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형의 균열, ‘집토끼’와 ‘산토끼’ 사이 : 더불어민주당 전략 딜레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산토끼를 잡아온들 집토끼가 나가면 총선·대선은 무망”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그의 이 발언은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거듭 불거지고 있는 지지층 이탈 우려와 맞물리며 정당 전략 전반에 걸친 고민이 드러난 대목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1일, 당이 외연 확대를 위해 중도층·비지지층의 ‘산토끼’를 겨냥하는 과정에서 기존 핵심 지지층, 즉 ‘집토끼’의 이탈 조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2024년 총선 이후 지난 2년여간 민주당 내부 기류에서는 지금껏 지급층의 결집력에 안주하면서 동시에 외연 확장을 시도해 온 전략의 부조화에 대한 경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근 당내 논란이 컸던 검경개혁, 언론개혁 등 강성 코어 이슈와, 지도부 차원의 친명-비명 갈등, 그리고 대외적으론 강경한 정부 견제 기조 등 일련의 흐름에서 중간지대 확장의 어려움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 내외에서는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점진적으로 이완되고 있다는 분석과, 반대로 ‘표의 확장성’을 위해 기존 전략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다.

여야 양 진영 모두 극단적 정체성 주장에 매몰될 때 비슷한 위험에 놓인다. 국민의힘 또한 청년·중도·수도권 확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최근 이준석 신당 사태 이후 회귀적 결집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정청래 최고위원 발언은 민주당을 비롯한 주요 정당이 선거 전략에서 실질적으로 택해야 할 선택지가 ‘기존 지지층 결집 vs. 외연 확대’라는 이분법이 아님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당의 ‘집토끼’는 대체로 수도권 40대, 진보 성향 직장인, 공공노조 소속자, 청년세대 일부, 그리고 지역별 강고한 호남권 기반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밀레니얼 세대와 수도권 젊은층 사이에서 일부 이탈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이는 청년 표심 이반이 본격화된 2024 총선 결과와도 일정 부분 맥이 닿는다. 지난달 경남 창원에서 벌어진 청년토론회에서는 민주당이 ‘자신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직설적으로 분출되기도 했다. 결국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은, 정치권이 ‘정치적 중도’라는 이름으로 실질적 주체들의 이해관계와 결속력을 무시하고 표피적 확장에 의존할 때 오는 역풍 가능성을 경계한 셈이다.

한편 이른바 ‘산토끼’ 전략–즉, 전통적 지지층이 아닌 유동적인 무당층·중도층을 겨냥하는 표확장 노선은 최근 여러 선거에서 승부를 좌우한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2022 대선, 2024 총선 모두 수도권 2030세대의 이중적 투표성향,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이슈지향적 ‘스윙보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집토끼’ 단단히 붙드는 데만 안주할 때 잃는 것이 크다는 반론이 민주당 내에서도 분명히 존재한다. 당장 일부 수도권 초선·재선 의원들은 “기존 대여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수·중도 심장부 공략을 더 치밀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언론인터뷰에서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다.

여야 비교 관점에서, 국민의힘 역시 비슷한 전략 고민에 휩싸여 있다. 보수정당 핵심지지층의 강성화와 수도권·청년 기피 현상이 겹치면서 ‘집토끼’ 지키기와 ‘산토끼’ 유인 가운데 어느 한 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중 딜레마 상태다. 이러한 구도가 제도정당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한다는 점은 경제, 사회적 갈등구조의 다면성과 맞닿아 있다. 즉, 비례대표제 도입, 연동형 캡 도입 논의마저 정당 내 이견과 계파 갈등으로 귀착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의회의 현주소다.

민주당 내부 강경파와 ‘세대교체론’·‘개혁성향 중도파’ 간 미묘한 긴장도 확산되고 있다. 친명계는 일관된 결집 기치를 들어 ‘집토끼 보호’를 강조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이러다간 외연 확장은 고사하고 중장기적으로 당이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엇갈리는 의견 속에서 사실상 전략 수립의 중심축이 공고하게 잡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최근 여론조사 자료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30% 중반을 기록하지만, 긍정적 지지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핵심 지지층 결집 없이 ‘산토끼’ 전략에 올인한다면, 결과적으로 당 내 정체성 혼란과 조직 붕괴라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예상컨대 내년 지방선거와 다시 돌아올 대선 정국에서 이 ‘집토끼-산토끼’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책적 메시지의 차별성과 유권자 집단별 공감대 형성이 선거 결과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대중정당으로서 민주당은 보수야당과의 차별화의 선을 명확히 하면서도, 내부 지지층(사회·경제적 약자 및 개혁성향 집단)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정책으로 설득력을 높여야만 외연확장이라는 숙제를 병행 해결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계파 갈등과 ‘한 쪽만 바라보는’ 대응이 장기적으론 막대한 정치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냉엄한 현실 인식을 명확히 할 때다.

지금은 양 극단 사이에서 표류하는 이슈 정당·계파정치가 아닌, 사회 전체의 신뢰와 중장기적 합의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의 근본책임으로 회귀해야 할 시점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은 단순히 민주당 내 분란이 아닌, 여야 모두에 주어지는 현실 정치의 근본문제임을 재확인한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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