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역대 최다…4만 명 시대의 의미와 가족을 중심으로 한 변화

2026년 상반기, ‘아빠 육아휴직’을 선택한 남성이 사상 최초로 4만 명을 넘어섰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가족의 자리에 머무는 남성의 자리는 그만큼 늦게 변해왔다. 권혁준 씨(36)는 첫 딸이 태어났을 때 유난히 헷갈렸던 감정이 떠올랐다고 한다. 복직 압박과 동료의 눈치, 어린아이가 내미는 손길 사이에서 선택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권 씨는 용기를 내 지난 3월 육아휴직을 처음 다녀왔다. “딸이 문득 제 손을 잡고 씩씩하게 웃는 모습을 봤을 때, 세상 그 어떤 성공과도 바꿀 수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그 목소리는, 수치를 넘어선 변화의 단면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빠 육아휴직’ 신청만 4만300명이 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가까이 급등한 기록이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 이용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를 넘어섰다. 각종 정책적 유인책과, 사회 분위기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정작 아빠들이 실감하는 현장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서울 구로구에 살고 있는 박경수 씨(41)는 “회사가 ‘휴직은 권리’라고 말하지만, 실제론 한 번 쓰고 나면 승진에서 밀린다”며 현실을 전했다.

기업마다 온도차는 여전하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아빠육아지원금’과 같은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대기업의 경우도 일·가정 양립 모범기업 인증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눈치 보기 문화’와 ‘팀장 눈총’에서 자유로운 회사는 많지 않다. 실제로 휴직을 다녀온 한 IT업계 직원은 “팀에서 남자 둘이 한달 동안 동시에 비면 남아서 일하는 동료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점을 토로했다. 일터 밖에서는 ‘그래도 엄마가 애 보는 게 낫다’는 견고한 문화가 충분히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엄마 없는 아빠의 육아 동호회’나, ‘아빠의 아침등원 모임’처럼 서로 경험을 나누는 사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2008년 800명 남짓이던 아빠육아휴직자는 2016년 만 명을 넘겼다. 그로부터 10년 만에 세 배가 넘은 셈이다. 정책도 점차 진화했다. 기존엔 남성의 육아휴직 기간이 짧거나, 임금 보전율이 낮았다. 2025년부터는 육아휴직 급여가 최대 월 200만원까지 상향됐다. 휴직 3개월 이내에는 임금의 80%까지도 받을 수 있다. 사회적 수도 변하고 있다. 주변에서 ‘독박육아’에 허덕이는 엄마의 이야기가 뉴스의 주제가 되던 때는 지났다. 이제는 육아가 가족 공동체의 이야기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를 뚫고 나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아프다. 한 싱글대디는 “육아휴직 다녀왔다고 회사에서 유난 떤다고 수군거린다”는 댓글을 자주 본다. 교사 김도현 씨(38)는 “아빠들끼리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아빠네 단톡방’은 가족만큼 큰 위안이 됐다”며,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의 심리벽이 두툼하다고 했다. 또, 일부 중소기업에선 아직도 “남자면 돈을 벌어와야지”라는 말이 들려온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아이를 키우는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필수적인 시대가 분명히 다가오고 있다.

육아휴직을 택한 아빠들의 표정은 더 밝아지고 있다. 한 보험사에서 5개월째 육아휴직 중인 이재훈 씨는 “일터에 있을 땐 내가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믿었는데,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노동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아빠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통계 상 숫자도 의미 있지만, ‘비교적 느린 변화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은 사회에 잔잔한 파동처럼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내 아이와 내 가족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내일을 만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만난 아빠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 “아빠들이 육아를 같이하니 집안 분위기도 밝아지고, 아이도 더 행복해하는 것 같다”는 말,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안 바뀌어도 그래도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는 작지만 깊은 한마디. 우리 사회가 아이와 가족을 진정으로 중심에 두는 여정을 이어가길 바란다. 눈앞의 수치만이 아니라, 그리고 어른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용기가 한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음을, 이 여름 저녁 따스히 되새겨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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