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논란, 정부 책임론 재점화…정책 판단의 오판과 교훈
금융정책의 중심에서 다시 한 번 경고음이 울렸다. 최근 국내 경제학계에서 저명한 석학이 ‘레버리지 ETF’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정부가 명백히 잘못했다, 사과해야 한다”는 강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는 단순히 한 상품의 투자 위험성 문제를 넘어선, 자본시장 관리 주체의 원칙과 책임에 대한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레버리지 ETF(Exchange Traded Fund)는 각종 지수의 움직임을 2배 또는 3배 등 비율로 추종하여 ‘고위험·고수익’ 성격을 띤 파생형 상장지수펀드다. 해당 상품은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와 고위험 경고가 강화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해외사례 변형 도입 및 제도 미흡, 그리고 적합성 심사 부실 논란 등 여러 문제점이 반복 제기되어 왔다.
올해 들어 레버리지 ETF를 통한 개인의 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단기 수익을 노린 초단타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개인 투자자의 손실 사고 역시 잇따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제도 설계와 위험 알림, 투자자 보호 정책의 미흡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석학의 지적처럼, 정책 책임자가 ‘투자의 자유’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실질적 위험 고지·관리를 소홀히 했다면 이는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니라 구조적 책임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일련의 사고 이후 투자자 교육 강화, 투자성향 적합성 강화, 위험경고문 확대 등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나 유럽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안을 참고할 때, 국내 정책은 여전히 사후약방문의 한계를 면치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미국은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경우 ‘일반 투자자 제한’, 고지의무 엄격화, 운용사 사후관리 의무 강화 등 복합적 안전장치를 두는 반면, 한국은 판매 편의성·시장 활성화에만 방점이 찍혀 결국 투자 피해를 키웠다는 자성론이 거세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상품 신설이나 투자자 선정 기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 전반의 ‘규제와 진흥의 균형’이 심각하게 후퇴했다는 구조적 경고로 읽힌다. 정부는 레버리지 ETF가 단기간 개인의 투자 기회를 넓힌다는 이유만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완비하지 못했다. 고위험 금융 상품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과 사전적 조치가 왜 중요한지, 글로벌 금융 대붕괴기를 통과한 해외의 사례는 분명하게 방증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ESMA(유럽증권시장감독청)가 2019년 이후 파생 ETF의 판매·광고·상품 설계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소비자 오인과 과도한 위험전가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사전 사고 예방’보다는 ‘사후 보완’ 중심의 규제에 그친 실정이다. 미국 증시에서 최근 파생형 ETF 논란이 재점화될 때마다 SEC와 금융기관이 긴급 경고를 발령한 이유 역시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더욱이 청년·실소득 중하위층 등 투자 경험이 부족한 계층이 피해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은, 금융소외 계층 보호라는 국제적 흐름과도 맞지 않는 모습이다.
경제 석학의 이번 발언이 공론장에서 파문을 일으키는 이유는 간명하다. 시장 친화적 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위험 상품 도입의 책임을 투자자 개인에게만 전가해온 무책임 구조에 대한 통렬한 문제제기인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정부의 사과 요구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신금융 상품 도입이나 기존 상품 관리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명확한 책임 기준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규제를 정립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이 논란이 단기적 시장 충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생형 ETF 시장의 신뢰 저하, 국내외 투자자들의 규제 불신 심화, 자본 유동성 악화 등 파급효과는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 이것이 곧, ‘사후 사과’가 아닌 사전 예방·책임 정책이 곧 경제 체력과 신뢰의 기반임을 웅변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이번 책임론을 겸허히 받아들여, 단기 시장 활성화가 아닌 장기적 투자자 보호와 제도적 균형 확보로 정책의 방향키를 되돌려 놓을 시점이다.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의 신뢰·투명성·정책 예측 가능성을 주요 평가 척도로 활용 중이다. 더 이상의 ‘성장’ 논리로만 상품과 시장을 설계하는 1차원적 정책은, 결국 경제 주체 모두에게 다시금 높은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것이다.
— 이한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