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테크와 특허분쟁’ 코쿠사이, 특허 1건 유효 판단… ‘정정 4번’ 권리범위↓

반도체 증착장비 시장에서 최근 부상한 특허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유진테크와 코쿠사이가 오랜 시간 벌여온 특허 소송에서 코쿠사이의 특허 1건이 유효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업계 전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특히 이번 판결이 특허 권리범위가 줄어들었음을 인정한 동시에, ‘4차례 정정’이라는 이례적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것이어서, 기술 개발 방향,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접근 전략, 나아가 세계 증착장비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에 예민한 신호를 보낸다.

먼저, 본 판결을 통해 확정된 것은 코쿠사이가 보유한 일부 증착장비 관련 특허의 유효성이다. 다만, 해당 특허가 유효하다는 판단 아래에서도 내용상 4번이라는 정정을 통해 권리범위가 실질적으로 좁아졌다. 이는 곧 코쿠사이가 공격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의 범주가 축소됐음을 의미한다. 과거, 유사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분야 특허분쟁에서 빈번히 등장했던 ‘허들 조이기(Patent Squeeze)’ 현상이 재현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장비 중소기업의 기술 자립도, 그리고 글로벌 플레이어의 특허 전술 변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유진테크와 코쿠사이 두 업체의 문제를 넘어 중소·중견 장비업체의 밸류체인 내 입지, 나아가 한국·아시아 증착 공정 생태계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최근 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은 미국·일본·한국 기업의 3강 구도를 보이며, 증착·식각 등 핵심 공정에서 국산화율 확대를 둘러싼 견고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코쿠사이가 이 분쟁에서 제한적으로나마 특허 방어에 성공했음은, 일본 진영의 기존 기술 우위를 과시했지만, 결국 정정 과정에서 나타난 권리범위 축소는 우리 업계 기술 추격 및 대응전략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로써 법원 내 기술심리 역량, 글로벌 특허 포트폴리오의 장단점, 그리고 후속 분쟁에서의 전략 변경 필요성이 새삼적으로 부각된다.

특허 정정이 4회나 반복됐다는 점은 코쿠사이가 기존 기술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상당한 내부 기술 자료, 선행문헌 검토, 제안서 제출 등을 반복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특허권자의 과도한 권리 주장에 대한 ‘제한적 정정’이 반영된 것으로, 앞으로 유사 특허 분쟁의 판례로 남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대법원 등 파생 심급에서 어느 정도 기술적 디테일과 ‘공정별 차별점’까지 해석이 가능해졌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이런 결과는 국내 기업이 ‘유효특허 범위 해석’과 ‘회피 설계’를 병행하는 산업적 트렌드로 진화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더불어, 최근 반도체산업 내에서 장비·소프트웨어·팹 인프라 등 복합적인 기술 접점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 코쿠사이의 사례처럼, 적극적 특허 소송을 통해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제약하는 전략은 곧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독일 ASM, 네덜란드 ASML 식의 글로벌 표준화 구도와도 맞닿아 있다. 권리 범위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요소기술의 ‘유효성’이 인정된 이번 판결은, 향후 업계 거래, 공동개발, 기술이전 계약 등에서 이전보다 복잡하고 치열한 교섭 구조의 확산을 견인한다.

한국 증착장비 산업은 그간 ‘가격경쟁력+성능개선’이라는 이원화 틀 안에서 수직 계열화를 통해 일본, 미국 시장 진입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정교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조적으로 쌓아온 코쿠사이, 스크베이커 등 글로벌 업체에 비해, 국내 기업의 방어력은 여전히 상대적 취약성을 노출한다. 이번 판결에서 ‘정정 4회’라는 절차적 호출은,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시장 판도 변동에 따라 신제품 출시과정에서 실제 특허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 경영 전략에 있어 기술 법무 역량 내재화가 필수임을 방증한다.

동시에,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국 기술기업과 일본·미국 수입업체 간 복수 특허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도 적잖다. 실제 지난해 이후 국내외 장비기업 간 ‘특허 정정+맞소송+위법행위 조사’가 늘고 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IoT 용 반도체 등 이종산업과의 횡적 통합환경에서, 기술주권 확보와도 맞물리는 문제다. 장기적으로 기업들은 법률·기술전문인력 증원, 내부 R&D와 특허심리 연동 강화를 랩업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비교 관점에서, 미국, 일본 장비 메이저들이 특허정정에 유연하게 대응함과 달리, 국내 법원은 전통적 실체심리에 기반해 기술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결정 사례는 향후 전기차용 신소재·AI 자동화 공정 등 첨단분야 특허분쟁이 한국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산업계와 법제도 환경은 기술 진화와 분쟁 리스크라는 양날의 검 사이에서, 어느 쪽에 중점을 둘 것인지, 산업 전체의 장기적 성장 전략과 공존하는 안전장치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코쿠사이에 유리한 결과라기보다는, 기술 패권경쟁의 장기전에서 국내 증착장비 업체가 실질적인 전략적 반격의 출발점에 섰다고 해석한다. 이제 남은 것은 기술경쟁력 고도화, ‘침묵의 특허’에 대한 철저한 관리, 그리고 글로벌 경쟁자와 ‘공정개선+시장선점’을 위한 동시다발 전선 구축이다. 이런 전환은 단순한 일회성 분쟁이 아니라, 반도체와 EV 시대를 맞은 산업 생태계 구조재편 신호임을 산업계 모두가 주시해야 한다.

— 강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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