 월드컵 경기를 교실에서 함께 시청하며 응원을 펼치기를 희망하고, 교사들은 이를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두고 저마다의 시각차로 고민에 빠진다. ‘선생님, 월드컵 보고 싶어요’라는 요청이 학급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요즘, 응원과 교육의 균형점은 어디일까.

대전, 부산을 비롯해 각지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소속 학생들이 월드컵 경기 일정에 맞춰 ‘공동 시청’을 원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경기를 본 뒤 감상문이나 국가 간 역사·사회·문화 차이 등을 공부하는 ‘월드컵 특강’ 형태로 발전하거나, 학생 스스로 ‘응원 동아리’ 형태를 추진하는 등 월드컵을 매개로 한 교육활동이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교사는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글로벌 행사를 같이 보며 학생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의미 있다”고 평한다. 실제로 2002년 월드컵의 강렬한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다. 당시 붉은 유니폼을 나눠입고 운동장에서 단합했던 경험은 공동체 의식 형성과 정체성 교육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

하지만 모든 학교, 모든 교사가 월드컵 경기 시청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정규 수업을 포기하고 경기를 보는 것이 진정 교육에 부합하는지 고민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학사 일정, 수업 진도, 대학 진학 등 기존 교육 체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경쟁 중심으로 재편된 입시 문화 탓에 일부 고학년 학생들은 축구 응원 대신 수업이나 자기공부를 더 원한다는 반응도 있다. 특히 수도권 일반고 3학년생 신모(18)는 “월드컵 응원도 즐겁지만 요즘 같은 입시철엔 솔직히 공부가 더 걱정된다”고 토로한다.

교사들 입장에서도 학생 자율성, 사회현상 교육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학교 내 ‘줄세우기’ 문화, 수업 배분의 형평성, 학부모 민원 등 현실과 교과목별 처지가 얽혀 사안은 복잡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교실 내 응원, 모두가 동일하게 참여해야 한다는 압력부터 시청 불참 학생 배려 문제까지 다양한 갈등이 잠재돼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최근에는 유소년 스포츠 경기 시 단체응원이 오히려 경쟁과소리에 치이고, 학생들 간 ‘같이 안 놀면 은따’와 같은 부작용을 촉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봐도 ‘집단 응원’의 교육적 가치와 한계는 쉽게 흑백논리로 정리되지 않는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는 월드컵 기간 교사 재량에 따라 짧은 시청시간을 배정해주거나, 경기와 관련된 국가 소개, 외국어 활용 등 수업과 연계하는 융합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 역시 전체 수업의 방향과 맞을 때 한정적으로 시도될 뿐, 응원행사 자체를 전면 통합하는 방안은 드물다. 한국에서도 교육부는 각 학교의 자율성에 그 판단을 맡기고 있으나, 일선 교사 개개인에게 책임이 과도하게 전가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청년세대와 학부모들도 나름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장 분위기를 학교에서 나눠 보는 것이 새로운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반대로 ‘공부 잘해야 미래가 있다’는 현실론이 교차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청년은 “축구 보면서 한국의 단합력을 배우고 싶다”며 학교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요구했지만, 또 다른 학생은 “응원도 좋지만 아예 정규 수업을 없애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부모 세대 역시 사교육 및 입시 환경 변화를 이유로 양쪽의 의견을 보인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집단 응원은 교실 규율 저해인가, 공동체 심화의 기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교육계 역시 분분하게 답한다.

월드컵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학교교육과 묶는 시도가 늘어가는 와중, 진짜로 필요한 것은 학생들 스스로의 다양한 요구를 존중할 수 있는 ‘선택의 권리’에 대한 존중이다. 공동체성을 기르되, 그것이 획일적이어서는 안된다. 교사와 학교는 일상의 수업 틀 안에서 사회적 현상의 의미를 충분히 안내하고, 참여와 비참여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질서와 배려가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경기 한 경기를 보는 것이냐 마는 것이냐’의 단순 양자택일보다 학생 참여의 자율성, 수업 편성의 융통성, 다양한 발달 단계의 특수성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무게를 얻고 있다. 실제로 2002년 이후 최초로 전국 단위로 ‘의무화된 집단 시청’을 시도했던 일부 학교에서는 오히려 문제아가 늘고, 학생 간 갈등이 불거졌던 기록도 있다.

결국 월드컵 응원을 계기로 우리 학교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응원을 통한 단순한 즐거움 그 이상이다.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청소년 개인의 목소리와 자율적 결정권,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배려를 어떻게 균형 있게 마련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강지우 ([email protected])

교실에 부는 월드컵 응원 바람, 학교의 ‘응원 교육’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3개의 생각

  • 헐 애들아 월드컵 본다고…수업날림ㅋㅋ 그래도 재밌긴 하겠네😅⚽

    댓글달기
  • 와 이건 진짜 고민될듯… 교육이냐 추억이냐… 언제쯤 한국 학교는 융통성 좀 생길까

    댓글달기
  • …결국 교사 눈치만 더 보게 되는 시스템 아닌가요? 애들 의사 더 존중해야…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