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균 42일 ‘늑장국회’…세금 55억 ‘허공’

대한민국 국회가 2026년 상반기 회기 동안 평균 42일의 개의 지연을 겪으면서, 약 55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실제 의정활동과 상관없이 소진됐다. 본회의가 예정일을 넘기며 연기된 사례가 반복되고, 회기 중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 파행 및 공전 등으로 인한 미개최 현상이 누적됐다. 국민의 세금은 국회의원 수당과 각종 국회 운영비를 비롯해 직원 급여, 회의실 유지·관리, 보조금 등으로 항시 집행된다. 하지만 정작 본회의장 시스템 가동이나 각 상임위 회의는 절반 이상이 공전상태를 보이다시피 했고, 입법 생산성 역시 최근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주요 야당은 여야 간 정책 협의 미진, 쟁점 법안에 대한 이견, 상임위별 정쟁 심화가 늦장국회 원인임을 지적한다. 여당 역시 실질적 논의 대신 정략적 프레임 씌우기에 열중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 이러한 반복적 회기 지연의 패턴은 2020년대 중반 들어 더 ‘상례화’됐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정시 개회’라는 국회법조차 무색하다. 매번 ‘개원 협상’에 긴 시간을 소모하면서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되는 동시에 정작 일해야 할 시간 동안 국회는 텅 빈 상태로 유지된다. 국회의원 300명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활동수당과 ‘식비, 교통비, 운영비’ 등은 정상 개의 여부와 무관하게 집행되는 구조다.

지난 3년간 국회 본회의·상임위 회의 불발 횟수는 매해 늘었고, ‘홍역’과 같은 긴급한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조차 최소한의 입법이나 예산조정 논의가 늦춰진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정책 효율성 저하뿐 아니라 행정 불확실성, 민생 불편 등 파장을 크게 한다.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을 놓쳐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도 줄줄이 늦춰진다. 최근 복수의 해외 매체와 싱크탱크들은 ‘한국 정치 리스크’에 화살표를 돌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의회 신뢰도 역시 한국이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상반기 국회 마비’가 거시경제·정책 안정성의 리스크로 보고서를 냈다.

정치 전문가들은 ‘협치 파괴’와 ‘정쟁의 체질화’가 이러한 늑장국회의 직접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의회와 비교하면, 의회 스케줄을 엄격히 준수하고 회기 지연이나 공전 시 제재장치가 명확하다. 미국 하원의 경우, 정당 간 대립이 극심해도 일정의 90% 이상은 시간표대로 소화하며, 회기 파행 시 의장단 징계나 정당별 벌점, 기자회견에서의 공개 비판이 일상적이다. 반면 한국 국회는 미개최의 비용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지만, 각 정당이나 의원 개인에게 실질적 불이익은 거의 없다. 회의실 문 잠금, 출석 체크 미흡, 상임위 진행의 기록 누락 등 사소한 규정 위반이나 느슨한 현장관리도 일상이 되었다.

국회의원 수당과 국회 예산의 누수 문제도 심각하다. 2025 회계연도 기준, 국회 운영예산은 7100억원대에 달했으며, 한 회기 평균 55억원 수준의 예산이 ‘무의미하게’ 소모되는 것이 공식 통계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인건비, 유지비, 각종 공과금 등은 개의 여부와 무관하게 매일 소진된다. 기관별로 엄격한 회계 감사와 공개보고를 실시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집행 내역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내부 감시도 미흡하다. 일부 전문가는 ‘국회 블랙박스화’가 상명하복적 조직문화와 맞물려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평한다. 미국의 정부투명성 평가제(GPA)와 같은 제3자 외부 감사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늑장국회로 인한 조세 부담 확산과 사회갈등 비용은 단순한 예산집행의 의미를 넘어, 지속가능한 민주적 거버넌스를 위협한다. 정책 합의 지연으로 금융시장, IT산업, 혁신산업 분야는 불확실성에 노출되며, 위기대응 행정효율도 저하된다. 특히 정부와 국회가 고용, 경제, 사회적 약자 정책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취업취약계층, 스타트업, 사회적기업 등은 공백상태에 방치되는 사례도 속속 확인된다. 이는 세계적 투자가 국가의 정책 신뢰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와도 정면 배치되는 결과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여야 모두 회기 개의 지연에 대한 ‘책임 있는 감시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각 당 지도부가 정략적 프레임 벗어나 상설개의 원칙을 준수하고, 회기 지연 시 투명한 사유 공개, 수당 삭감, 실질적 벌점 도입 등 구체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해외 선진국의 운영원칙을 참고해 국회 운영 투명성 강화 시스템, 예산 집행 내역 공개 강화, 외부 평가와 피드백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미뤄진 정책 과제와 지체된 규제·혁신 입법들은 국민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쟁보다 민생, 정치적 수사보다 실효적 제도 혁신이 절실하다.

앞으로 회기공전 비용과 입법지연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참여 또한 필요하다. 국회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신뢰를 회복하고 정책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체질개선에 나설 때다. ‘늑장’이라는 단어가 붙는 국회, 더는 용납되기 어렵다.

— 이한나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