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지민 ‘Like Crazy’, K팝 역사 새로 쓰다

방탄소년단(BTS) 지민의 솔로곡 ‘Like Crazy’가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26년 7월 기준, 한국어 버전에 이어 영어 버전까지 스포티파이에서 4억 스트리밍을 돌파했다. 이는 K팝 아티스트 최초로 한 곡의 두 버전이 모두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이 같은 대기록을 달성한 사례다.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음악 시장의 지형을 다시 그린다는 점에서 이번 기록이 갖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음악 산업이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된 현시점에서, 스트리밍 수치는 음악성과 인기의 척도로 자리 잡았다. 특히 스포티파이는 184개국에 걸친 글로벌 리스너의 반응을 집계하는 통로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연이어 4억 스트림을 올리는 것은 K팝의 국경을 허무는 증거다. 이번 지민의 사례는 한국어로 된 버전이 이미 4억을 넘은 가운데, 영어 버전마저 쌍끌이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끈다. 최근 2~3년 새 K팝 메이저 곡들의 톱라인이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글로벌 시장 전략으로 변주되고 있지만, 이처럼 두 가지 버전이 각각 대기록을 인정받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Like Crazy’라는 곡의 분위기는 현재 K팝 흐름에서 매우 중요하게 읽힌다. 신스팝과 일렉트로닉 요소가 감성적인 보컬선과 결합되어 1980년대 뉴웨이브 감성을 현대적으로 변주, 글로벌 리스너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현세대의 허무함과 그리움까지 담아낸다. 이것은 단순히 댄스 넘버에 머무르지 않고, 곡 전체에서 지민 특유의 디테일이 가득하다. 멜로디의 유려함과 미세한 보컬의 떨림, 그리고 곡 말미의 신시사이저 앰비언스는 기존 K팝 아이돌 신의 공식적인 사운드와 거리를 둔다.

지민의 음악적 행보에는 방탄소년단이 오랜 기간 다져온 미학이 있지만, 동시에 지민만의 미세한 감정선이 분명하게 투영된다. 그의 춤과 무대에서 보여 준 미니멀리즘과 섬세함이 보컬에서도 드러나 있으며, 이러한 특징은 해외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독특한 존재감을 심어 준 원인으로 작용했다. ‘Like Crazy’는 팝의 그루브를 살리는 동시에 보컬이 내포하는 슬픔과 간절함, 그리고 극도로 누그러진 감정의 추락까지 아슬아슬하게 포착한다. 가사는 사랑의 끝자락에서 미련과 집착, 상실의 감정이 번져나가며, 한국어와 영어 양 버전 모두에서 감정 이입이 가능하도록 구조가 설계돼 있다.

기존 K팝 솔로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성적과 비교하면, 지민의 ‘Like Crazy’ 성적은 유의미한 차이를 만든다. BTS 내 다른 멤버의 솔로활동, 블랙핑크·NCT 등 톱티어 아티스트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던 최근 3년간, 대부분이 영어 버전 또는 글로벌 콜라보레이션을 앞세웠다. 그러나 번역 수준을 넘어, 원작의 감정과 분위기를 한 곡 내 두 언어에서 완전히 구현하며 성과를 인정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 곡의 성적은 K팝 아티스트가 언어 장벽을 허물고 세계적 음악시장 속 신뢰받는 브랜드가 됐다는 증거다.

최근 스포티파이 최다 스트리밍 곡 리스트에도 변화가 생겼다. K크루셜, 르세라핌, 뉴진스 등 2025년과 2026년 급성장한 신인 그룹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단일 곡, 단일 멤버의 멀티버전이 이렇게 동반 돌파한 사례는 없다. 이는 지민과 방탄소년단이 기존 K팝 구조에서 독보적인 팬덤 형성뿐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예술성과 독립성을 획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민 특유의 행보는 단순한 팝스타의 성공담이 아니다. 늘 춤과 노래, 퍼포먼스, 그리고 음악의 본질을 동시에 고민하는 아티스트로서, 이번 ‘Like Crazy’ 4억 돌파 쌍기록은 대중음악 시장에서 ‘스타이면서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의 모범이 된다. 트렌드만 좇거나 대중성만 강조하는 수많은 케이팝 음반들 사이에서 지민이 남긴 시그너처는, 결국 신진 아티스트들에게도 ‘언제나 진심을 담아 음악을 대하라’는 메시지로 귀결될 것이다.

지민의 이 대기록은 K팝 아티스트의 산업적·미학적 한계를 두 번이나 뛰어넘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K팝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언어’가 전략이 아니라, 곡의 메시지를 온전히 세계에 전하는 확실한 수단임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결국 ‘Like Crazy’는 기록 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넘어, K팝 사운드의 내일을 예고하는 충격파로 기능하고 있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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