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관위, ‘총선 투표율 조작’도 뭉갰다
27일 입수한 복수 증언 및 문건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6년 4월 총선 당시 제기된 투표율 조작 의혹에 대해, 첫 신고 이후 4개월 동안 내부 조사조차 제대로 착수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의 보고서는 이미 5월에 내부에 전달된 상황이었으나, 선관위는 실무선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위원회 전체회의 등 공식 논의 과정을 보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일부 비공식 실무회의에서는 중앙선관위 차원의 대응 방침을 두고 격론이 오갔으나, 대내외적 파장에 대한 우려와 책임 소재 불명확, 그리고 여야의 빠른 정치공방 틈에 최종 의사결정이 미뤄진 것으로 확인된다.
증언에 따르면, 한 선관위 관계자는 “당시 외부 압박도 없는데 내부적으로도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루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밝혀, 조직 내부의 무기력함과 책임 회피 정서가 고스란히 재확인됐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감사원 등 외부 독립기구로 자료 이관 여부였다. 선관위 실무진은 ‘외부 기관 조사는 신뢰 회복에 기여한다’는 쪽과, ‘조사가 확대되면 오히려 조직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결론적으로, 선관위는 이견만 반복하다 실질적인 조사 없이 사실상 사안을 ‘뭉갠’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대통령실과 행정부, 국회 모두 한때는 선관위에 신속 조사와 결과 공개를 독려했다. 하지만 여야 프레임 전쟁이 빠르게 점화되면서, 한편에서는 “야권 지지층 이른바 ‘부정선거론’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사회 혼란만 부추긴다”고, 또다른 쪽에서는 “여권이 선관위를 압박·장악하려 든다”는 의혹이 맞섰다. 실제로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여야 정치인 다수는 언론에 ‘선관위 독립성 보장’을 강조하면서도,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는 특별감사 등 실질 조사를 주장했다. 사태는 이렇게 정치 투쟁의 소재로만 번지며, 투표율 조작설의 실체적 진상 규명 요청은 점점 뒷전이 됐다.
다른 최근 사례와 비교해보면,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선거관리기관이 투표관련 데이터에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면 즉각 외부 전문가를 투입하고, 사실관계가 일차적으로라도 공개되는 식이다. 반면 한국의 선관위는 ‘내부 논의 우선’, ‘정치적 파장 최소화’ 명분 아래 검증 정보를 극도로 제한하여, 사회 전체 신뢰 기반마저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높다. 유권자 신뢰가 더 이상 제도로만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이번처럼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은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은 더 깊어졌다. 최근엔 선관위 고위 인사와 여러 정당 간 회동 사실, 내부 자료 누락, 그리고 자녀 특혜 채용 의혹까지 줄줄이 공개되며 조직 전체의 신뢰 타격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미 여론조사에서 선관위 신뢰도가 역대 최저치를 찍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국민적 분노와 피로감이 팽배한 가운데, 여야 모두 이번 사건을 선거제 개혁 담론에 끼워넣으며 각자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집권 여당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선관위 개혁’을, 야당은 ‘정부 개입 배제와 선관위의 독립성 수호’를 내세운다. 표면상으론 명분 대결이나 실상은 선거제도 및 기관에 대한 신뢰 확보 경쟁인 셈이다.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선관위에 남겨진 숙제는 무겁다. 단순히 진상 조사 의지 표명이나, 후속 대책을 내놓는 수준으로는 달라진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 무엇보다 법적 제도와 조직 문화, 그리고 조사·공개 방식 전반에 대한 본질적 재검토가 시급하다. 한동안 미뤄졌던 외부 감사원 개입, 민간 전문가 참여 등 다양한 투명성 확대 방안이 지금이라도 실질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적 실수가 아니라, 우리 사회 민주주의 신뢰의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