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옥련동에서 만나는 민어, 여름을 품은 한 그릇의 공간
습기가 번지는 7월의 초저녁, 인천 옥련동의 조용한 골목길 끝에 자리한 민어요리 전문점을 찾았다. 붉은 노을이 가라앉는 시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탁 트인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바닷바람과 은근하게 스며드는 낡은 목재의 향. 여름철이 무르익은 지금, 이곳은 민어 한 마리를 온전히 펼쳐내는 작은 미식의 무대다.
민어가 한창 제철이다. 잔잔하게 흐르는 조림장 냄새, 한증탕에서 금세 건져놓은 민어탕의 은은한 연기, 그리고 가장자리에 곱게 늘어진 회의 담백함. 민어는 옛부터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꼽혀왔다. 흐드러진 더위 속에서 몸을 다스리고, 허해진 기운을 북돋워준다는 게 오랜 전승처럼 남았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 ‘동네한바퀴’(KBS2)에서는 인천 옥련동의 민어요리집을 집중조명하며, 직접 잡아 올린 민어를 손질하는 장인의 손길과 빚어진 요리의 풍미를 미세하게 기록했다.
이 집에서 만나는 민어회는 그 자체로 부드러운 곡선이다. 투명한 살점 위로 비치는 미묘한 핑크색, 손끝으로 얇게 떠내려진 횟감은 대조적으로 쫄깃하고, 입안에서는 단번에 녹아내린다. 뼈에서 제대로 우러난 민어탕은 구수하고 진하다. 대파와 무, 건홍고추가 한 데 어우러져 솥뚜껑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이 풍경은 눈 구경에도 아깝지 않다. 커다란 머리찜은 속살 가득 차오른 젤라틴과 함께, 살점이 숟가락에 달라붙는 그 고소함이 여름의 힘을 이야기한다.
숨은 공간들이 늘 그렇듯, 이곳에도 작은 역사를 품고 있다. 인천 앞바다에서 시작된 민어잡이는 오랜 인내의 시간마저 품는다. 잡히고, 가게로 오고, 저마다의 손맛을 거쳐 식탁에 오른다. 맛을 음미하는 손님들의 표정에는 소소하지만 진한 매일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하다. 목재로 짠 탁자, 오래쓴 수저통, 낮은 조명 아래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가족들. 누군가에겐 단순한 한 끼지만, 또다른 이에겐 도란도란 이어지는 일상의 쉼이다.
최근 몇 해 사이 민어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여름 보양식 시장에서 삼계탕, 장어구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클래식’으로, 특히 회·탕·머리찜 세트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 세대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살짝 달큰하면서 산뜻하게 감도는 민어 특유의 맛은, 식빵과도 비슷하게 순하지만 뒷심이 있다. 실내에는 민어를 처음 접하는 이들의 수줍은 궁금증, 오랜 단골의 노련한 주문이 어우러진다.
주방 한켠을 지키는 노모의 뒤태는 마치 작은 풍경화처럼 남는다. 한 점 한 점을 성실하게 올리는 모습에서 이 집의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릇마다 담기는 다정한 기운, 바다의 소금기와 뚝배기의 훈기가 살짝 스며든다.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곧 누군가를 위로하는 의식임을 깨닫게 한다. 이 동네에서 여름의 끝과 시작을 민어 한 그릇으로 정돈해주는 집.
민어의 인기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수시로 변한다. 인근 어시장에서 들려오는 어부들의 사정, 올해는 작년보다 어족 자원이 더 귀해졌다는 신음, 그래도 ‘이 맛’을 기다려 찾아오는 손님들은 줄을 잇는다. 여러 번 다른 민어요리집과 비교해 보아도, 옥련동 이곳은 ‘정직한 한 끼’를 지키려 애쓴다. 시끄러운 매체의 스포트라이트와 달리, 조용한 웃음이 흐르는 실내에는 여전히 뿌리깊은 음식의 미덕이 남아 있다.
그러고 보면, 민어가 주는 힘은 단순히 영양 한 그릇이 아니다. 어릴 적, 여름방학 한복판에서 어른들의 큰 상 위로 올려지던 그 한 접시 민어회의 기억. 질기지도, 흐물거리지도 않은 그 중간의 부드러움이 우리 일상의 균형을 닮았다.
여름이 깊어갈수록 오히려 더 고요한 힘을 내는 음식이 있다. 누군가는 보양식을 과하게 포장하며 ‘피로회복’ ‘기력증진’ 등을 앞세우지만, 옥련동 이 작은 민어요리집이 건네는 위로는 훨씬 더 미묘하고 조용하다. 한 점의 회, 한 모금의 국, 그리고 오래된 친구와 반복되는 이야기. 그런 저녁이기에 더욱 오래 남는 것이 아닐까.
여름날, 민어를 통해 사람과 공간이 이어진다. 옥련동엔 여전히 진짜 여름이 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민어에 대해 이렇게 길고 예쁘게 쓴 기사 처음봐요. 여름철 보양식 찾고 있었는데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어요리 집은 참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매력임!! 하지만 가격만 오르는 거 좀 잡아줬으면 좋겠음. 지역색 짙은 기사여서 더 몰입됨!! 인천 옥련동이면 집 근처인데 한번 들러보고 싶어지는 저녁임.
민어와 여름밤이라… 경제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보양식 문화가 한 자리에 담겨 있군. 요즘 민어값 진짜 만만치 않은데 이런 집들은 품질 지키려 노력할수록 더 돋보임. 옥련동의 소박한 풍경, 그리고 음식을 둘러싼 따뜻한 사람들이 더 부각되는 기사 같아. 장인의 손끝, 손님들의 일상… 제주도 방어처럼 지역살리기에도 민어가 한 몫 하는 느낌이 들었음. 괜히 바다 생각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