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여름, 갑질 보수 협상은 이제 끝나야 한다
2026년 여름, KBL의 풍경은 또다시 반복된다. 삼성 썬더스의 이관희, KCC 이지스의 김동현 두 선수의 보수 협상 결렬. 선수와 구단 모두 ‘피로감’이라는 단어로 상황을 포장하지만, 실상은 KBL 구조에서 답답하게 반복되는 권력 게임의 패턴이다. KBL 자유계약(FA) 제도의 단기성과 구조적 한계, 그리고 ‘선수 권리’보다 ‘구단 지위’가 앞서는 습관적 메커니즘이 농구판에 큰 혼란을 낳고 있다.
이관희는 지난해 삼성과 1년 계약(4억 5000만 원·현상유지)에 이어 올해도 장기 계약보다는 짧은 승부를 택했다. 그러나 올해 협상에선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구단은 ‘실적’을, 선수는 ‘가치’를 내세웠지만, 양측 모두 지난 시즌 팀 성적 하락의 책임을 조심스럽게 상대 쪽으로 미뤘다. 현장 관계자들은 ‘구단은 연봉상한제 룸을 만들고 싶고, 선수 쪽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멘트를 남겼다. KCC 김동현 역시 마찬가지. 폼이 꾸준했던 FA 특유의 유틸 성향 가드지만, KCC의 리빌딩 방향성과 보수책의 등을 맞추지 못했다. 선수 쪽은 ‘시장 가격’을 내세웠고, 구단은 ‘팀 활용도’로 받았다. 협상 결렬 이후 두 선수 모두 재정위원회로 최종 결정을 넘겼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KBL은 한때 구단 중심 행정에서 진일보해 FA 자율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정체다. 2026년 현재도 보수 산정은 구단의 평가 프레임이 지배적이다. 현행 시스템 상, 보수 협상 결렬 → 재정위원회 중재 → 선수 불복 → FA 시장 제한이라는 틀을 탈피하지 못한다. 재정위도 실제 “협상력 배분”보다 “명분 차단”이라는 보수적 로직으로 작동되는 경우가 많다. 김동현, 이관희 모두 재계약 실패 시 이적길이 어려워진다. 리빌딩 방향성, 구단 예산, 선수 기량 평가 등 모든 매커니즘이 구단 중심으로 한 번 더 굳어진 셈.
패턴을 바꿀 방법은? 이관희 유형의 베테랑이나 김동현 포지션의 멀티가드가 더 많은 시장 선택지를 가지려면, KBL은 확실한 FA 우선권(혹은 셀러리 캡 내 임의 활용도 강화), 트레이드 활성화 같은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 지금의 선수-구단 대립구도 속에서는 항상 선수 쪽이 불리하게 끝나기 쉽다. 실제로 구단들은 지난 5년간 보수 협상이 결렬된 선수에게 손쉽게 ‘타 구단 영입 제한’을 걸었고, 선수들은 사실상 트레이딩 카드로만 쓰였다. “베테랑은 몸값만 뛴다”는 구단 논리가 농구 커뮤니티에 고착됐고, 신진 선수들에게도 출전 기회는 보장되지 않았다.
팬덤 구조 변화를 봐도, 선택할 거 하나. 최근 KBL엔 20~30대 신입 유입/온라인 팬덤 확산/클립뷰 트래픽 급증이란 재미있는 변화가 뒤섞인다. 그런데 시즌 내내 “누군가 협상 결렬됐는데, 다음 시즌 출전 불투명하다”는 뉴스가 반복되면 팬들은 피로감을 갖는다. 유튜브 · 트위터 · 인스타에서 “누구 연봉 떴네?”, “팀이 또 잘랐네?” 패턴만 깐다. 이 스포츠의 밸류네이션과 트렌드 플레이(메타) 변화는 뒷전에 밀린다. 신구 단절-늘 같은 방식의 선수 시장 운영-협상/방출 뉴스 대첩, 팬덤 이탈 악순환. 현재 KBL은 치열한 경쟁보다는 반복되는 연봉 뉴스/재정위 중재만 대중 이미지로 각인된다.
대안적 메타 트렌드는 분명 요구되고 있다. e스포츠 FA 시장, 해외 리그(특히 아시아권 내 일본, 중국 농구연맹)와 비교해도 ‘보수 산정 투명화’, ‘구단-선수 협의 절차 세분화’, ‘제3자 평가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e스포츠는 팀-선수-플랫폼 3자 소통을 가동해 분쟁 최소화에 성공했고, 재정위의 명문화보다 실제 협상 룰메이킹에 더 초점을 둔다. 농구판도 단순히 과거 구단 셀러리 테이블 복붙이 아닌, 공개 입찰·연봉합의·협상기한 단축·이적보상 다변화 같은 접근이 절실하다. 팬과 선수, 구단 모두 ‘매년 반복되는 결렬-중재-구단 지배’ 패턴을 끝낼 시점이다.
결국 이관희, 김동현 건은 KBL의 낡은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202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도 보수 협상 테이블은 낡은 방식(=구단 우위/선수 불만/재정위 개입)의 연장선상에 머문다. 모든 농구 리그는 팬덤 성장과 선수 가치 상향평준화를 놓칠 수 없는 게임이다. 이제 KBL도 “누구 잘렸네, 연봉 안 올라갔네” 소모전을 접고, 직면한 패턴에서 제대로 턴오버해야 할 순간이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