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순간, 대전국제와인엑스포의 변신

새로운 계절의 문턱에서 대전이 은은한 포도향과 낯선 무드로 다시 한 번 달아오른다. 올해 대전국제와인엑스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얼굴로 우리 곁을 찾는다. 단순히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와인이 우리의 일상과 공존하는 방법을 섬세하게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전시회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기대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행사는 세계 20여 개국 350여개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 각양각색의 와인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관련 식음료·디저트·테이블웨어·문화생활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그려냈다. 출품 부스에서 풍겨오는 국제적인 감각, 세련된 디스플레이와 함께 전국 각지의 명장들이 빚어낸 장인의 손맛, 그리고 식탁 위에서 펼쳐지는 와인 한 잔의 온기까지, 전시는 오감을 천천히 깨운다. 단순히 시음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이 와인을 만나는 다채로운 일상―핸드드립 커피, 수제 치즈, 향긋한 꽃차와 어우러지는 순간들―이 자연스레 연출된다.

각 부스마다 각국의 와이너리가 들려주는 뒷이야기, 남프랑스 햇살 아래 일렁이는 포도밭의 기억, 그리고 한국의 신생 와이너리들이 새로운 도전을 품은 시도까지, 어느 부스를 들어서든 이국적이고 동시에 낯익은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장에는 세심하게 꾸며진 테이블 스타일링 존도 마련되어 있다. 글라스에 담긴 와인의 작은 흔들림, 햇살 조각을 머금은 테이블 행잉 플라워, 그리고 셰프의 손끝에서 탄생한 핑거푸드의 아련한 식감까지. 보는 것, 맛보는 것, 대화를 나누는 것, 그 모든 순간의 디테일이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그 중심에는 ‘와인’만이 아닌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메시지가 고요하게 스며든다. 방문객들은 마치 프랑스의 작은 시장을 거닐듯, 느린 발걸음으로 부스를 옮긴다. 아이들은 체험 공간에서 살짝 발갛게 익은 포도를 손에 쥐고, 어른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기와 맛, 그 속에 담긴 이야기 한 조각을 음미한다. 와인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고리임을, 이번 전시장은 잔잔하게 보여준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대전국제와인엑스포가 가진 진짜 매력은 도시에 스며든 ‘함께 사는 문화’에 있다. 국내외 유명 셰프의 쿠킹쇼, 즉석에서 펼쳐지는 테이블 매너 클래스, 생활 속에서 와인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강연 등, 관객을 일방적인 소비자에서 ‘함께 만드는 주인공’으로 초대한다. 이런 다층적 참여는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경험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 모금의 긴 여운처럼, 관람객의 일상에도 자연스레 와인 문화가 스며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대전시와 조직위는 “와인이 그저 소수 취미가 아니라, 일상 한복판에서 즐거움이 되는 계기 만들기”라는 목표를 강조했다.

와인의 깊은 향과 이야기는 사실 ‘시음’의 차원을 한참 넘어선다. 행사장 한 켠에는 와인잔 너머 삶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작은 전시도 마련됐다. 와인 한 잔을 닮은 평범한 저녁 식탁,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조용한 수다, 가족이 둘러앉은 주말 풍경까지. 여러 사람의 진솔한 경험이 사진과 글귀, 그리고 잔잔한 음악과 어우러져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도 따스하게 보여준다.

이런 변신에는, 지난해 이후 불어온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와인이 단순한 주류를 넘어, 개인의 취향과 감각, 공간에 대한 관심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각인되는 시대다. 최근 몇 년 사이, 와인 시장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도 젊은 세대의 경험 욕구, 홈파티 문화의 확산, 그리고 SNS를 통한 미각 공유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런 변화의 결을 대전국제와인엑스포가 가장 감각적으로 포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주요 도시의 와인 페스티벌, 테마파크형 식음료 행사의 분위기와 닮은 점도 인상적이다. 미국 소노마, 프랑스 보르도, 일본 홋카이도 와인축제에서 볼 법한 넓은 광장과 미니 세미나존, 그리고 미식과 휴식이 맞닿은 피크닉존까지 국내행사임에도 글로벌 무드가 가득하다.

어찌 보면 와인은 오랜 술이지만, 엑스포의 공간 구성은 무척 새롭다. 입구를 지나면 와인 향 가득한 푸드트럭 라운지가 기다리고, 현장의 바리스타들은 즉석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곁들인다. 빛과 소리, 향이 서로 부드럽게 어우러진 순간, 익숙한 대전의 한복판에서 세계의 작은 축제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전시장이지만 과장됨 없이 생활로 스며드는 진짜 라이프스타일의 온기. 순간, 와인은 구체적인 한 잔도, 막연한 로망도 아닌,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된다.

분주한 날들, 어깨를 내려놓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 와인이 건네는 차분한 위로의 온도를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전국제와인엑스포의 확장과 변신 속에서, 도시는 더 다정하고 풍부해진 삶의 취향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남은 계절, 일상 곳곳에 작은 향기로 남을 이 경험이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본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와인이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순간, 대전국제와인엑스포의 변신”에 대한 5개의 생각

  • hawk_recusandae

    오 와인축제라니ㅋㅋ 가보고 싶다🍷 여행이랑 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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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 한 잔에 모든 게 해결될듯? 😂😂 어차피 비싼 거만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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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보다 재밌을 듯! 와인에 관심 없던 사람도 괜히 호기심 생길 거 같음. 브랜딩 제대로 하네 대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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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bbit_American

    ㅋㅋ와인 배우러 대전가란 얘기군요. 참 쉽지 않죠. 근데 이런 행사 하나쯤 있으면 도시 분위기 달라지긴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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