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명과 복당 영구금지, 정치권력의 위험한 이정표
지금 여당이 수류탄의 핀이 뽑히듯 내분의 소용돌이 안에 서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밝힌 “한동훈은 해당행위 아닌 범죄로 제명, 복당 영구금지 조치였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위기의 여야 집권세력 전체에서 분출되는 구조적 위기의 신호이기도 하다. 정당의 내부결속에서 벗어난 이상징후, 그리고 그 배경에 깔린 권력게임의 실상은 무엇인가.
정치권력의 균열은 언제나 내부의 이익 집단이 분열하며, 급기야 각자의 생존을 위해 ‘범죄’와 ‘규정위반’을 섞는 말장난 전략까지 동원하는 순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국민의힘 내부 공식 발언에서 “범죄”라는 단어를 사용, 한동훈 전 대표가 ‘해당행위’가 아닌 조직 범죄급의 정치적 일탈로 낙인찍혔다. 이는 그저 선거 후유증 때문만이 아니다. 사실상 대권 경쟁 앞둔 충성 그룹 간의 파열음, 그리고 송곳처럼 파고든 금권·특권 구조의 재확인이다.
역사적으로 집권여당이 당내 중진의 정치적 ‘사형선고’에 가까운 제명을 내릴 때는, 그 정당 내 대립구도가 피할 수 없이 격화됐다는 증거다. 2022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2024년 4월 총선의 혼란, 이어진 법적 처벌 요구와 징계, 모두 같은 궤적 위에 놓여 있었다. 당시 한동훈은 수차례 비주류 견제와 사조직 논란, 그리고 ‘지도부 흔들기’ 시도로 조기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결정적 변곡점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였다. 권력의 절대 기준이 ‘충성’에서 ‘생존’으로 바뀌는 찰나에, 한동훈의 발언과 조치가 당 지도부를 직접 겨냥하며 급격한 반전이 일어났다.
정당 정치에서 ‘제명’과 ‘복당 영구금지’는 곧 정계퇴출, 즉 정치적 사망선고와 다름없다. 국민의힘이 이 극단 카드를 꺼낸 데는 지난 2년간 누적된 무책임한 책임 회피와 내로남불, 이에 대한 책임 논의가 없는 패거리 정치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동훈 전 대표를 압박하는 데 서슴지 않았던 당내 주류 의원들. 그 뒤에서 비호적 침묵을 유지하는 집단. 그리고 외부 여론전으로 ‘영구제명’ 프레임에 불을 붙이는 친윤계, 비윤계, 당 밖의 보수 논객들까지. 오히려 ‘집단범죄’에 가까운 권력의 단일화 움직임이 이날 공식화되는 모양새다.
정치적 위기가 거듭될 때마다 우리는 ‘범죄’ 개념이 진짜 범법행위에서 벗어나, 권력에 맞서는 세력을 무력화하는 명분으로 남용되는 현실을 본다. 이번 한동훈 제명도 실질적 법적 판결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법원 판결이 아닌, 의결정족수 맞춰 진영 내숙청의 방식으로 규정된 ‘정치적 범죄’ 개념. 결국 탄핵, 징계, 제명이 반복되는 한국 정치의 ‘파벌주의’ 패턴이다. 실제로 한동훈을 둘러싼 정치권 분열은 지난 총선 공천 갈등부터 시작됐다. 윤석열정부 친위체제 내 반윤세력 사냥이 극대화되자, ‘이준석 사태’와 겹쳐 국민의힘의 ‘내부 피의 숙청’이란 거센 비판 여론이 커졌다. 통합보다는 검증 없는 충성경쟁에 치우친 구조병이 다시 재생산되고 있다.
또 다른 지점은 ‘복당 영구금지’라는 전례 없는 결정이다. 일반적 당헌과 당규상 피선거권 제한은 징계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완화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예 복귀 길 자체를 차단하며, 한 인물의 정계 복귀를 행정조치로 원천 봉쇄해버렸다. 정당민주주의 파괴다. 정치의 본질이 권력 감시와 견제의 메커니즘이라면, 어느 정파라도 소수 의견과 변절자를 보듬고 논쟁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제 완전한 ‘일사불란’만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내부 반론, 최소한의 절차적 합리성 논의조차 실종됐음은 이미 공론장에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이 사태가 특정 정치인의 운명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민주적 토대와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한동훈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차치하더라도, 제명과 복당 영구금지라는 극단의 통제 도구가 흔해지는 순간, 향후 정당 내 ‘이견’ 자체가 범죄화되는 위험한 전례로 남을 수 있다. 집권 세력의 불편한 진실, 부정과 부패를 덮기에 편리한 강제 침묵의 수단일 수도 있다. 이 구조가 반복된 끝엔 결국 권력의 내부기생과 부패만이 남는다. 한국 정치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내부 의견 충돌을 무조건 청산하는 권력 집중이 아니라, 충돌을 넘어선 건설적 논쟁과 자기 갱신이다.
한동훈 제명 사태는 한 인물의 몰락 그 이상으로, 한국 정당 구조와 권력 작동방식의 총체적 문제를 드러낸다. 금번 결정이 권력에 맞선 모든 목소리에 대한 조준 사격이 아니라는 명분조차, 점점 더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시민의 눈은 날카롭다. 강압적 침묵이 지배하는 정당엔 갱신도, 미래도 없다는 역사적 교훈이 무겁게 다시 다가온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