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육아휴직 보복’ 의혹, 대통령의 단호한 메시지와 우리가 놓친 얼굴들

짙은 여름 장마 사이, 일터의 권리는 흙탕물에 떠내려가기 쉽다. 이케아코리아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게, 어쩌면 우리는 다시 한 번 노동과 육아의 교차점에 서게 되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직장과 가정을 동시에 누리기는커녕, 둘 다를 온전히 지키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7월 10일 오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반노동적 행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입을 열었다. 육아휴직을 택했다가 보복성 인사 조치 등의 피해를 입은 노동자의 사연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하루 만의 일이다. 해당 현장에서는, 실제로 휴직을 마치고 돌아오자 원래 자리 대신 한직으로 내몰리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기사의 첫 문장마저, 그저 사건을 보고하는 언어가 아닌, 누군가의 좌절, 그리고 분노를 함께 담아내고 있었다.

어느 작은 딸의 엄마였다. 나이 삼십대 중반, 교육비와 집세, 그리고 반찬값을 저울질하며, 그는 두 번이나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유연근무가 있다는 광고와 현실 사이, 그는 사무실 복귀 후 어찌된 영문인지 ‘사내 프로젝트’에서 자연스레 배제됐다. 그는 물었다. “우리가 그렇게 무리한 걸 바랬을까요?” 그의 이야기는 이케아만의 것이 아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겨우 16% 남짓. 여성은 61%, 남성은 6% 수준에 그쳤다. 이유는 단순하고 잔인하다. ‘휴직했다 다시 돌아올 자리’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회, 눈치와 불안, 두려움 때문이다.

대통령, 노동부 모두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약속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매일 마주하는 현장의 얼굴들은 좀처럼 조명받지 못한다. 거창한 정책은 많고, 가이드라인은 넘쳐나지만, 현장의 공기는 다르다. “이케아는 글로벌 기업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방마다 눈치를 주고받는 평범한 직장인은 여전히 오늘도 힘겹다. 휴직이 ‘근로자의 권리’임에도 여전히 죄책감과 좌절, 시선의 벽 앞에 선다. “휴직하면 동료들에게 부담만 주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거부감 없이 꺼내는 이조차 많다. 그만큼 ‘배려받는 노동’이란 말은 한참 멀게 느껴진다.

어느날, 한 아빠는 결심했다. “아이는 하루하루 자라는데, 나는 일주일에 한 번 겨우 안아본다.” 주변의 핀잔과 부장의 무언의 압박에도 오늘만큼은 점심시간을 아껴 육아휴직 신청서를 썼다. 하지만 회사에선 그의 이름이 주요 프로젝트 명단에서 조용히 제외됐다. 책상엔 아무 말 없이 이면지가 남겨졌다. ‘돌아오면 다시 잘 해보자’는 위로가, 사실은 ‘돌아오지 마라’는 사인으로 들렸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부모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법이 바뀌고 정책이 생겨도, 조직문화 안에 남아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변화를 거부한다.

이케아 사건이 던진 파장은 크다. 대통령조차 강경 발언을 낼 수밖에 없던 건, 단순 노동 인권 문제가 아니라, ‘넥타이부대’ ‘워킹맘’ 모두의 일상에 직접 들어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제 변화다. 휴직자 복귀 후 원직복직 보장, 인사상 불이익 방지 등 관련 법령 강화가 시급하다. 그와 동시에, 휴직자를 도운 동료에게도 긍정적 동기부여가 이어져야 한다. 국가 차원의 정책은 바뀔 수 있어도, 씨앗은 결국 한 명, 한 명의 응원과 ‘존중의 눈길’에서 자란다.

옆자리 동료가 말한다. “도와줄게.” 이 짧은 말이 오늘날 한국의 노동현장엔 의외로 드물다. 사무실마다 ‘남을 배려해서 불이익 당한다’는 불문율이 암암리에 공유된다. 이젠 회사와 동료, 모두의 선택이 필요하다. 육아는 개인의 일이자 사회의 미래다. 그 소중한 임무를 짊어진 이들이 좌절과 불안, 혹은 두려움 대신 당당한 응원을 받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육아휴직은 대한민국 사회의 성장통이다. 이 땅에서 부모로 산다는 것, 동시에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그 진통과 희망의 간극을 줄이는 일은 모두의 몫임을 잊어선 안 되겠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흔들리는 수많은 이들이, 응원받으며 일터로 돌아오는 하루를 꿈꾼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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