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차 전략으로 유럽 시장 부진 타개 시도
현대자동차가 최근 수년간 이어져온 유럽 시장의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신차 출시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현대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3.4%로 소폭 하락하였으며,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7% 줄어드는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입지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현대차는 하반기 신형 ‘i40’, 전기 SUV ‘코나 EV’ 등 유럽 소비자 성향에 맞춘 신차 라인업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상반기 유럽 자동차 시장 전반은 에너지 가격 인상과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등 외부 요인이 겹치면서 전년 대비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폭스바겐, 르노, 푸조 등 유럽 토종 브랜드를 필두로 테슬라 등 미국·중국계 전기차 업체까지 가세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026년 유럽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40%를 넘어섰다”고 밝히며, 전통 내연기관 차량의 매출 감소세와 전동화 속도가 맞물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현대차는 유럽 내 실적 부진 배경에 대해 첫째, 브랜드 인지도와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의 한계, 둘째,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의 친자국 브랜드 소비 경향, 셋째, 현지 환경정책 변화로 인한 전동화 전환 속도 지연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국, 독일 등의 시장에선 전통적인 SUV, 해치백 외에 ‘지역 특화형’ 친환경 모델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 현대차 라인업은 현지 시장의 빠른 흐름을 선제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현지화’ 및 ‘속도’에 방점을 둔 상품 전략을 내놓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6개국에 맞춰 디자인·옵션을 세분화한 신형 중형 세단 ‘i40’, 동급 최초로 1회 충전 시 6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코나 EV’ 등 다양한 신차를 순차적으로 투입한다. 최근 발표된 현대차 2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유럽향 전용 모델 예판 고객 수는 한 달 만에 30% 이상 증가하며 실제 시장 관심이 반영되고 있다. 파트너 현지 딜러 네트워크 강화와 전기차 생산 라인 확대도 그룹 차원에서 중점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신차 출시만으로 유럽 내 부진을 단번에 만회하기엔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 경쟁사 역시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등 핵심 시장에서는 자국 우위 정책과 현지 생산 장려책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의 까다로운 배출가스 규제와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 역시 현대차엔 여전히 높지 않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기준 독일 내 국산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시장에서도 내수 브랜드의 비중 상승과 함께 아시아계 브랜드는 소폭 하락했다는 현지 통계도 확인된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상품성 개선과 함께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추가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현대차 그룹은 올해부터 브랜딩 예산을 20% 증액해 축구, 테니스 등 유럽 인기 스포츠와 연계된 마케팅 활동을 늘리고,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한 판매 및 A/S 네트워크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신차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럽 내에서 친환경, 프리미엄, 현지화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기후 변화 대응 압력으로 유럽연합(EU) 차원의 전동화 전환 규제도 강도 높게 전개되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의 적응 전략은 한층 복잡해졌다. EU는 2035년 내연기관 차량 신규 등록 금지, 배터리 등 핵심부품의 유럽 현지 생산 비율 확대 등의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에 대응해 현대차 역시 체코에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를 확대하고, 유럽 내 소형 배터리 팩 생산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 현대차의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3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PHEV 등 경쟁 차종 확장과 현지 시장의 전기 인프라 확대 속도도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글로벌 업황 측면에서 볼 때 유럽 시장 부진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토요타, 혼다 역시 유럽 내 실적 하락세를 겪고 있고,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전통 강자들마저 성장세 둔화를 피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투입되는 현대차의 신차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는 라인업 확장과 현지 맞춤화에 중점이 맞춰져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A/S 및 소비자 접근성 제고, 친환경 기술의 내실 있는 확대 등 세분화된 경쟁 우위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실적 수치와 산업 구조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현대차의 유럽 내 실적 반등 여부는 신차의 시장 반응, 브랜드 가치 제고, 그리고 현지·글로벌 규제 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입체적으로 결합해야만 가능하다. 신차 출시 이후 실질적인 시장 반응 지표와 경쟁 차종의 판매 변화, 그리고 현대차의 내부 수익성 개선 효과 등이 향후 실적 개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조민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