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떼창한 청년의 밤, K팝이 베트남에 심은 감각적 울림
하노이의 밤공기를 가르던 젊은 목소리들이 하나 둘 셋, 외치며 출렁였다. 그 수는 8,000명. 베트남 청년의 에너지는 뜨거웠고, 그 중심에는 K팝의 폭발력이 있었다. 한국어로 합창하는 순간, 언어와 국경을 뛰어넘는 하나의 장면은 관객의 표정에 생생히 새겨졌다. 조용한 안개 아래에서 시작된 집결은, 점점 진동을 뿜는 무대의 빛과 소리에 힘입어 거대한 물결로 증폭됐다. 스크린 위 아티스트의 실루엣과 관객의 스마트폰 불빛, 시공간을 매개하는 전자음과 함성이 교차하며 축제의 밤을 틀지었다.
펄럭이는 블루톤 라이트스틱, 무대를 감싸 안는 파스텔 조명, 그리고 목소리에 깃든 동시적 감정. 8000명의 청년들이 한국어로 “하나 둘 셋!”을 힘차게 외칠 때, 어딘가에서는 생소했던 낱말들이 오히려 베트남 젊은 세대의 공통언어로 변모했다. 모두가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가졌으나, 이 순간만큼은 같은 노래의 박자에 몸을 맡기고, 같은 환희에 목소리를 높였다. 눈빛은 반짝였고, 손을 흔드는 모습에서 낯선 도시의 바람마저 전율했다.
K팝이 베트남에 흐르는 방식은 단순한 유행의 건너편에 있다. 이 자리는 열광만큼이나 일상의 특별한 탈출이었고,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가장 자유로운 선택이었다. 베트남 내 K팝 팬덤은 거대하게 성장 중이고, 스트리밍, 커버댄스, 관련 한류 상품의 소비까지 이미 도시의 풍경이 됐다. 그들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한국어 가사가 줄줄이 떠다니고, 엔딩 요정 포즈를 따라 하는 팬들의 영상이 연일 올라온다. 음악은 감각적인 소리의 향연이기도 하지만, 마음과 마음의 즉각적 연결임을 입증한다.
이 날의 무대 음향은 베이스의 진동이 바닥을 울리며, 중음역대를 바늘처럼 찌르고 지나갔다. 조명은 순간순간 무대 위 주인공의 실루엣을 도려냈고, 장내 전체에 꿈틀거리는 리듬을 뿌렸다. 아티스트의 작은 손짓에도 8000명의 숨소리가 발 맞춰 떨려왔다. 현장의 공기가 비로소 하나가 되는 체험, 그 진동이 한국, 베트남을 연결하는 무형의 다리가 됐다. 청년들은 합창처럼 한국어 후렴구를 외치며, 꿈과 열정을 덧입혀 노래했다.
음악은 여기서 비단 소비되는 콘셉트가 아니다.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K팝은 자신을 표현하는 코드이자, 복잡한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숨구멍이다. 현지 언론과 여러 국제 음악매체들도 이같은 현상에 기민하게 주목한다. 실제 베트남 인구의 70% 가까이가 35세 미만이라는 점에서, K팝 열풍은 한류 기반의 문화교류, 나아가 신시장 창출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지닌다. 일부에서는 ‘한국음악의 오버도즈’라 냉소를 보이기도 하지만, 현장의 함성은 그보다 더 분명하고 직접적이었다.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이웃 아세안 국가들 역시 K팝의 물결에 젖어 있으나, 베트남이 보인 체감 온도는 또 달랐다. 사회적 불안, 미래에 대한 막연한 갈증이 음악 앞에서만큼은 잠시 멈췄고, 팬들은 이 공간에서 정치·사회적 현실을 초월하는 해방감을 찾았다. 한류의 확장력은, K팝 자체의 실력에 기대지만 동시에 동아시아 청년사의 열망이 짙은 집단 서사로 응집되어 있었기에 더욱 강렬했다.
K팝은 엄청난 컬러 팔레트를 바탕으로, 젊음의 모든 감정선을 변주하고 있었다. 베트남 현지 아티스트들도 이를 받아들여 K뮤직 스타일을 차용하거나, 자체 커버곡을 제작해 새로운 결을 쌓는다. 작은 스마트폰 스피커에서, 커다란 공연장 앰프까지 울리는 ‘하나 둘 셋!’의 외침은 결국 진정한 교류의 서막임을 일깨웠다. 문화적 파장은 경제와 외교의 경계조차 허물며, 음악이란 언어가 그 모든 장벽을 부드럽게 넘어서는 순간으로 도달했다.
이 밤, 8천 젊은이의 한국어 합창은 한류의 오늘을 기록한다. 메마른 일상 한가운데서 만나는 무대 위 환상의 벽을 걷어내며, 땀이 맺힌 뜨거운장면을 남긴다. K팝이 베트남의 청년들에게 부여한 것은, 단순한 노래 그 이상,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감각적 해방이자 현실을 탈각하는 기회였다.
— 서아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